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시장이 생활 밀착형 장보기 공간이라면 야시장은
축제의 한마당으로 흥을 돋운다. 관광객과 MZ세대를
사로잡은 서울의 야시장을 소개한다.
전 세계적으로 야경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서울. 서울의 밤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야시장 산책은 무더운 여름밤, 에어컨 아래 웅크리고 있고 싶지 않은 서울시민과 관광객에게 최고의 비타민 처방이다. 더위를 피해 달아나는 피서(避暑)의 덕목으로 깜깜한 밤에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야시장은 반짝이는 불빛 아래 신기루처럼 차려진 음식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낮의 시장과는 또 다른 분위기와 매력이 가득하다. 서울시에는 매일 여는 야시장과 전통시장에서 운영하는 여름 야시장 등 다양한 야시장이 열려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먹고 마시고 걷고 즐기는 축제의 야시장을 둘러본다.
밤까지 이어지는 축제의 열기, 방이시장
송파 장보기의 성지로 이름날 만큼 오래된 맛집과 싱싱한 제철 식재료를 자랑하는 방이시장. 방이시장은 닭강정·감자탕·만두·회 등 다양한 먹거리로 평소에도 새벽 2~3시까지 불야성을 이룰 만큼 쟁쟁한 맛집이 모여 있다. 6월 15~16일 이틀간 서울시 전통시장의 야간 먹거리 장터 행사의 일환으로 지역 주민들의 축제가 펼쳐져 야시장으로서의 명성을 드높였다. 야시장 분위기에 기분이 들떠 평소보다 배부르게 먹었다면 밤 산책에 나서보자. 큰길 건너 잠실의 전통 맛집 거리인 ‘방이동 먹자골목’과 석촌호수, 잠실 롯데월드몰 등 2차, 3차로 먹고 산책할 곳이 풍성하다.
운영 시간 오전 8시~오후 9시(첫째·셋째 주 화요일 휴무, 음식점은 매장마다 상이)
외국인 필수 코스, 광장시장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광장시장의 먹자골목은 야시장 탐험대라면 꼭 들러야 하는 곳.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에 등재된 ‘부촌육회’를 비롯해 빈대떡, 마약김밥, 꽈배기, 칼국수와 비빔밥 등 전통 먹거리는 기본이고 MZ의 시선을 끄는 베이커리와 와인 바 등도 알차게 자리 잡고 있다. ‘박가네빈대떡’에서 기획한 그로서리 숍 ‘365일장’과 4층에 위치한 와인 바 ‘히든아워’ 모두 광장시장의 명소. 먹자골목에서 벗어나 중앙직물부 쪽으로 가다 보면 원단 매대가 빠지고 난 뒤 어둠이 내릴 때쯤 리어카를 끌고 신기루처럼 나타나는 작은 야시장도 추천한다. 리어카 위에서 정겹게 전을 부쳐주는 할머니와 나누는 이야기는 곱씹을수록 좋은 추억이 될 것. 야시장의 맛과 멋을 즐기고 싶다면 놓치지 말자.
운영 시간 오전 9시~오후 7시(일요일 휴무), 먹자골목은 오후 11시까지(연중무휴)
MZ들의 핫한 놀이터, 서울중앙시장
한국전쟁 전후로 서울 3대 시장으로 꼽히던 서울중앙시장은 규모가 큰 상설 시장으로, 장 보러 오는 손님도 많지만 MZ들의 핫한 놀이터가 될 만큼 분위기가 새로워졌다. 시장의 메인 거리 옆으로 가지처럼 뻗어나간 골목길에 하나둘 남다른 포스의 음식점들이 생겨나 신당동을 ‘힙당동’으로 만들어준 이유가 맛의 명소임을 알려준다. ‘맛잘알’ 가수 성시경이 좋아하는 ‘옥경이네건생선’을 비롯해 곱창구이, 회, 어묵 등을 비롯한 전통 먹거리부터 타코, 핫도그 등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세련된 외국 음식점들이 사이좋게 모여 있다.
운영 시간 오전 7시~밤 12시(매월 셋째 주 일요일 휴무, 업종별 상이)
“미국에서 요리를 배우고 돌아와 큰 꿈을 키우던 중 ‘청년키움식당’의 지원을 받아 서울중앙시장에 ‘퀸텟’이라는 음식점을 열었습니다. 미국의 맛을 제대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8월 15일까지 운영하니 많이 들러주세요!”
작지만 알찬 곳, 남대문시장
해가 뉘엿뉘엿 지고 남대문시장 갈치조림골목의 분주함이 잦아들 무렵이면 메인 거리에서 숭례문수입상가의 ‘막내횟집’으로 통하는 골목길에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메인 거리의 야시장이 아케이드 공사 예정으로 사라진 사이에 작은 골목 시장이 생겨난 것이다. 생맥주에 어울리는 튀김과 마른안주를 비롯해 각종 전을 먹으며 지난 20세기의 유행가를 목청껏 따라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다. 외국인들도 반하는 꼬리곰탕 전문점 ‘은호식당’, 평양냉면과 녹두전이 맛있는 ‘부원면옥’은 남대문시장의 오래된 맛집들. 최근에는 남대문의 야시장 골목상권을 되살리려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움직임이 남다르다. 글로벌 관광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한 아케이드 조성 기념행사로 얼마 전 전국 수제 맥주를 한자리에 모은 ‘큰맥페스티벌’을 열어 맥주 애호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운영 시간 오후 6시~10시(일요일 휴무, 업종별 상이)
한식 특화 푸드 트럭 야시장, K-푸드 페스티벌 넉넉
매주 수~일요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 작은 공원에는 더위가 한풀 꺾이는 오후 4시부터 15대의 한식 특화 푸드 트럭이 모여 작지만 알찬 야시장이 꾸려진다. 김치베이컨치즈전, 호두크림치즈 곶감말이, 김치·쌈장 닭꼬치, 누룽지닭강정, 단호박 식혜 등 이색 한식을 모던하게 선보여 외국인들에게도 인기 만점! 광화문과 시청이 한눈에 보이는 2층 테라스석부터 편안한 빈백, 북적북적한 테이블까지 앉을 자리가 넉넉해 이용하기 편리하다. 광화문 책마당이 열리는 주말에는 더욱 즐거운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운영 기간 5월 29일부터 내년 5월까지 운영 예정, 매주 수~일요일(하절기 7,8월에는 매주 금~일요일)
운영 시간 오후 4시~9시(하절기 7,8월에는 오후 5시~10시)
“캘리포니아에서 놀러 왔는데, 서울이 캘리포니아보다 날씨가 좋아서 야외에 앉아 있으니 너무 행복해요! 푹신한 빈백에서 얘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피크닉 온 듯 한국 음식을 다양하게 맛보니 즐거운 여행에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여기 소개한 5개 야시장 외에도 11월까지 이어지는 야시장 행사에서는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시장 대표 상품 소개는 기본이고, 여름 맥주 축제나 가을 피크닉 등 계절별 콘텐츠를 활용한 이벤트도 가득하다. 이 외에도 야시장 맞춤 메뉴와 밀키트 판매, 지역 예술가 참여 공연 및 체험 프로그램 등이 풍부하게 펼쳐진다.
야시장 영업시간과 휴일은 시장별로 차이가 있으니 들르기 전 꼭 공식 행사 일정을 확인해볼 것. 전통시장별 자세한 행사 일정과 내용은 서울시 홈페이지와 자치구 전통시장 담당 부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글 박혜숙 사진 박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