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만큼 알찬 자기 투자가 있을까. 자신만의 운동 루틴을 세우고
운동 팁을 공유하는 사람과 근육량을 체크하며 운동과 식단 조절로
‘근육 쌓기’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바야흐로 운동하고
근육을 저축하는 ‘오운완’, ‘근테크’ 시대다.
“아, 운동하기 싫다.” 매일매일 해야 하는 건강관리가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막연하게 운동이 싫다는 건 옛말이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즐겁게 운동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즐겁게 운동한다는 마인드 세팅이다. 이들이 운동을 하는 목적은 운동을 통해 건강해지려는 것도 있지만, 건강을 통해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되면 운동을 꾸준히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들은 운동하는 방식, 운동을 즐기는 방식에 관심을 가지며 맞춤형 운동, 식단, 멘털·스트레스 관리, 운동복 스타일, SNS 인증 및 공유 등의 즐거움도 놓치지 않는다.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소신 있게 건강관리의 재미와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다.
트레드밀 달리고 암벽 오르는 ‘오운완족’
‘170일 차, 덤벨 8세트, 트레드밀 러닝 28분 3.3km, 105kcal, 상위 48%.’ 대학생 박주혜 씨는 매일 운동을 기록한다. 운동 일지를 쓴 지 171일 차에 접어든 그는 못 말리는 오운완족이다. ‘오운완’은 ‘오늘의 운동 완료’의 줄임말로, 자신이 스스로 정해놓은 하루 운동량을 제대로 소화했다는 의미다. “친구들과 운동량을 비교하기도 하고, 챌린지 목표를 설정해놓기도 해요. 수업이 끝나면 다들 피트니스센터나 필라테스 스튜디오로 달려가요. 운동으로 마무리해야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직장인 김원재 씨 또한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엉덩이에 가시가 돋는 오운완족이다. “원래 운동을 좋아해서 오랫동안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했어요. 그러다 2년 전부터 러닝에 꽂혀 밤마다 텅 빈 거리를 달려요. 일을 마친 후 뛰고 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그렇게 좋을 수 없더라고요.” 그는 얼마 전부터 ‘런플’ 앱을 깔고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 새로 개장한 러너스테이션을 찾고 있다. “러닝 전문 코치의 지도를 받을 수 있어서 좋아요. 달리는 자세 외에도 적정 심박수와 장거리 페이스 단축법 등 평소 러닝에 대해 궁금했던 부분을 상담할 수 있어 도움이 돼요.”
학원 강사로 일하는 주민지 씨는 클라이밍으로 심신을 다지며 하루를 활기차게 연다. 클라이밍을 시작한 지 6년, 저녁형 인간의 삶은 완전한 아침형 인간의 삶으로 바뀌었다. “주로 저녁과 밤에 강의를 하는 학원 강사로 일하는 만큼 오전에는 축 늘어져 있곤 했어요. 하지만 클라이밍을 시작한 후 오전을 알차게 보내게 되었죠. 출근 전 클라이밍을 하며 땀을 빼고 나면 아주 상쾌해요. 최적의 출발을 할 수 있는 피지컬·마인드 세팅을 갖추는 셈이죠.” 체질이 변하고 컨디션이 좋아지면서 현재는 몇 년 동안 앓았던 역류성 식도염도 개선된 상태다. “외벽 클라이밍의 경우 하루 이용료가 3,000~4,000원 정도로 저렴해요.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실내 센터는 한 달에 10만 원 정도고요. 운동이야말로 최소 투자로 최대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알찬 자기 투자라고 생각해요.”
헬린이 짤, 오운완 포즈부터 덤벨 이코노미까지
박주혜 씨와 그의 친구들처럼 운동을 즐기는 MZ세대는 SNS에 자신이 운동한 후의 모습을 올리며 ‘#오운완’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곤 한다. 오늘 한 운동을 SNS에서 사진으로 인증하며 해시태그를 달아 기록하는 오운완 피드 인스타그램에서 200만 건 넘게 공유되고 있다. ‘직장인 헬린이’, ‘득근득근 오운완’, ‘근육은 배신하지 않는다’ 같은 오운완 짤이 유행하는가 하면, 어깨 운동이나 히프 업 운동 등 특정 부위의 운동 효과를 SNS에서 극대화해 보여줄 수 있는 오운완 포즈도 유행하고 있다. 최근 걸 그룹 출신의 가수 겸 배우인 경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운완! 요즘 루틴은 운동하고 마시면서 체지방 커팅해주기’라는 글과 함께 블랙 크롭트 톱을 입고 오운완 포즈를 취한 여러 장의 사진을 게재해 화제를 불러 모았다.
