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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밥을 넘어 진짜 튀르키예를 만나다

케밥을 넘어 진짜 튀르키예를 만나다>
2024.10

여행

취향의 발견

케밥을 넘어 진짜 튀르키예를 만나다

음성·문자 지원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있는 튀르키예는 그만큼 독특하고 풍요로운 음식 문화를 자랑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튀르키예 음식은 주로 ‘케밥’으로만 알려져 있다.
다행히 서울에서는 대륙의 경계를 넘나드는 튀르키예의 다양한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이스탄불 그릴은 숯불에 각종 고기와 채소를 구워내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이스탄불 그릴은 숯불에 각종 고기와 채소를 구워내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동서양 교차로에서 만난 매혹의 땅, 튀르키예

튀르키예(옛 국명 터키)는 엄청나게 큰 나라다. 지도에서 봐도 동서양을 연결하는 거대한 땅덩어리를 자랑한다. 대한민국 면적의 8배 가까이 된다.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 중간에 위치한 만큼 문화적으로도 독특하다. 이슬람 국가지만 유럽연합과 가까우며, 오랫동안 동아시아와 접점을 이루고 있다. 튀르키예의 수도는 앙카라지만, 많은 이가 수도로 잘못 알고 있는 이스탄불은 한때 동로마제국의 수도였을 만큼 크고 오랜 역사의 도시다. 그렇기에 음식 문화도 이런 역사적이고 융복합적인 성격을 띤다. “서쪽과 동쪽의 음식 문화가 달라요. 물론 튀르키예라는 한 나라의 음식이지만, 유럽에 가까운 서쪽(이스탄불)과 아시아적인 동쪽의 음식은 차이가 있어요. 우리 식당은 튀르키예의 일반 요리를 다 선보이고 있어요.” 2016년 공덕동에서 문을 연 후 현재까지 성업하고 있는 ‘이스탄불 그릴’의 주인 세르달 아카다 씨의 말이다. 그는 튀르키예 남자답게 건장하고 씩씩하며, 친근하다. 대뜸 “우리는 형제”라며 말을 건넨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잖아요? 형제의 나라라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서울에서 장사를 하고 있지만 그걸 넘어 저는 한국 사람, 서울 사람과 잘 지내는 게 좋아요.” 튀르키예는 한국전쟁에 2만1,000명가량이 참전해 많은 전사자와 부상자를 냈다. 이런 역사가 두 나라 사이를 범상치 않게 만들었다. 그의 고향 동네에도 참전 군인이 많았다고 한다. 튀르키예는 한국처럼 오랫동안 의무 복무 제도를 유지해온 나라이기도 하다.

이스탄불 그릴 2인 세트를 플레이팅하고 있는 모습

이스탄불 그릴 2인 세트를 플레이팅하고 있는 모습

다채롭고 깊이 있는 역사를 지닌 튀르키예 요리

“우리 고향은 카라만마라슈예요. 튀르키예 동남부에 있어요. 2023년에 큰 지진이 났다는 걸 아실 거예요. 고향에 식구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는 15년 전 서울에 와 여러 식당에서 일했다. 이태원, 강남 등지의 튀르키예 식당을 두루 거쳤다. 정식 요리 교육은 받지 않았지만 요리를 잘한다. 비결은? “손맛이죠(그는 또렷하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안이 요리를 잘해요.” 튀르키예 요리는 세계 3대 요리 또는 5대 요리라는 말을 듣는다. 아닌 게 아니라 그런 호칭을 들을 만큼 다채롭고 깊이 있는 역사를 자랑한다. 양을 키우기 좋은 환경이다 보니 고기를 잘 다룰 줄 알며, 밀 생산량도 엄청나다. 지중해와 흑해를 끼고 있어 생선 요리도 발달했으며, 너른 대지에서 온갖 채소가 나온다. 유럽과 아시아의 채소가 다 있다고 봐도 된다. 거기에 유목민의 역사가 있어 치즈와 유제품을 잘 먹고, 잘 만든다. 아랍과 접촉이 깊은 역사로 인해 맛있는 견과류를 다루다 보니 디저트도 끝내준다. 한국에서는 바클라바(견과류를 넣은 달콤한 과자), 아이스크림 등이 인기 있는데 그건 빙산의 일각이다.

