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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에스파냐

올레! 에스파냐>
2024.07

여행

취향의 발견

올레! 에스파냐

음성·문자 지원

스페인 음식은 신선한 재료와 깊은 풍미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서울에도 현지의 맛을 재현하는 식당들이 생겨나고 있다.
스페인 정부 인증을 받은 레스토랑에서 스페인 음식의 정수를 맛보았다.

해산물 파에야

해산물로 육수를 내고 각종 해산물을 아낌없이 넣어 감칠맛이 일품인 해산물 파에야.

서울에는 수많은 외국 음식점이 있다. 서양 요리로 좁혀보면 이탈리아식과 미국식이 대세를 이루고, 프랑스식 식당도 더러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필자 개인적으로도 스페인 요릿집을 거의 볼 수 없다는 게 특이하다. 과거 몇몇 식당이 스페인 스타일을 표방하며 영업한 적이 있었고, 최근까지도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별을 받은 식당이 있었지만 그곳은 현재 서울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 스페인 정부 인증 식당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이름은 ‘따빠 마드레’다. ‘따빠’는 복수형으로, ‘타파스(Tapas)’라고 부르는 스페인의 간이 음식을 말한다. 스페인식 발음으로 강하게 표기한 것이다. ‘마드레’는 문자 그대로 ‘엄마’를 의미한다. 즉 ‘엄마가 만드는 타파’라는 뜻으로, 맛있는 타파, ‘끝내주는’ 타파를 의미한다.

“저는 원래 중국 쪽 무역 일을 했는데, 우연한 계기로 스페인 식재료를 수입하고 식당을 운영하는 회사를 맡게 되었어요. 지금처럼 식당을 전문으로 하게 될 줄은 몰랐지요.(웃음)” 따빠 마드레 박정미 대표의 말이다. 그는 경영을 맡고, 요리는 국제 요리와 스페인 요리를 전공한 유학파 셰프가 전담한다.

‘스페인 정부 인증’이 특별한 이유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수준과 맛의 요리가 왜 장안에서 소문이 크게 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요란한 디자인은 없지만 요리의 수준과 재료의 질이 아주 뛰어나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이베리코 돼지의 염장 숙성육인 하몬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최상 등급의 베요타이고, 한국인에게 특히 인기 있는 감바스 알 아히요(새우와 마늘을 올리브유에 익힌 것)에 쓰인 새우는 깊은 풍미가 있고 큼직한 고급 홍새우다. 파에야는 쌀의 질감과 재료의 선별, 거기에 누룽지가 잡히도록 적절하게 요리한 솜씨에 엄지가 척 올라간다. “전 원래 요리 세계를 몰랐어요. 좋은 재료를 쓰자, 최대한 진짜 스페인 재료를 가져다 쓰자고만 생각했죠. 그래서 재료비 비율이 얼마인지 계산도 안 해봤어요.”

한국에서 구하지 못하는 스페인 식재료가 많아서 아예 무역 경험을 살려 직수입했다. 그러자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작년 스페인 정부 무역진흥청이 공식 인증하는 ‘스페인 레스토랑(Restaurants from Spain)’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한국에서 처음이다. 2016년에 개업해 코로나19 시기에도 버티면서 좋은 재료와 훌륭한 요리 실력을 지켜온 대가였다. 이 인증을 받은 곳은 전 세계 40여개국, 260개 식당에 불과하다. 스페인 재료를 제대로 사용하고 현지의 맛을 잘 구현하는 곳이 심사 대상으로, 상당히 희소한 자격인 셈이다.

뉴욕에서 요리를 전공한 셰프가 파에야를 만드는 모습

뉴욕에서 요리를 전공한 셰프가 파에야를 만드는 모습.

따빠 마드레’의 감바스 알 아히요

따빠 마드레’의 감바스 알 아히요는 새우 머리가 그대로 나오는데, 새우 머리 내장에서 나오는 바다의 맛이 매력적이다.

스페인 감성의 인테리어

붉은 벽과 스페인 탱고를 추는 여인을 담은 액자가 어우러진 스페인 감성의 인테리어.

