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폭 감싸며 쌓아 올린 한양도성은 나지막한 키를 가졌다.
성을 따라 난 한양도성 순성길을 걸으면 담 너머 풍경은 물론, 사람이 사는 모습까지 눈에 담긴다.
오래전부터 디뎌온 발자국들이 만든 길이 우리를 편안히 이끌어준다.
오랜 이야기를 따라 걷는 길
한양도성 순성길의 시작과 끝은 번화한 도심이지만, 몇 발자국만 옮기면 새소리, 귀뚜라미 소리 그리고 내 발걸음 소리만이 들리는 호젓한 산책을 음미하게 된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한양도성은 이 길을 따라 걸으며 가슴속 바람을 털어놓는 사람들을 묵묵히 지켜왔다. 매일 새로운 이야기가 더해지는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길이기도 하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서울 풍경을 만나다
한양도성 순성길을 걷다 보면 하늘과 맞닿은 시선 끝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서울 풍경을 바라보며 한참 서 있게 된다. 도성 안쪽의 호젓함은 도성 건너편의 소란스러움과 이어진다. 과거와 현재, 전통과 미래가 뒤섞인 한양도성 순성길은 청명한 가을바람과 함께 특별한 걷기 여행을 만들어준다. 이보다 더 걷기 좋을 수 없는 계절, 서울의 역사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한양도성 순성길을 걸어보자.
글 박혜숙 사진 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