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흐르는
경복궁 옆 미술 기행
서촌과 북촌 골목 곳곳에 숨은 작지만 개성 있는 갤러리들을 따라 예술 투어를 떠나보자.
경복궁을 중심으로 양쪽에 펼쳐진 고즈넉한 정취의 서촌과 북촌에는 골목골목 멋스러운 예술이 흐른다. 이 지역 일대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의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밀집해 있으며, 곳곳에 다양한 전통 예술 공방과 체험관, 박물관등이 자리해 있다.
서촌과 북촌의 갤러리들은 대형 미술관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고 대부분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따라서 특별히 날을 잡아 방문하지 않아도 언제든 가볍게 둘러볼 수 있다. 관람 중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구매할 수도 있고, 구매 의사가 없더라도 전시 기간 내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호기심에 갤러리 앞을 서성이다가도 낯선 분위기에 발길을 돌리거나, 관람 가능한 갤러리인 줄 모른 채 무심코 지나쳐버리곤 한다. 이처럼 갤러리 방문이 익숙하지 않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갤러리 학고재의 전시 매니저(큐레이터) 박미란 씨는 이렇게 전한다. “대부분의 전시가 무료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꼭 미술 관람을 목적으로 이 지역에 들른 것이 아니더라도 나들이 나온 김에 편하게 갤러리에 방문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로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카페형 갤러리에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서촌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갤러리 카페’에서는 일반 카페와 같이 음료와 담소를 즐기면서 천천히 전시된 작품을 둘러볼 수 있다.
북촌 일대의 전통 예술 전시관과 공방은 현대적 갤러리와 어우러져 한옥거리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 한국적인 재료와 방식을 이용한 공예품, 그림 등 전통 예술 작품을 가까이에서 보고 느끼며 직접 배워볼 수도 있는 공간들이다. 대부분 일반 갤러리와 마찬가지로 운영 시간 내에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고, 사전 예약을 통해 체험과 수강이 가능하다
개성 가득한 예술 마을, 서촌
통의동 보안여관
통의동 보안여관은 일제강점기에 가난한 예술인들의 안식처였던 오래된 여관을 개조하지 않고 갤러리로 사용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시인 서정주가 김동리, 김달진 등과 동인지 <시인부락>을 창간했다고 전해 진다. 2007년부터 전시 공간으로 사용되며, 2년 전 신관을 지으면서 문화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복합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신관에서는 카페, 책방, 숙박 공간, 전시실, 다용도 클럽 공간 등을 운영 중이다.
라 카페 갤러리
비영리 사회운동 단체 ‘나눔문화’가 운영하는 갤러리와 카페가 결합한 공간이다. 2층에 위치한 전시관에서는 지구를 유랑하는 박노해 시인의 글로벌 평화 나눔 사진전을 진행한다. 1층 카페 안을 가득 채운 초록색은 이곳의 상징이다. 카페 한쪽에서는 박노해 사진전 도록 전집을 판매 중이며, 그 수익금은 가난과 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쓰인다.
팔레드서울
‘서울의 궁’이란 의미의 현대미술 전시관이다. 순수예술에 기반을 둔 다양한 실험 작품을 선보인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총 3개 전시장을 운영 중이며, 1층 한쪽에는 작은 아트 숍이 마련돼 있다. 전시관의 커다란 창을 통해 통의동의 풍경을 예술 작품 감상하듯 내려다볼 수 있다.
표 갤러리
전 한국화랑협회 회장이자 서울예술재단을 설립한 표미선 대표가 1981년 여의도에 개관한 미술관이 표 갤러리의 시작이다. 인사동, 신사동, 광화문 등을 거쳐 지금의 서촌으로 이전했다. 표 갤러리는 배우 겸 화가로 활동 중인 하정우가 소속 작가로 있는 곳으로, 그의 개인전을 진행하며 대중에게 조금 더 이름이 알려졌다. 현재도 상설전을 통해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그의 작품 2점을 만나볼 수 있다.
청고래
독특한 인테리어와 다양한 공예품이 시선을 사로잡는 갤러리 카페 겸 복합 문화 공간.
갤러리 B
파리의 예술가 집합소였던 ‘바토-라부아르(세탁선)’와 같은 역할을 꿈꾸는 작은 갤러리.
갤러리 그리다
회화 위주의 전시를 진행하는 작은 규모의 지하 갤러리.
팩토리2
전시, 워크숍, 강의, 작품 제작 및 판매 등이 이뤄지는 작은 전시 공간 겸 아트 숍.
갤러리 우물
‘예술과 일상’이라는 주제로 운영하는 작은 한옥 갤러리.
더 포크 갤러리
창 너머로 서촌의 풍경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조용한 갤러리 카페.
전통 예술과 현대 예술이 공존하는 북촌
학고재
1988년에 개관한 학고재는 삼청동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갤러리 중 하나다. 전통 한옥 양식의 본관과 현대 건축양식으로 지은 신관으로 이뤄져 있다. 학고재는 지난 30년 동안 200회가 넘는 전시회를 통해 전통 과 현대의 교감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학고재 지붕 위에 설치한 작품은 소속 작가 이용백의 ‘피에타’다. 성모마리아가 예수를 안은 모습의 고전 양식 ‘피에타’를 현대적 재료와 해석으로 표현했다.
청원산방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6호 소목장 심용식의 한옥 주택이자 공방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일반적인 한옥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형태의 문과 창들로 이루어져 있다. 몇 해 전까지는 한옥을 개방해 그가 제작한 다양한 전통 창호를 전시하는 공간으로 활용했으나, 현재는 소목 정규 강의와 일일 체험만 운영 중이다.
종이나무 갤러리
한지 공예 작가 원영 김정순의 상설 전시장이자 공방으로 운영하는 공간이다. 전시장에는 아름다운 한지 조명과 고재 가구 작품이 빼곡하게 전시돼 있다. 전통적 재료에 현대적 디자인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이곳에서는 작품 전시와 판매뿐 아니라 한지 공예 수업과 일일 체험도 진행한다. 한지 공예에 관심이 있는 이는 누구나 사전 예약 후 수강이 가능하다.
바라캇 서울
150년 전통의 바라캇 갤러리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개관한 전시 공간으로, 세계적인 고대 예술 컬렉션을 선보인다. 갤러리 외부의 정원부터 조각상들이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고대 예술과 현대 예술을 접목해나가고자 고대 예술관과 현대 예술관을 함께 운영 중이다.
페로탕 서울
팔판동 초입에 위치한 작은 정원이 있는 소규모 갤러리.
국제 갤러리
1982년 개관 이래 해외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해온 우리나라 대표 화랑.
가회민화박물관
민화, 부적, 전적류, 무신도 등 200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한 민화 전문 박물관 겸 공방.
아라리오 갤러리
한국의 동시대 미술을 해외에 소개하고, 다양한 해외 미술을 국내에 소개해온 갤러리.
세계장신구박물관
세계 장인들의 장신구 1000여 점을 전시한 박물관.
갤러리 담
붉은 벽돌을 감싼 오래된 담쟁이넝쿨이 인상적인 2층 규모의 작은 갤러리.
글 전하영사진정원균 일러스트 김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