스페인 요리의 핵심, 재료와 정통의 조화

식당은 흔히 ‘성곡미술관길’이라고 불리는, 신문로에서 올라가는 구불구불한 옛길에 자리하고 있다. 과거부터 고급 주택이 몰려 있었고, 식당과 카페 등이 생겨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서울 도심에서도 특별하고 호젓한 길을 걸어 만나게 되는 스페인 식당이라니. 따빠 마드레는 핀초스라는 메뉴도 선보이고 있다. 타파(따빠)란 원래 바에서 서서 먹는 간이 음식이다. 스페인, 특히 남부 지방은 식재료의 맛을 살린 음식을 싸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바(Bar)가 발달했다. 바르셀로나가 대표적이다. 스페인의 바는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의 심야 술집이 아니라, 음료와 음식에 술도 곁들여 마실 수 있는 간편 식당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목로주점이라고 하면 어울리겠다. 이런 바는 현지 주요 식재료가 망라되는데, 바다에서 나는 문어와 조개·새우등 온갖 진미와 하몬·로모(햄)·초리소(소시지) 등을 판다. 그중에서 빵을 썰어 간단한 재료를 올리고 가느다란 꼬챙이 등으로 고정한 걸 핀초스라고 부른다. 싼값에 간편하게 요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인기가 있다. 원래는 아주 대중적인 요리였는데, 고급 재료를 사용해 정교하게 만드는 문화가 생겨났다. 파에야 등과 함께 세계적 유행을 타고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저희가 원하는 스페인 재료를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어서 직접 무역을 많이 해요. 해산물도 현지에서 나는 걸 가져오곤 합니다.” 이 식당의 명물 요리 중 문어 그릴이 있는데, 놀랍게도 스페인 갈리시아에서 잡힌 문어를 직송해온다. 또 소금에 절인 스페인 특유의 대구가 있다. 한국 대구로 대신할 수도 있지만, 현지 방식과는 다르고 어종의 특성도 달라 완전하게 스페인 맛을 재현할 수는 없다. 그래서 소량이라도 스페인에서 가져다 쓴다. 문제는 돈이다. 대량 수입이 아닌 경우 통관에 들어가는 비용, 유통 비용 등이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재료비가 크게 상승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대체품을 찾게 마련이다. 하지만 가능하면 현지의 맛을 우선으로 하다 보니 비즈니스로서는 어려운 점이 많다. 대신 명예를 얻었다고 할까.

물론 현지화(?)에 성공한 재료도 있다. “파에야에 들어가는 쌀은 원래 스페인산을 썼어요. 쌀의 품질은 한국도 아주 좋지만, 파에야에 쓰는 품종은 알이 굵고 씹는 맛이 강한 특성 때문에 다른 면이 있어요. 그래서 스페인 현지 쌀을 가져왔는데, 한국에서도 아주 흡사한 쌀을 찾았어요. 이런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우리 식당도 성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인 손님이 많지만, 스페인 사람도 당연히 즐겨찾는다. 주한 스페인 대사관에서는 종종 파티를 열거나 접대 파티 등에 이 식당을 이용한다. 정부 산하 기관의 인증 식당이니 당연한 얘기겠다.
작은 서울의 주택을 개조해 아담하게 꾸민 식당 구석구석이 마음에 든다. 주인의 정성이 느껴진다. 음식이란 아주 예민하다. 현지의 재료로 현지의 셰프가 요리해도 맛이 달라진다. 그걸 ‘공기와 풍토가 다르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따빠 마드레는 그런 핸디캡을 딛고 현지 맛에 최대한 가까운 존재를 찾은 듯하다. 놀라운 일이다.

박정미 대표와 필자 그리고 셰프

좋은 재료로 제대로 된 스페인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박정미 대표와 필자 그리고 셰프 .

스페인을 대표하는 음식들

스페인에는 지역별로 고유한 음식이 있다. 각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반영하며,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으로 풍부하고 다채로운 맛을 자랑한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음식을 소개한다.

파에야(Paella)

발렌시아 지역의 요리로 해산물·닭고기·토끼 고기·채소 등을 볶은 후 육수나 물을 부어 끓이다 쌀을 넣어 익힌 스페인 전통 쌀 요리다. 쌀을 좋아하는 한국인이 주로 찾는 스페인 음식 중 하나다.

