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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만나는 호주식 브런치

서울에서 만나는 호주식 브런치>
2025.03

여행

취향의 발견

서울에서 만나는 호주식 브런치

음성·문자 지원

호주식 브런치는 다양한 식문화가 어우러져 만들어졌다.
유럽의 조리법과 아시아의 신선한 식재료가 조화를 이뤄 건강하고 균형 잡힌 한 끼로 자리 잡았다.
서울에서도 ‘오지 빅 브레키’, ‘아보 온 토스트’ 같은 대표 메뉴를 맛 볼 수 있다.
간결하면서도 풍미가 살아 있는 요리에 여유로운 분위기가 더해져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호주식 브런치를 찾고 있다.

내 기억에 호주 음식이 한국에서 인기를 끈 적은 없는 듯하다. 대체로 유럽식(콘티넨털이라고 함)이나 미국식 음식과 호주 음식이 비슷하다는 게 결정적 이유가 아닌가 싶다. 물론 한국인의 시각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그래서 호주 식당을 찾는다는 건 한국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호주는 호주만의 개성이 있다는 걸 우리가 대체로 모르고 있다는 점도 이번 취재에서 느낀 바였다. 서울 강북, 옛 도심 구석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루시드’는 그런 면에서 여러 가지 시사점이 있는 식당이다. 호주의 인기 스타일을 제대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호주의 글로벌 히트작, 브런치와 커피

호주 음식 문화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퍼져나간 것은 무엇일까. 바로 브런치와 커피다. 두 주제는 루시드가 선보이고 있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바리스타 겸 오너인 아내 루시 김은 말한다. “다양한 인종, 특별한 역사, 그런 게 음식에 다 섞여 있어요. 유럽인이 이주해서 세운 나라이지만, 아시아와 그 밖의 여러 나라 문화가 모두 섞여 있거든요. 그게 브런치 메뉴에 들어 있고, 호주 사람들의 정서에도 녹아 있는 거예요. 자유롭게 섞여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것, 편안함, 친근함 같은 것이죠.”

루시 김이 갓 뽑은 커피 한 잔을 가져다준다. 뜨겁게 달궈진, 두꺼운 잔에 담은 롱 블랙이다. 호주 커피는 이미 세계적으로 독보적이다. 바로 이 롱 블랙, 플랫 화이트가 그 핵심이다. 이 커피 문화가 다른 나라로 퍼져가면서 브런치 문화도 함께 전해졌다. “호주에는 정말 브런치 카페가 많아요. 우리도 그런 집이고요. 식당 겸 카페 겸 쉬는 곳? 친구들을 편하게 만나는 곳? 그런 이미지이죠.” 호주는 전통적으로 매우 보수적인 나라이지만, 이제는 나라의 정체성에서 ‘개방성’이 강해졌다. 브런치는 알다시피 격식 없는 음식 문화이며, 사교 문화다. 그걸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가져갔다. 호주다운 멋을 수입해간 것이다. 커피도 그렇다. “원래는 영국식 커피를 마셨는데, 이탈리아 이주민들이 에스프레소를 가져오면서 점차 호주식 커피가 생겨났어요. 아메리카노도 아니고 영국 커피도 아닌, 새로운 커피. 그게 롱 블랙이에요.” 사실 이 커피는 한국에서 한 대기업에 의해 이미 시중에 뿌리내렸다. 호주인 바리스타의 이름을 내세운 브랜드다.

아보카도, 수란, 방울토마토, 적양파 등의 조화가 매력적인 아보 온 토스트.

아보카도, 수란, 방울토마토, 적양파 등의 조화가 매력적인 아보 온 토스트.

서울에서 만난 작은 호주

호주는 우리나라 이주민과 유학생, 여행자가 아주 많은 나라여서 정서적으로 꽤 가깝다. 유럽적인 나라이지만 지정학적으로는 아시아-태평양에 속한다. 더구나 많은 호주인이 한국에 여행자로, 영어 강사로, 기업 파트너로 일한다. 호주는 생각보다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루시드의 셰프 로이드 블래키가 음식을 가져온다. 그는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든다. 일하는 동작에 깊은 노동의 힘과 패턴이 새겨져 있다. 프로다. 두 사람은 결혼한 후 우리나라에서 같이 일한다. 꽤 호흡이 좋아 보인다. 주한 호주 대사관에서 가장 좋아하는 식당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부부는 대사관 행사가 있으면 자주 들어가서 음식을 만든다.

브런치는 하나의 음식 문화로 분화됐지만, 실은 유럽의 오래된 카페테리아나 미국의 다이너(Diner) 같은 곳과 내용적으로는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점차 숙련된 셰프들이 가세하면서 웬만한 음식은 고급 레스토랑에 버금가는 구색을 갖추고 있다. 스테이크와 생선 요리, 파스타 같은 것도 제대로 만들 뿐 아니라 셰프의 의지에 따라 훨씬 멋진 요리들을 낸다. 루시드가 그런 식이다. 그러면서도 호주식 인기 브런치 메뉴를 잊지 않는다. ‘오지 빅 브레키’나 ‘아보 온 토스트’ 같은 것들이다. 호주에서 탄생해 세계적으로 빅 히트를 친 메뉴가 여기 있다.