주방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숯 그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주방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숯 그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케밥 그 이상의 미식 세계

“서울의 튀르키예 식당은 50개가 넘지 않을 거예요. 아이스크림 가게까지 합쳐서요.” 튀르키예 음식의 기본이 케밥인 것은 맞다. 하지만 외국에 케밥만이 알려진 건 이민자들의 생계 때문이다. 독일과 유럽 등지로 나가 살게 된 튀르키예 사람들은 값싸고 편리한 케밥을 즉석 음식으로 만들어 팔며 먹고살았다. 그 덕에 ‘튀르키예 음식=케밥’ 등식이 생겼다. 사실 케밥은 수많은 튀르키예 요리의 한 줄기에 불과하다. 마치 오랫동안 한국인이 외국 가서 불고기, 갈비를 팔아왔지만 그것이 한국 음식의 전부가 아닌 것처럼. 이스탄불 그릴은 일일이 숯불을 피워 요리한다. 아무래도 서울 사람들이 케밥을 원하기 때문에 고기(양·소·닭고기)를 양념해 숯불에 굽는 방식으로 제공한다. 깨끗한 오픈 주방에 들어서니 이글거리는 숯불의 열기로 ‘훅’ 하고 숨이 더워진다. “이제는 튀르키예에서도 가스를 많이 쓰지만 그건 주로 도시이고, 여전히 지역의 식당과 가정에서는 숯이나 나무를 많이 씁니다. 그 덕분에 고기 맛이 살지요.” 이런 방식은 서울의 손님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특히 어린 양갈비가 인기다. 흥미로운 점은 튀르키예의 다양한 요리를 한 테이블에 차려낸다는 것이다. 마치 한국의 백반집이나 고깃집에서 주 메뉴를 시키면 이것저것 반찬이 나오는 것과 흡사하다. 실제로 튀르키예에서도 이렇게 좌식으로 앉아 음식을 나누는 게 오랜 전통이다. 몇 가지 소스와 채소류, 고기, 밥 등이 한 테이블에 같이 나와 튀르키예의 음식을 ‘압축적이고 저렴하게’ 맛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튀르키예는 이슬람 국가치곤 아주 드물게 음주에 관대한 편이다. 튀르키예 국민 맥주라고 할 수 있는 ‘에페스’라는 브랜드 맥주가 냉장고에 가득 들어차 있다. 고소하고 시원한 필스너식 맥주다. 케밥이 튀르키예 음식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주력 메뉴인 것은 맞다.

이스탄불 그릴의 아카다 사장(왼쪽)과 박찬일 셰프.

이스탄불 그릴의 아카다 사장(왼쪽)과 박찬일 셰프.

아이란, 차, 과자로 마무리

“케밥은 아주 다양해요. 고기를 잘게 썰어 양념해서 요리하는 것을 보통 케밥이라고 하는데, 밥이나 빵을 곁들이고 이름도 아주 다양합니다. 케밥이 아닌 것도 외국에선 케밥이라고 부릅니다. 닭고기나 양고기를 쌓아서 돌려가며 굽는 걸 ‘되네르’(영어식 표현으로는 ‘도너’)라고 하죠. 그건 원래 케밥에 속하지 않아요. 그냥 그렇게 부르니까 케밥이 되어버린 거죠.” 외국에서 간혹 김치를 먹을 때 김치라고 이해하기 어려운 음식도 있다. ‘매운 것=김치’라고 부르는 경향이다. 마치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외국에서는 이민자들이 파는 케밥을 통해 튀르키예 음식을 알게 되었으니 문화적으로 왜곡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케밥, 양고기 같은 것 말고도 튀르키예 음식은 다양해요. 저는 가게 손님들에게 ‘아이란’을 한 잔씩 드시라고 권합니다. 우리가 직접 우유를 사서 발효시켜 만들어요. 차도 좋지요. 과자도 맛있고요.(웃음)” 구리 잔에 차갑게 담겨 나온 아이란은 살짝 소금 간이 되어 있고, 새콤한 맛이 매력이다. 아이란은 고기를 먹고 난 후 소화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차 음료(차이)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차 그 자체로 제공한다. “이름이 비슷해서 그런지 인도식 차이를 생각하는 손님이 많아요. 튀르키예에서는 인도처럼 설탕과 우유를 넣지 않습니다.” 오래전 이스탄불을 여행할 때 동네 찻집에 들어간 적 있다. 할아버지, 아저씨들이 차를 마시는데 이방인에게 차를 권했다. 그들이 찻값을 냈다. 여러 찻집에서 그런 일을 겪었다. 정말 형제의 나라가 맞는 듯하다. 세르달 아카다 씨는 1989년생이다. 스스로 ‘뱀띠’라고 한다. ‘세르달’은 튀르키예의 유명한 장군 이름이라고 한다. 가게에서 파는 바클라바를 사 가지고 왔다. 한 점 베어 물었다. 튀르키예 음식 체험을 마치기에 좋은 마무리였다.

튀르키예를 대표하는 음식들

튀르키예 음식은 중동, 중앙아시아, 지중해 지역의 영향을 받아 풍부한 향신료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숯불에 구운 고기, 다진 고기 요리, 채소를 활용한 반찬, 그리고 달콤한 디저트까지 조화로운 맛을 자랑하는 튀르키예 대표 음식을 소개한다.

케밥

케밥(Kebab)

튀르키예 음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케밥이다. 여러 종류가 있으며, 지역마다 특색이 있다. 수직으로 세운 고깃덩어리를 숯불에 구워 얇게 썰어낸 되네르 케밥, 숯불에 구운 꼬치 요리인 쉬시 케밥, 다진 양고기를 꼬치에 끼워 매운 양념과 함께 구운 아다나 케밥 등이 있다.

