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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는 커리가 없다

인도에는 커리가 없다>
2024.06

여행

취향의 발견

인도에는 커리가 없다

음성·문자 지원

다채로운 향신료와 깊은 맛으로 가득한 인도 요리는 이제 미식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콤콤하고 진한 커리부터 화려한 탄두리 요리와 쫄깃한 난까지 인도 음식은 독특한 매력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우리가 잘 아는 ‘커리’라는 단일 음식이 없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비롯해 인도의 고유한 맛을 느껴보자.

현지의 맛을 지킨다는 것

싱 라카(45세) 사장은 우리말이 아주 유창하다. “저는 요리사는 아니고, 회사원 출신이에요. 비행기에서 우연히 한국인 아내를 만나 한국에 오게 되었어요.”
한국은 이미 세계의 나라다. 외국인 비율이 5%를 넘나든다. 인도인도 꽤 많지만, 우리말이 이처럼 유창한 이는 드물 것 같다. 말도 잘하는데 어휘력도 뛰어나다. ‘헬로 인디아’가 잘나가는 데는 싱 사장의 능력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다 식당을 내게 되었어요. 코로나19 때 고생을 많이 했죠. 셰프들이 고향인 인도로 돌아가버리고 나니 일할 사람도 없고, 손님도 없고.” 타지에서 사는 사람의 마음을 필자도 좀 알 것 같다. 필자 역시 3년을 이탈리아에서 이방인으로 살았다. 그는 귀화했으니 한국인이다. 인도 태생으로 한국인과 결혼했으며, 한국에서 살 뿐 아니라 인도 음식점을 하면서 수많은 서울의 외국인과 교류한다. 전형적인 코즈모폴리턴이다.

“우리 식당은 한국화되지 않아서 서울 사는 외국인이 많이 와요.” 어떤 나라 음식이든 현지에 가면 현지화를 거친다. 싱 사장은 악착같이(?) 현지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야 자기 음식이 더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 손님들이 처음엔 어색해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오리지널이라고 더 좋아해요. 요즘 서울은 예전과 많이 다르잖아요.”
그의 고향은 펀자브 지방이다. 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머리에 쓰는 터번으로 유명한 시크교도의 본고장이다. 시크교도는 종교적 믿음이 아주 강하다고 한다. 인도 인구의 2% 정도에 불과하지만, 사업 수완이 좋아서 인도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는 말도 있다.
“우리는 정직함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펀자브는 인도 북서부에 위치해 건조하고, 춥기도 하지요. 헬로 인디아에서는 고향 음식을 아주 많이 취급하지는 않아요. 인도 전체적으로 인기 있는 음식을 골고루 선보이는 편입니다.” 펀자브 지방에서는 쌀도 먹지만 밀이 더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난이 아주 끝내줬다. 커다랗고 고소한 난을 먹다 보면 그저 입이 행복해진다.

좀 다른 얘기인데, 인도 인구가 세계 1위라는 사실을 인터뷰하다 알았다. 작년에 중국을 추월했다고 한다. 중국이 산아 제한을 오래 한 것이 영향을 주었다. 주방에서는 3명의 셰프가 일한다. 육수를 직접 내고 있고, 그릴과 정갈한 가스레인지가 눈에 띈다. 놀라운 건 커다란 화덕이다. 바로 ‘탄두리’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세계적으로 탄두리치킨은 인도 음식의 대표 격인데, 그만큼 대중적이고 맛이 좋다는 뜻이다. 그런데 실제로 탄두리치킨을 취급하는 인도 식당이라고 해도 화덕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곳이 많다. 그의 식당은 인도에서 공수한 커다란 화덕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휴, 저렇게 큰 화덕을 놓으니 안 그래도 월세 비싼 서울에서 주방 꾸리기 힘들겠다 싶었다. 요리사인 필자다운(?) 염려일까.

