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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작가가 만난 서울

낯설지만 친근한 나의 도시
2020.02

한국화가 김형준

그의 작품은 익숙한 도시 풍경 속에 그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넣어 새롭게 보인다.
오랜만에 고향 서울을 찾은 김형준 작가. 그와 함께 종로를 걷고 또 걸었다

옛것과 새것이 어우러진 도시, 서울

김형준 작가는 현재 김해에 살고 있지만, 나고 자란 곳은 서울이다. 30년 동안 지냈던 도시는 애틋하기만 하다. 인사동 거리는 여전히 친근하고, 홍대 앞은 활기로 가득하다. 오랜만에 찾은 도시가 낯설지 않다. 그래서 가끔 서울을 찾을 때마다 추억을 떠올리고, 스케치를 한다. 서울을 그린 풍경 중 작년에 그린 ‘Modern Nature 2019-10’이 압도적이다. 올림픽공원 세계평화의 문 앞, 거대한 전투 로봇을 대칭적으로 그려 넣어 웅장한 느낌이다. 가운데의 노란 달과 먹물 자체가 주는 부드러움도 전해진다.
“오랜만에 서울에 올라와 소마미술관에서 전시를 보고 세계평화의 문 앞을 지나는데 어릴 적 느꼈던 감흥이 그대로 살아났어요. 88 서울 올림픽의 기억은 흐릿하지만 그 거대한 상징물에 대한 기억은 또렷했거든요.”
바로 김해로 내려와 올림픽 정신의 뜻을 기려 평화를 상징하는 조형물에 ‘무장해제’된 로봇을 그렸다.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위해 나아가자는 마음을 담았다. 그의 작품엔 어릴 적 희망과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솔직함이 담겨 있다. 빌딩 숲에 둘러싸인 경복궁 동남쪽 모서리에 세운망루 동십자각, 번화가 홍대 앞과 그 뒤를 친근하게 둘러싸고 있는 북한산의 모습 등 이질적일 수도 있는 두 대상을 먹물로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그저 김형준 작가의 시선으로 담담하고도 따스하게 바라본 일상이다.
“겸재 정선이 그린 인왕산도 언젠가 저만의 시선으로 그리고 싶어요. 또 N서울타워 등 어린 시절 추억 속 장소도 차근차근 다시 만나 화폭에 옮기고 싶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서울. 과거의 것이 그대로 현재로 이어져 자연스러운 풍경을 채우고 있는 서울은 그리기에도 매력적인 도시라는 김형준 작가. 옛것과 새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도시의 매력을 조금씩 펼쳐내는것이 작가의 목표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에 들어가 보니 서울이 다르게 보인다. 아니, 마음속 어딘가에 간직하고 있던 추억 속 서울의 모습이 다. 평범하지만 소중한 가치를 다시 꺼내 보는 시간이다.

김형준, ‘Modern Nature 2019-9’, 한지에 먹과 색, 89.5×145.5cm, 2019.

좋아하는 것을 그리는 마음

김형준 작가는 이제 매일 그림을 그린다. 작가로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에겐 뒤늦게 찾아온 소중한 시간이다. 10여 년을 입시 미술 강사로 지내다가 2년 전부터 전업 작가로 경계선을 분명하게 그었다. 그는 출발이 늦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 첫날 같은 마음으로 작업실에 출근하고, 성실하게 그려나간다. 그는 매일 보는 거리와 나무, 건물 그리고 고향 서울의 풍경을 그린다. 한지에 먹으로 담담하게, 그리고 평범한 풍경에 그가 좋아하는 것을 넣는다. 그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독특하다. 많은 작품에 달이 등장하고, 빌딩 사이에 로봇이 들어가 있다. 달의 정체는 그가 좋아하는 만화 <드래곤볼>의 여의주다. 그리고 로봇은 여전히 애정을 갖고 모으는 존재다.
그의 화법은 수묵화이지만 번짐이 많지 않고, 세밀하다. 기법 면에서 판화처럼 보이게 노력하고 있다. 사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공적으로 조금씩 넓히는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올해는 더욱 성실하게 그리고 전시를 통해 활동 반경을 넓힐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2020년 첫 전시를 천안에서 시작한다. 2월 25일부터 3월 8일까지 천안 제이갤러리에서 박경묵 작가와 함께 <형상의 이면> 2인전을 연다. 그의 화폭을 통해 조금 더 따듯하고 새로운 모습의 서울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김형준, ‘Modern Nature 2019-10’, 한지에 먹과 색, 97×162cm, 2019.

김형준 작가의 사적인 도시 공간

인왕산

조선을 건국하고 도성을 세울 때 우백호로 삼았을 정도로 중요한 산이다. 기묘한 형상의 바위가 많고, 오묘한 풍경을 자아낸다. 청운중학교 뒤편으로 쉽게 오를 수 있어 미술학도 시절 자주 올랐다.

주소 종로구 무악동 산 2-1

정독도서관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이 ‘인왕제색도’ 풍경을 담은 곳이다. 비에 젖은 암벽을 잘 묘사한 작품이다. 도서관 정원에서 인왕산을 또렷하게 볼 수 있어 스케치의 영감을 받기 위해 자주 찾는다.

주소 종로구 북촌로5길 48
연락처 02-2011-5799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옛 국군서울지구병원, 국군기무사령부 건물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채 공간의 여백을 넉넉하게 냈다. 미술관 앞 대로에 자리한 둥치 두툼한 나무와 함께 언젠가 그리고 싶은 풍경이다.

주소 종로구 삼청로 30
연락처 02-3701-9500

김형준
서울 홍익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경상대학교에서 미술 교육을 공부했다. 10여 년간 입시 미술 강사로 일했으며, 2018년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한국화에 대한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화풍을 보여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산하 사진 한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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