바클라바

바클라바(Baklava)

대표적인 튀르키예식 디저트. 얇은 페이스트리 층 사이에 다진 견과류를 넣고 시럽을 부어 만든다.

이스켄데르 케밥

이스켄데르 케밥(Iskender Kebab)

되네르 케밥에 토마토소스를 얹고, 밥 또는 빵과 함께 제공하는 요리. 요구르트와 함께 곁들여 먹으며, 부드럽고 상큼한 맛이 특징이다.

메네멘

메네멘(Menemen)

신선한 채소와 달걀을 볶아 만든튀르키예식 스크램블드에그다. 아침 식사로 빵과 함께 먹는다.

카이막

카이막(Kaymak)

튀르키예 전통 크림치즈로.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꿀을 곁들여 디저트로 먹는다.

박찬일
1965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노포의 장사법>, <밥 먹다가 울컥> 등의 책을 내며 ‘글을 맛있게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서울에서 만나는 다채로운 튀르키예 음식

전통적인 케밥은 기본. 숯불에 구운 양고기 요리, 수제 요구르트, 튀르키예식 브런치 등
서울에서 다채로운 튀르키예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을 소개한다.

튀르키예 출신 형제가 선보이는 정통 요리

#튀르키예 출신 형제가 선보이는 정통 요리

이스탄불 그릴

튀르키예 출신 형제가 공덕역 근처에서 운영하는 넓고 쾌적한 레스토랑. 튀르키예 전통 문양의 장식과 오픈 키친이 눈길을 끈다. 이곳에서는 숯불에 구워내 깊은 풍미를 자랑하는 고기 요리와 직접 만드는 전통 빵을 즐길 수 있다. 어린 양갈비와 양꼬치·소꼬치·닭꼬치, 구운 채소, 현지 스타일의 밥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세트 메뉴와 1인 메뉴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피클과 수제 소스는 고기와 궁합이 훌륭하다. 현지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인 입맛에 맞춰 짠맛을 줄였다. 매콤한 토마토 수프는 식사를 시작할 때 먹으면 좋고, 새콤함이 매력적인 튀르키예식 수제 요구르트는 식사 후 마무리로 제격이다.

인스타그램 @istanbul_grilll
가격 이스탄불 그릴 스페셜(2인분) 6만3,000원, 후무스 6,000원, 토르티야 2,000원, 요구르트 5,000원


이스탄불 그릴 내부



서울에서 만나는 튀르키예식 되네르 케밥

#서울에서 만나는 튀르키예식 되네르 케밥

베스트케밥

튀르키예 출신 사장이 운영하는 방이동의 작은 되네르 케밥 전문점. 이곳은 양고기와 치킨 케밥이 대표 메뉴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현지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주방에서는 양고기와 치킨이 돌아가며 구워지고, 손님은 치킨이나 양고기 또는 이를 혼합한 케밥을 선택할 수 있다. 토르티야, 토스트, 버거, 라이스, 이스켄데르 중 취향에 맞게 원하는 방식으로 케밥을 즐길 수 있다. 대표 메뉴는 전통적인 토르티야 케밥. 이스켄데르 케밥도 요구르트, 밥, 고기, 토마토가 조화를 이뤄 인기를 끌고 있다. 좀 더 현지스러운 맛을 원한다면 다진 소고기로 만든 아다나 케밥이 제격이다.


가격 치킨 케밥 토르티야 빵 미디엄 7,900원·라지 9,900원, 양고기 케밥 라이스 1만3,900원,믹스 이스켄데르 케밥 1만7,900원,소고기 아다나 케밥 1만6,900원

베스트케밥 내부


튀르키예식으로 즐기는 특별한 브런치

#튀르키예식으로 즐기는 특별한 브런치

흑해

튀르키예 출신 사장이 운영하는 해방촌의 브런치 카페다. 튀르키예 현지 분위기의 장식품으로 꾸며져 있다. 차와 커피는 물론, 브런치와 디저트를 제공해 오전부터 손님이 많다. 주요 메뉴로는 튀르키예 전통 크림치즈인 카이막, 신선한 채소와 달걀을 볶아 만드는 메네멘, 얇은 반죽에 튀르키예산 치즈와 파슬리를 넣어 구운 고즈레메등이 있다. 디저트로는 카이막 치즈 케이크와 튀르키예 수제 푸딩 케이크가 있으며, 와인도 갖춰 저녁 시간에는 와인과 간단한 안주를 즐길 수 있다. 모든 메뉴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본연의 맛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미리 예약하면 튀르키예식 아침 식사 세트도 즐길 수 있다.

인스타그램
@blacksea_kr 가격 카이막 세트 1만4,000원, 메네멘 1만8,000원, 튀르키예 와인(잔) 1만3,000원, 고즈레메 1만5,000원, 튀르키예식 아침 식사 1인 2만5,000원

흑해 내부

배효은 사진 박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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