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기 좋은 가을이다. 오래된 한옥과 새로운 가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곳,
이름마저 트렌디한 서순라길로 나서보자.
종묘 입구 서쪽에서 500m 정도 뻗은 돌담길인 서순라길은 종묘와 돈화문 사이에 숨어 있는 길이다. 시대 통금 시간에 순찰하는 이들을 ‘순라군’이라고 불렀는데, 서순라길은 그들이 돌던 종묘 서쪽 골목이라는 뜻이다. 최근 이 서순라길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중에는 젊은이도 많다.
새롭게 형성된 이색적인 분위기의 ‘힙한’ 상권과 오랫동안 이 길을 지켜온 한옥들이 어우러져 새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덕분이다. 주말에는 차 없는 거리로 운영돼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산책하기도 좋다. 돌담길 인증 사진을 찍으며 서순라길만의 분위기를 즐겨보자.
탐험이 시작되는 곳, 파이키
“찾는 사람이 임자(Finders Keepers)”라는 영어 속담의 철자를 줄여 ‘파이키(Fikee)’다. 책과 음료를 즐기는 탐험가들의 베이스캠프가 되고자 하는 장소답게 책 탐험가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단골손님의 애칭은 ‘파인더’로, 그들에 대해 소개하는 ‘파이키와 40인의 파인더’라는 비정기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꼬소함’을 담은 파이키 라테가 맛있어 인기 있다.
주소 종로구 서순라길 81
SNS @fikee.seoul
동양의 파르테논신전, 종묘
서순라길 초입엔 종묘가 있다. 조선 왕조 역대 국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신 곳이다. 정문인 외대문을 지나면 우거진 나무 속에서 ‘조선’이 고개를 든다. 일본의 건축가 시라이 세이이치가 “서양엔 파르테논신전, 동양엔 종묘”라고 칭송했을 만큼 종묘는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종묘를 거닐며 ‘조선’의 가을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주소 종로구 종로 157
홈페이지 royal.khs.go.kr
쉼을 위한 공간, 헤리티지클럽
서순라길 중심에 위치한 한옥 개조 카페 겸 바(Bar). 현대적 느낌의 외부와 달리 내부 곳곳엔 한옥을 개조한 흔적이 남아 있다. ‘쉼’을 위한 공간답게 메뉴판에는 큰 목소리로 대화나 전화 통화 자제를 부탁하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다. 통창 너머로 돌담길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거나 와인을 마시며 한숨 돌리기도 좋은 공간이다.
주소 종로구 서순라길 75
SNS @heritage_clubb
전현무가 반한 타코 비틀비틀, 비틀스타코
돌담길과 한옥을 바라보며 멕시코 음식 타코와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 돼지고기로 만든 비틀스 타코, 소고기와 치즈를 넣어 구운 비리아 타코가 대표 메뉴다. 대구 살을 튀겨 만든 피시 타코도 인기 있다.
주소 종로구 서순라길 89-7
SNS @bittles_taco
신진 주얼리 브랜드가 자라는 곳, 스페이스42
서순라길 곳곳에는 작은 보석 공방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너와 나의 공간’이라는 주제를 주얼리 스튜디오와 시제품 제작 등으로 풀어나가는 코워킹 스페이스다. 신예 디자이너 중심의 다양한 주얼리 기획전과 각종 원데이 클래스를 열면서 주얼리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주소 종로구 서순라길 83
SNS @space42_official
“SNS로 알게 돼 여러 번 방문했습니다.
한옥과 어우러진 거리는 여러 곳 있지만, ‘야장(밖에 테이블을 둔 술집)’에서 돌담길을 바라보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곳은 서순라길이 유일하지 않을까요.
요즘 날이 좋아서 몇 번 더 방문할 것 같습니다.”
“계획 없이 익선동을 걷다가 우연히 방문했어요. ‘야장’이 많아서 그런지 자유로운 분위기가 맘에 들어요.
주말에는 차 없는 거리로 운영돼 소음이 거의 없는 점도 좋은 것 같아요.”
알록달록 오방색, 한국색동박물관
한국의 색동은 삼국시대부터 사용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약 1,000점의 색동 관련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한국색동박물관은 다양한 색동 유물을 전시한다. 색동 패션 디자인과 현대화된 색동 디자인 제품 관련 전시도 꾸준히 기획하고 있다. 한복 체험, 색동저고리 책갈피 만들기, 색동 액세서리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해 볼 만하다.
주소 종로구 율곡로10길 85-7
SNS @saekdong_museum
불멸의 독립운동 정신이 깃든 곳, 대각사
3·1운동 민족 대표 33인 중 한 명인 승려 용성진종(龍城震鐘)이 민족해방운동을 위해 창건한 절. 독립운동의 성지로 불리기도 했다. 해방 이후 김구 선생과 임시정부 요인의 귀국 봉영회가 마련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부지는 넓지 않으나 한국 사찰 특유의 화려하고 웅장한 멋이 있다.
주소 종로구 율곡로10길 87
SNS @daegaksa11
한국의 모든 떡을 만나는 곳, 떡박물관
떡박물관은 한국인의 희로애락과 함께해온 음식이라는 관점으로 떡을 소개한다. 시절에 따라, 일상 의례에 따라, 또 만드는 법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떡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떡을 만들 때 쓰는 각종 도구도 전시돼 있다. 떡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떡을 직접 만들고 맛볼 수 있다.
주소 종로구 돈화문로 71 인산빌딩
SNS @tteok_museum
국악 한마당, 서울돈화문국악당
서순라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국악 전문 공연장. 전통 한옥 건축과 현대건축 양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종종 잔디밭에서 열리는 야외 공연은 국악 특유의 흥을 느끼게 해준다. 꼭 공연을 감상하지 않아도 1층 카페테리아에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주소 종로구 율곡로 102
SNS @sdtt.or.kr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서울우리소리박물관
한국인의 희로애락이 가락과 장단에 녹아 있는 한국 민요를 보존하고 연구하는 곳. 상설 전시 <우리 소리로 살다>에서는 노동요, 민속놀이요, 의례와 위로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기획전 <오늘 만난 토리>에서는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음악 사투리인 토리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주소 종로구 율곡로 96
SNS @koreanfolkmusicmuseum
담백한 이북식 만둣국 한 그릇, 개성
이북식 만두가 들어간 만둣국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팔당에 있는 본점은 <식객 허영만의 백반 기행>, 넷플릭스 <김치의 나라>에 소개됐다. 메뉴는 만둣국·계절 메뉴·제육, 단 세 가지다. 이곳의 만두는 백김치를 넣어 맛이 담백하다. 사골 대신 양지를 고아 만든 맑은 육수 또한 정갈한 맛을 낸다.
주소 종로구 서순라길 155
SNS @_kae_sung
글 김용준 사진 최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