‘오지(Aussie)’란 호주인을 뜻하는 애칭이다. 그 이름에서 이미 독자성을 지닌다.브런치집답게 저녁에는 문을 열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손님들은 한국인과 외국인이 반반 정도. 서순라길 인근에 제법 큰 외국인용 장기 투숙 호텔이 오래전 문을 열어 이 지역은 은근히 외국인 거리라 불러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또 관광객이 엄청나게 몰려오는 종로3가 먹자골목도 가까이 있어 이래저래 국제적인 느낌을 띠고 있다. 게다가 운현궁과 한옥이 잘 보존된 익선동·인사동이 옆에 있어 한국적 색채가 짙다는 점이 외국인에게 흥미를 주기 때문일 거다. 이 지역에 호주식 브런치집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꽤 균형감 있게 보인다.

오픈 키친에서 음식을 만드는 오너 셰프 로이드 블래키.

오픈 키친에서 음식을 만드는 오너 셰프 로이드 블래키.

으깬 아보카도와 각종 채소를 올리는 모습.

으깬 아보카도와 각종 채소를 올리는 모습.

퓨전의 끝판왕, 호주 음식

호주는 많은 외국 음식 문화를 받아들여 융합했다. 특히 중국 음식은 본토 밖에서는 가장 잘하는 나라라는 말을 듣는다. 일본식 오코노미야키를 브런치 메뉴에 퓨전식으로 넣은 것도 호주에서 팔린다. 한식도 크게 인기다. 개인적 경험인데, 호주의 여러 식당(한식당이 아닌 현지인 식당)에서 김치를 파는 걸 보고 먹어본 적이 있다. 너무도 반갑고 신기해서 식당 사람들에게 “어떻게 김치를 다 팔 생각을 했느냐? 이건 직접 만든 것이냐?”고 물어봤더니 오히려 “그게 뭐?”라는 식의 대답을 들은 기억이 난다. 김치도 이미 호주 음식의 일반적인 세계에 편입된 것이라고나 할까. 호주다운 현상이다.

셰프가 내온 음식을 하나씩 음미해본다. 수란은 정말 멋지게 익어서 소스처럼 노른자가 흘렀다. 한 메뉴는 직접 구운 빵을 한 번 더 구워 바삭하게 만든 후 고명을 얹었는데, 영락없는 이탈리아의 대표 메뉴인 브루스케타 같은 느낌이었다. “왜 아니겠어요. 바로 그거예요” 하고 셰프가 웃었다. 외국에서 들어온 문화를 비틀어서 재탄생시키는, 그게 바로 호주식이라는 뜻이었달까.

여러 문화가 녹아든 한 끼

흥미로운 사실은 블래키 셰프의 어머니가 필리핀인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필리핀 고유 음식을 많이 먹고 자랐다. 뭐가 가장 생각나느냐고 물었다. “시니강(Sinigang)? 그 수프의 새콤한 맛이 늘 입에 남아 있어요.” 취재를 마치고 보니 한국, 호주, 필리핀, 유럽이라는 여러 혈통과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서 인터뷰를 한 셈이다. 게다가 다국적의 여러 손님이 앉아서 루시드의 음식을 즐겼다. 서울의 국제적 면모를 보여준달까, 그렇게 해석해도 되는 날이었다.

커피와 브런치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박찬일 셰프, 그리고 바리스타 루시 김과 셰프 로이드 블래키 부부.

커피와 브런치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박찬일 셰프, 그리고 바리스타 루시 김과 셰프 로이드 블래키 부부.


박찬일
1965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노포의 장사법>, <밥 먹다가 울컥> 등의 책을 내며 ‘글을 맛있게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호주를 대표하는 다양한 요리

호주식 브런치는 신선한 식재료의 건강한 조합이 특징이다.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받아 중동 향신료나 아시안 소스를 활용한 요리 등 색다른 메뉴가 많다.

오지 빅 브레키

오지 빅 브레키

호주의 고전적인 브런치 메뉴로, 베이컨·달걀·소시지·해시 브라운·구운 토마토·버섯·아보카도·빵(사워도, 토스트) 등이 포함된다.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다.


팔라펠 볼

팔라펠 볼

병아리콩으로 반죽해 바삭하게 튀긴 팔라펠과 케일 같은 신선한 채소, 퀴노아, 크리미한 후무스, 허브 또는 요구르트 소스가 조화를 이루는 건강하면서도 든든한 브런치 메뉴.


바나나 브레드

바나나 브레드

호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즐겨 먹는 디저트 중 하나인 바나나 브레드. 직접 구운 바나나 브레드를 버터, 크림치즈 또는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는다.


아보 온 토스트

아보 온 토스트

사워도 또는 곡물 토스트 위에 으깬 아보카도와 푸짐한 토핑(훈제 연어, 페타 치즈, 토마토, 수란 등)을 올리고 허브, 레몬즙, 칠리 플레이크 등으로 마무리한다.