“아, 그래도 정확하게 해야죠. 우리 화덕은 정말 좋아요. 숯을 써서 맛이 제대로 납니다.” 과연 탄두리에서 익은 닭고기는 촉촉하고 깊은 맛이 난다. 커리에 들어가는 각종 향신료와 요구르트 등에 숙성시킨 닭고기를 굽는데, 천천히 익혀야 맛있다고 한다. 보통은 그냥 오븐에 굽는 인도 식당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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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양고기와 매운 소스를 넣고 진하게 끓여낸 머튼 빈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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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을 넣은 화덕에 구워내 불 향이 매력적인 탄두리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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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리 치킨에 들어가는 닭고기를 기름에 튀기는 모습.

인도식 커리의 오해와 진실

예전에 인도에서 오래 공부한 학자가 쓴 책이 크게 히트한 적이 있다. 제목이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였다. 인도 음식을 주제로 한 책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인도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려다 보니 그런 제목이 붙었고, 큰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인도에는 커리라고 부르는 단일 음식이 없다. “커리는 그냥 인도의 반찬, 소스가 들어간 음식을 서양 사람들이 한마디로 부르게 되면서 굳어진 말이에요. 영국인들이 커리라고 불렀잖아요. 그게 세계에 퍼지면서 인도는 커리다, 이렇게….”

영국의 커리가 일본의 카레가 되고 일본화된 음식이 한국으로 왔다.  일본은 근대화 과정에서 영국과 밀접하게 지냈는데, 그때 커리를 도입했다. 한국에서는 카레라이스로 전달되었고, 양식의 중요한 음식이 되었다. 나중에 인스턴트 카레가 나오면서 대중 음식이 되었다. 요즘은 다시 일본식 카레, 인도식 커리, 한국식 카레로 나뉘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커리는 아주 다양한 재료가 쓰인다. 인도는 전체 인구의 상당수가 베지테리언(채식주의자)이다. 그 때문에 순식물성 커리도 많다. 이 식당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아무래도 세계로 진출한 커리는 닭고기와 양고기, 새우 등을 많이 쓴다. 이 집도 마찬가지다. 재료가 좋고 기술이 좋아서 음식 맛도 깊다. 인도 쌀로 만든 밥도 있는데, 이게 실은 사연이 좀 있다.

“인도 쌀은 무역협정 때문에 관세가 높아요.(웃음) 원래는 인도 쌀이 한국 쌀보다 훨씬 싸지만, 한국에서는 반대죠. 그래서 한국 쌀밥을 주로 팔아요. 이런 게 국제화죠.(웃음)”

인도 쌀밥을 굳이 주문했다. 길쭉한 장립종인 데다 찰기가 적어 이른바 ‘풀풀 날아가는’ 쌀이다. 이 쌀밥에 커리를 비벼 먹는 맛을 알게 되면 중독되기 쉽다. 쌀의 기본 품종은 보통 ‘인디카’와 ‘자포니카’로 크게 나뉜다. 바로 인디카가 인도 쌀을 뜻한다.

“우리는 손으로 많이 먹죠. 깨끗하게 씻은 손으로 커리를 비벼서 먹어요. 콩으로 만든 커리가 많으니까 거기에 쌀을 버무리면 잘 집혀요.” 한국이니만큼 현지인이 아니고서는 수저와 포크, 나이프를 내준다. 그래서 손으로 먹을 때보다 음식 온도가 더 뜨겁다. 이런 사연을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게 인도 음식이다. 일부러 셰프들도 불러서 어깨동무하고 사진을 찍었다. 세계는 하나다. 아 참, 이 집 음식은 정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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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조리법으로 헬로 인디아의 맛을 책임지고 있는 인도 출신 셰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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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인도의 맛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싱 라카 사장과 필자.