서울시가 러너스테이션을 거점 삼아 여의도한강공원 일대에서 지난 5월 말부터 운영해온 9개의 러닝 관련 프로그램에는 수천 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참가자의 대부분은 20~40대였다. 서점가와 유통업계에도 오운완을 품은 ‘갓생’ 열풍이 불고 있다. 갓생은 신을 의미하는 ‘갓(God)’과 삶을 의미하는 ‘생(生)’을 조합한 신조어로, 매일 생산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부지런하게 사는 인생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오운완’, ‘모닝루틴’, ‘만보걷기’ 등 해시태그가 더해진 갓생을 주제로 한 콘텐츠는 유튜브, 틱톡 등에서 예상치 못한 수익을 내고 큰 인기를 누리며 대척점에 있던 ‘욜로’, ‘플렉스’의 인기를 가뿐히 넘어섰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경기 침체의 신호와 함께 소비가 위축되고 있음에도 오운완 관련 시장은 오히려 성장하는 분위기다. 운동하는 MZ세대가 늘면서 운동복이나 발레복을 일상복처럼 입는 ‘애슬레저 룩’과 ‘발레코어 룩’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아예 건강관리용 트레이닝 제품과 식품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는 현상을 뜻하는 ‘덤벨 이코노미’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케틀벨, 짐볼, 스테퍼와 함께 요가 매트와 스트레칭 밴드, 단백질 음료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건강관리를 즐거움, 행복으로 여기는 문화(Healthy Pleasure)가 일상이 되었고,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근육 쌓고 미래도 쌓는 ‘두근두근’ 근(筋)테크
10대와 20대가 재미와 인증을 위한 오운완에 집중하는 모습이라면, 30대와 40대는 내실과 미래를 위한 ‘근테크’에 좀 더 치중하는 모습이다. 근육과 재테크를 합친 근테크는 젊을 때 근력을 모아놔야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노년기의 근육 부족은 근감소증과 골다공증으로 이어지고, 수명 단축과 직결된다.
또 운동은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정서적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안용민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환자들에게 운동하라는 말을 자주 하는 것도 정신 건강에 운동만 한 약이 없다는 믿음에서다.
“우울증 환자가 매일 30분 이상 걷기만 해도 증세가 개선되고, 재발하지 않는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우울증 환자가 아니더라도 운동을 꾸준히 하면 우울한 기분을 바꾸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스스로도 매일 사이클링 근력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안 교수는 “이제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다. 노화 전문가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근테크야말로 최고의 노화 예방책이라고 말한다. “30대부터 1년에 약 1%씩 근력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60대에 이르면 그 속도가 더 빨라집니다. 노화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근육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스쿼트나 플랭크 같은 코어·하체 근력 운동을 하루 10분씩 꾸준히 1년간 하면 근력이 20% 늘어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정 교수는 일반인이 근감소증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신호등을 시간 내에 건널 수 있는지, 페트병 뚜껑을 딸 수 있는지, 허벅지와 종아리 두께가 가늘어지지 않았는지 등을 살피면 된다고 덧붙이며 “일주일에 두 번씩 근력 운동을 하고, 유산소운동과 스트레칭, 전신 밸런스 운동을 병행하는 게 가장 좋다”라고 조언한다. 미리 튼실히 쌓아놓은 근육이 없다면 누구도 건강한 노년을 장담할 수 없다.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한 든든하고 ‘근근(筋筋)’한 투자. 편안한 노후를 위해 젊을 때부터 돈을 저축하듯 근육도 꾸준히 저축해보면 어떨까.
“뛸 때만큼은 생각을 하지 않게 되고, 답답함도 날릴 수 있어요.
규칙적인 러닝을 시작한 후 스트레스가 크게 줄고, 지구력이 높아졌어요.
최근 수면 시간이 줄었음에도 잘 버티고 있는 걸 보면 러닝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 같아요.”
“여러 운동을 시도했지만 재미를 느끼지 못해 포기하곤 했어요. 그러다 클라이밍에 입문했는데,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쾌감이 있었어요. 요즘은 클라이밍과 필라테스를 격일로 즐기고 있어요.
실내 클라이밍은 근육을 풀어주는 시간과 실제 암벽을 타는 시간을 포함해 1시간 반 정도 진행하고,
날씨가 좋은 날은 하루 종일 외벽 클라이밍을 즐기기도 해요.”
+ ‘러너스테이션’을 이용해볼까?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 문을 연 러너들의 성지 ‘러너스테이션’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하 1층에 마련된 ‘러너스 베이스캠프’에는 물품 보관함과 탈의실을, 베이스캠프 입구에는 신발 소독·살균기를 설치했다.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미디어 보드를 통해 러닝 코스와 러닝 크루에 대한 안내는 물론, 기상 상황 등 각종 정보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위치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시설 물품 보관함, 탈의실, 파우더 룸, 무동력 트레드밀 등 편의 시설
+ 영화 속 ‘숲속 요가’를 현실에서!
서울시 미래한강본부는 공원 프로그램의 하나로 숲속에서 하는 요가를 운영한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샛숲학교) 샛숲 런치 요가’는 수·목요일에, 인도인 요가 강사가 진행하는 ‘샛숲 인도 요가 명상’은 첫째·셋째 주 토요일에 참여할 수 있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샛숲학교) 샛숲 인도 요가 명상
위치 영등포구 여의동로 48 여의도샛강생태공원 내 어린이 콩쥐팥쥐 자연놀이팡(우천 시 여의샛강생태체험관 실내)
시설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yeyak.seoul.go.kr)
+ 서울둘레길 야간 트레킹에 도전해볼까?
서울둘레길은 운동 삼아 걷거나 가볍게 걷기에 더없이 좋은 트레킹 코스다. 서울둘레길에는 총 28곳에 우체통을 재활용한 스탬프 시설이 마련돼 있다. 스탬프를 수집하며 둘레길을 완주하다 보면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다.
홈페이지 gil.seoul.go.kr
문의 120다산콜센터
글 임지영 사진 김재형, 박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