에그 베네딕트

에그 베네딕트

잉글리시 머핀 위에 수란과 홀랜데이즈 소스를 올리는 브런치 메뉴. 베이컨, 햄, 시금치, 훈제 연어 등을 올려 다양한 버전으로 응용할 수 있다.


파블로바

파블로바

머랭을 구워 만든 호주의 대표 디저트로, 생크림과 과일 토핑이 매력적이다. 바삭한 겉면과 촉촉한 속이 조화를 이루는 달콤한 맛의 디저트다.

세계의 맛을 담은 호주식 브런치

사워도를 곁들인 아보카도 샌드위치부터 중동의 향신료를 더한 샤크슈카, 고전적인 에그 베네딕트까지.
호주에서는 브런치가 단순한 식사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서울에서 호주식 브런치를 경험할 수 있는 식당들을 소개한다.

루시드 음식

#호주인이 선보이는 호주 브런치의 진수

루시드

한국적 정취가 가득한 익선동 골목에 자리한 ‘루시드’. 호주인 셰프와 한국인 바리스타 부부가 운영하는 올데이 브런치 레스토랑으로, 빵부터 디저트까지 모든 메뉴를 직접 만든다. 오픈 키친 덕분에 요리 과정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특별하다. 대표 메뉴인 오지 빅 브레키는 달걀, 베이컨, 소시지, 해시 브라운, 구운 토마토와 버섯, 수제 빵, 아보카도를 한 접시에 담은 푸짐한 한 끼다. 사워도 위에 아보카도와 훈제 연어를 더한 아보 온 토스트, 수란과 홀랜데이즈 소스가 어우러진 에그 베네딕트, 비건 바나나 브레드도 인기다. 포만감을 주는 식사부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메뉴까지 다양해서 취향에 따라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다. 호주의 맛을 그리워하는 외국인이나 현지 브런치를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조용한 공간에서 기분 좋은 한 끼를 즐기고 싶다면 방문해보자.

인스타그램 @lucyd_seoul
가격 오지 빅 브레키 2만1,000원, 아보 온 토스트 1만7,000원, 에그 베니 1만8,000원, 비건 샤크슈카 1만6,000원, 바나나 브레드 9,000원

루시드 내부


클로벨리 음식

#다채로운 맛의 조화

클로벨리

호주에서 9년간 지내던 형제가 오픈한 호주식 브런치 카페. 내추럴한 공간과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의 특징은 다양한 향신료와 소스를 활용해 중동부터 아시아의 맛까지 한 접시에 담아낸다는 점. 대표 메뉴인 콘 베니는 직접 구운 콘브레드 위에 수란과 절인 연어를 올리고, 로메스코 소스로 감칠맛을 더한 브런치다. 팔라펠 볼은 병아리콩으로 만든 팔라펠과 허브 소스, 퀴노아, 후무스를 곁들여 가볍지만 든든한 한 끼가 된다. 사워도에 일본식 미소 된장 소스를 발라 구운 후 두부 리코타와 아보카도를 올린 아보 온 토스트도 색다른 조합을 자랑한다. 머랭으로 만든 케이크에 직접 만든 수제 아이스크림을 올려 먹는 파블로바도 인기 메뉴. 와인과 함께 브런치를 즐길 수도 있다. 이국적인 맛의 조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특별한 미식 여행을 떠나보자.

인스타그램 @clovelly_brunch
가격 아보 온 토스트(비건) 1만6,000원, 콘 베니(연어 또는 베이컨) 1만7,500원, 파블로바 8,500원, 바나나 브레드(비건, 글루텐프리) 7,500원

클로벨리 내부


아날로그가든 음식

#국내 최초의 호주식 브런치

아날로그가든

2014년 국내 최초로 호주식 브런치와 커피를 선보인 ‘아날로그가든’은 다양한 호주 브런치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오랜 시간 블루리본 서베이 맛집으로 선정되면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훈제 연어·아보카도·베이컨·수란·트러플이 어우러진 ‘파머스 플레이트’, 스크램블드에그와 신선한 채소를 곁들인 ‘가든 에그스’, 병아리콩 완자로 만든 ‘팔라펠 랩’도 인기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해 커피에도 남다른 정성을 기울이는데, 덕분에 호주에서 즐겨 마시는 달달한 풀 브라운 커피도 맛볼 수 있다. 고급 음향 기기를 구비해 맑고 깨끗한 음질의 음악 감상과 함께 감각적인 가구와 포스터, 아트 잡지를 배치한 인테리어 덕분에 디자인 카페에 온 듯한 느낌도 기대할 수 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다양한 메뉴를 제공한다는 점도 아날로그가든의 차별점. 그뿐만 아니라 계절별로 달라지는 특별 메뉴도 준비되어 있어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다.

가격 파머스 플레이트 2만500원, 가든 스페셜 1만9,900원, 가든 에그스 8,900원, 풀 브라운 5,500원, 시즌 쿠키 3,500원

아날로그가든 내부

배효은 사진 최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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