인도식 커리, 베이스를 알면 고르기 쉬워요

인도에서 커리는 하나의 요리가 아닌, 반찬 개념의 음식이다. 오랜 역사만큼 다양한 종류의 커리 소스를 즐겨 먹는다.
그런데 집집마다, 식당마다, 지역마다 쓰는 향신료와 재료가 다르고 종류가 많다. 인도 식당에서 주로 소비되는 커리의 베이스를 소개한다.
새우, 닭고기, 양고기, 감자 등 커리 베이스에 쓰인 재료의 이름이 앞에 붙는다.

마샬라(Masala)

혼합 향신료를 뜻하는 마살라를 활용해 매콤하고 고소한 맛을 내는 커리.

마크니(Makhni)

인도 북서부 펀자브 지방의 전통적 커리. 버터를 넣어 맛이 부드럽다.

빈달루(Vindaloo)

매운맛 베이스의 커리. 식초와 마늘의 합성어로, 주로 칠리·가람 마살라·마늘·식초 등을 사용한 음식을 말한다.

코르마(Korma)

마살라에 버터와 크림, 요구르트 등을 넣어 부드러운 커리.

팔라크(Palak)

인도 북부에서 많이 먹는 커리로, 팔라크라고 하는 시금치와 각종 향신료를 넣어 만든다. 파니르(Paneer)라고 부르는 코티지치즈를 조합한 커리가 가장 유명하다.

도 피아자(Do Piaza)

다양한 향신료가 기본 베이스이며, 양파·감자·고기 등을 넣어 만든 커리.

달(Dhal)

렌틸콩 또는 병아리콩을 넣어 만들며, 채식주의자가 많은 인도 현지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커리.

인도로 가는 길

한 나라의 음식을 먹는 건 그 나라의 영혼을 느끼는 일이다.
인도 현지에서 공수한 향신료와 각종 식재료, 전통 화덕으로 인도 현지인 셰프가 요리하는 인도 식당 세 곳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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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의 맛과 정서를 담은

헬로 인디아

연남동 주택가에 위치한 ‘헬로 인디아’는 인도 출신의 사장과 셰프들이 변형이 거의 없는 정통 인도 요리로 손님을 맞이한다. 인도 대표 요리를 다양하게 선보이는데, 특히 탄두리치킨은 화덕에서 숯불로 구워내 향긋한 불 향이 일품이다. 렌틸콩이 들어간 달 타르카는 크리미하면서도 진한 고소함이 입안을 감싸며 풍성한 맛을 선사한다.

블로그 blog.naver.com/helloindia81
가격 탄두리치킨 하프 1만2,000원
문의 02-336-8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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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럭키 인디아

인도인 방송인 럭키가 운영하는 마포의 ‘럭키 인디아’는 모던하고 힙한 분위기로 유명하다. 대표 메뉴 중 토마토와 버터, 허브, 크림으로 만든 버터 치킨 커리와 신선한 시금치와 허브, 인도식 치즈를 더한 팔라크 파니르가 가장 인기 있다. 아낌없이 넣은 재료와 향신료의 조화가 입안 가득 풍미를 선사하며, 건강과 맛을 모두 챙길 수 있는 통밀로 만든 로티도 있다.

인스타그램 @oyeluckyindia
가격 팔라크 파니르 1만2,000원, 버터 치킨 2만 원
문의 02-336-7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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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감각으로 즐기는

타지

세련된 인테리어와 명동성당 전망 덕분에 MZ세대 사이에서 ‘뷰 맛집’으로 소문난 레스토랑. 2000년에 오픈해 24년째 정통 조리 방식으로 인도의 맛과 향을 선보인다. 호텔식 인도 요리를 지향하고 있으며, 인도 호텔 출신 셰프들로만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인도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코스 및 세트 메뉴를 선보이는 것도 인기 비결 중 하나다

인스타그램 @tajseoul
가격 치킨 티카 마살라 2만4,000원
문의 0507-1410-0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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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1965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노포의 장사법>, <밥 먹다가 울컥> 등의 책을 내며 ‘글을 맛있게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배효은 사진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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