타파스(Tapas)

스페인 전 지역에서 먹는 타파스는 식사 전에 술과 함께 간단히 즐기는 소량의 음식을 통칭한다. 간단한 올리브나 치즈, 햄뿐 아니라 오징어튀김이나 미트볼과 같은 조리된 요리까지 무엇이든 타파스가 될 수 있다.

하몬(Jamón)

스페인을 대표하는 건조 숙성 햄. 하몬 세라노(Jamón Serrano)와 하몬 이베리코가 대표적이다. 얇게 썬 하몬은 고소하고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가스파초(Gazpacho)

안달루시아 지역의 차가운 토마토수프. 주로 여름철에 즐겨 먹는데, 토마토·피망·오이·양파 등을 갈아 만든 후 올리브유와 식초로 맛을 낸다.

토르티야 에스파뇰라(Tortilla Española)

스페인 국민 음식이라 불리는 스페인식 오믈렛으로, 주로 감자와 양파를 넣어 두툼하게 만든다.간단하지만 맛이 깊고, 온도에 상관없이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초리소(Chorizo)

파프리카로 맛을 낸 돼지고기 소시지로, 스페인의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구워 먹거나 얇게 썰어 타파스로 즐긴다.

박찬일
1965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노포의 장사법>, <밥 먹다가 울컥> 등의 책을 내며 ‘글을 맛있게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서울에서 다채로운 스페인 음식을 즐긴다

스페인 사람들도 즐겨 찾는 서울의 스페인 레스토랑 세 곳을 소개한다.
현지의 맛과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해 한국에서도 스페인 요리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다.

따빠 마드레 음식

#국내 유일의 스페인 정부 인증 레스토랑

따빠 마드레

국내에서 유일하게 스페인 정부 인증을 받은 ‘따빠 마드레’는 2016년 스페인 셰프와 함께 오픈했으며, 현재는 뉴욕 CIA 출신 셰프가 주방을 총괄하고 있다. 가성비 좋은 스페인 식당으로, 다양한 스페인 와인도 즐길 수 있다. 새우 머리까지 함께 나오는 감바스 알 아히요, 갑오징어튀김, 해산물을 아낌없이 넣은 해산물 파에야 등이 대표메뉴다. 런치 세트 메뉴도 있어 부담 없이 여러 메뉴를 즐기기 좋다.

인스타그램 @tapamadre2016
가격 런치 세트 A 3만8,000원, 감바스 알 아히요 +빵 2만4,000원, 해산물 파에야 3만6,000원
문의 0507-1404-4199

따빠 마드레


엘 따뻬오 음식

#정통 스페인의 맛을 고집하는

엘 따뻬오

관악구에 위치한 ‘엘 따뻬오’는 발렌시아 출신 셰프의 현지 식당 메뉴를 그대로 가져와 오픈한 레스토랑이다. 8년간 변함없이 처음 그대로의 정통 스페인 요리를 고집하고 있다. 식전 빵과 함께 나오는 스페인 전통 소스인 알리올리, 스페인 국민 음식인 토르티야, 구운 대구 살에 꿀과 알리올리 소스를 얹은 바칼라오 콘 알리올리 데 미엘 등 이 인기가 높다. 서비스로 제공하는 알리올리 소스는 따로 판매할 정도로 많이 찾는다.

인스타그램 @eltapeo0708
가격 감바스 알 아히요 1만7,000원, 토르티야 데파타타 7,500원
문의 02-882-8835

엘 따뻬오


엘비스텍 음식

#재료의 신선함과 감칠맛이 남다른

엘비스텍

연남동 골목에 자리 잡은 ‘엘비스텍’은 조정범 오너 셰프가 운영하는 스페인 감성의 작은 레스토랑이다. 매일 재료를 직접 준비하고, 가락시장에서 신선한 해산물을 들여와 만들며, 스페인 현지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기 메뉴인 먹물 파에야는 짭조름한 오징어 먹물에 새우를 갈아 넣어 감칠맛을 더한 것이 특징. 마늘이 많이 들어가 알싸한 매운맛이 매력적인 감바스는 빵과 함께 먹기 좋다.

인스타그램 @_el_bistec
가격 감바스 알 아히요 1만5,500원, 먹물 파에야 3만4,000원
문의 02-338-1713

엘비스텍

배효은 사진 최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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