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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만나는 사진이라는 예술 <구본창의 항해>

미술관에서 만나는 사진이라는 예술 <구본창의 항해>>
2024.02

여행

매력 명소

미술관에서 만나는 사진이라는 예술 <구본창의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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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최초·최대 규모의 개인전이 열렸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구본창 작가의 ‘사진’.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올해 3월 10일까지 예술이라는 망망대해를 성공적으로 항해하고 있다.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도자기들

‘문라이징 III’, 2004~2006년,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0×80cm(×12).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항로를 모색하다

구본창은 사진계의 새 지평을 연 작가다. 그의 활동을 통해 그동안 ‘기록’이라는 사진의 전통적 역할에서 나아가 연출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사진이 회화, 조각, 판화 등 다양한 매체의 속성이 반영된 주관적인 표현을 담은 현대미술의 한 장르가 된 것. 한국 현대사진의 흐름은 구본창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구본창과 서울시립미술관의 이번 만남은 의미가 남다르다. 한국 현대사진뿐 아니라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사진’이라는 주제로 서울시립미술관이 2024년 하반기 도봉구 마들로에 개관할 예정인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로 삼았기 때문이다. 서울시 문화본부가 수집해 향후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소장품으로 시민에게 공개할 <사진, 새 시좌(視座)>전에 출품했던 ‘탈의기’ 등 49점을 포함해 구본창의 초기 사진 작품은 물론 기획자로서 활동한 결과물과 평생 모은 수집품까지 총 1,100여 점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그렇기에 오롯이 ‘사진’을 위한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을 맞이할 마중물로서 구본창 작가의 첫 공립 미술관 대규모 회고전은 많은 이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예술의 한 장르로서 사진이 지닌 존재감을 분명하게 드러내며 항해를 시작한다.

인생이라는 여정을 유유히 항해하는 구본창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년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기업 직장인이 된다. 하지만 이내 회사를 그만두고 홀연히 독일로 유학을 떠나 함부르크 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1985년 귀국한다. 늘 표류하듯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서 ‘사진’이라는 배를 타고 인생을 항해 중이라는 구본창 작가는 1980년대 ‘기록을 위한 사진’이 지배적이던 한국 사진계에 ‘감성을 주관적으로 표현하는 예술 사진’ 장르를 선보이며 새로운 사진의 영역을 열었다. 전시 <구본창의 항해>는 작가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길을 찾아갔던 삶의 여정, 한국 현대사진의 시작과 전개에 미친 영향,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와 실험을 추구해온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동시에 이번 회고전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며,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담고 있다. 그동안 펼쳐온 50여 개의 작품 시리즈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을 계속 이어가는 그의 여정과 함께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선별한 43개 시리즈를 발달, 전개, 결말 순서로 구성했다. 마치 사진기 하나 둘러메고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타미 준 소장 백자 촬영 장면

이타미 준 소장 백자 촬영 장면 (2010).

<구본창의 항해> 전시 전경

<구본창의 항해> 전시 전경.

“ 사진작가들이 작품을 연작으로 발표하는 이유는 이야기를 담아 좀 더 긴 호흡으로 감상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또 같은 대상을 낮과 밤, 날씨, 배경 등에 따라 계속 촬영하는 것도 피사체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숨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사진에 담아낼지 고민을 많이 합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말처럼 아무래도 좋은 운명 하나가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찾아내 자신 속에서 완전히 그리고 굴절 없이 다 살아내는 일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 구본창

구본창의 항해에 동승하기 위한 안내서

이번 전시는 대략적으로 작품을 발표한 순서로 구성되는데, 작가가 진정 원하는 길을 걸었던 삶의 여정을 담는다. 전시는 집에 있던 사진기에 문득 관심이 생긴 중학생이 찍은 자화상에서 시작된다. 사진가가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어쩌면 운명의 수레바퀴는 그때부터 천천히 기수를 돌렸나 보다. 이후 인생의 큰 변곡점을 따라 화가로 치면 ‘화풍’이 바뀌면서 다양한 주제의 연작을 발표했다. 특히 K-예술사진과 구본창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린, 세계 곳곳의 미술관에 소장된 달항아리 12개를 담아낸 ‘문라이징 Ⅲ’와 초기 작품의 연장선에 맞닿아 있는 최근 연작 ‘익명자’까지 79일간의 항해가 이어진다.


첫 번째 항해 / 호기심의 방

창작 활동의 원천이자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작가의 수집력이 발휘된 각종 수집품,
향후 사진가로서의 떡잎을 엿볼 수 있는 어린 시절 자화상 등을 전시했다.

실버프린트 사진들

1 ‘자화상’, 1968년, 젤라틴 실버 프린트, 12×8.5cm.
2 ‘무제’, 1970년경, 젤라틴 실버 프린트, 12×8.5cm.


두 번째 항해 / 모험의 여정

독일 유학 중에 느낀 외로움과 원하던 사진을 배우는 기쁨, 귀국 후 마주한 현실의 벽 등을 표현한 작품을
소개했다. 1983년 첫 개인 사진전을 열었던 파인힐화랑 전경 사진도 볼 수 있다.

1980년대 프린트

1 ‘무제 02’, 1989년,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35×35cm.
2 ‘탈의기 01’, 1988년, C-프린트, 111×80.5cm


세 번째 항해 / 하나의 세계

독일 유학 시절, 어머니와 이별 이후, 그리고 아버지가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뜬 후 그의 작품은 실험적이거나
시각적 자극보다는 보편적 삶에 관한 성찰이 담긴, 관조적이고 정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1990년 프린트

1 ‘굿바이 파라다이스-블루 09’, 1993년, 시트지 인화, 65×50cm.
2 ‘시간의 그림 05’, 1998년, 젤라틴 실버 프린트, 73×101.5cm.


네 번째 항해 / 영혼의 사원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작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해외에서 명성을 얻는 시기. 조선백자와 지화, 비용 문제로
목조가 아닌 철근콘크리트로 광화문 문루를 복원한 후 다시 해체해 광화문의 부재를 표현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000년대 프린트

1 ‘지화 01’, ‘지화 02’, ‘지화 09’, 2008년,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76×35cm.
2 ‘콘크리트 광화문 03-1’, 2010년,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0×75cm.


다섯 번째 항해 / 열린 방

유학 초기와 귀국 초기, 사진가로서의 다짐을 담아낸 스냅사진 형식과 내용의 연장선에 있는
자화상 작업 ‘익명자’ 연작을 전시한다.

2010년대 프린트

1 ‘리플렉션 009’, 2018년,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5×19.5cm.
2 ‘익명자 71’, 2019년,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5×19cm.


김시웅 자료제공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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