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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그림 이야기 들려주는 화가 이경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그림 이야기 들려주는 화가 이경신>
2018.12

문화

문화 인터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그림 이야기 들려주는 화가 이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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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핀 꽃, 깊은 상처와 고통을 기억하세요”

1993년부터 5년 동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미술 수업을 진행한
화가 이경신의 전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그림 이야기>가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고통과 상처, 삶의 희망과 용기를 복원한다.



채 피지 못한 목련 꽃봉오리 같은 소녀, 배를 타고 끌려가는 소녀들,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는 일본을 향해 분노의 총구를 겨누는 손…. ‘위안부’ 피해자 할 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그대로 담고 있 다. 할머니들의 그림은 지난 1995년부터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전시돼 ‘위 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서울 혜화동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미술 수업을 진행한 이경신 작가는 할머니들의 미술 치료 과정을 소박하고 정갈한 연필화로 기록 해 자신의 상처와 용기 있게 마주하고자 한 할머니들의 모습을 관람객에게 담 담히 전달한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는 것이 저의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해요. 미술대학을 갓 졸업한 25년 전 할머니들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제 인생은 늘 그 분들과 연결돼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1993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나눔 의 집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던 이경신 작가는 어떻게 하 면 할머니들과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고 민하다 미술 수업을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자고 하니 처음에는 할머니들 대부분 마음을 열지 않으셨어요. 그러다 강덕경 할머니(1929~1997년)가 차차 그림에 대한 재능과 소질을 발견하면서 미술 수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하셨죠. 김순덕 할머니(1921~2004년)는 항상 ‘내가 그림을 배우다니 소가 웃을 노릇’이라며 신기 해하셨습니다.” 

자신의 상처와 용기 있게 마주한 할머니들

이경신 작가는 수업을 진행할수록 할머니들이 그림을 통해 어두운 장막을 걷어내고 세상 밖으로 스스로 걸어 나온다 는 느낌을 받았다. “저는 그때 너무 어렸고, 할머니들의 깊은 고통과 슬픔을 헤아릴 수조차 없었습니다. 우연히 미술 치료에 대해 알게 되었고, 미술 수업이 치유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죠.” 색다른 수업 방식에 할머니들은 모두 당황한 기색이었지 만, 첫 시간부터 솔직한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한 이용수 할 머니(1928~), 결연한 표정으로 열심히 살아온 자신의 삶을 ‘일편단심’이라는 그림에 담아낸 김순덕 할머니에게 이경신 작가는 큰 감동을 받았다.

“그림에 남다른 재능이 있던 강덕경 할머니는 마음과 감정 을 그려보는 수업을 낯설어하셨죠. 그러던 중 일본군이 조 선 처녀들을 강제로 끌고 간 적이 없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 발표가 나왔어요. 그 뉴스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던 강덕경 할머니는 마침내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검붉은색, 과감한 붓 터치로 표현하시고는 ‘이제야 속이 시원하다~’고 말씀 하셨죠.”

이후 미술 수업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강덕경 할머니의 ‘빼 앗긴 순정’, 김순덕 할머니의 ‘못다 핀 꽃’ 등 할머니들의 대 표작이 세상에 나왔다. 이용녀 할머니(1926~2013년)도 두 할머니의 그림에 관심을 보이더니 ‘끌려가는 조선 처녀’ 같은 작품을 완성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미술 수업을 회상하며 그린 이경신 작가의 최신작

‘책임자를 처벌하라’

‘끌려감’

12월 28일까지 시민청에서 전시

국내외 곳곳에서 전시회를 열었지만 무엇보다 할머니들에 게 중요한 전시는 말할 것도 없이 일본 전시회였다.
“일본 전시회를 진행하면서 할머니들의 용기와 삶에 대한 희망, 그림이 지닌 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1997년 강덕경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이경신 작가는 결혼 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할머니들의 소식을 간간이 뉴스를 통해 전해 들을 정도로 바쁘게 살았다. 하지만 할 머니들의 이야기는 늘 그에게 마음의 빚으로 남았다.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보도를 접하 고,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작업을 해야겠다는 강 한 의지가 솟아났어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미술 수 업을 책으로 엮은 <못다 핀 꽃>을 발표하고, 글 작업과 동 시에 그림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할머니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의 상처를 위로하고 추모하는 마음을 담 았습니다.”
이경신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는 서울시청 시 민청에서 12월 28일까지 진행한다. 그림을 통해 자신의 상 처와 용기 있게 맞선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가슴에 깊은 울 림을 전한다. 

‘못다 핀 꽃’

한해아사진 홍하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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