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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적 균형 발전을 위한 세 가지 길

포용적 균형 발전을 위한 세 가지 길>
2018.10

에세이

전문가 칼럼

모두를 위한 서울

포용적 균형 발전을 위한 세 가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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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간 격차 해소는 근본적 해결이 어려운 사회적 난제 중 난제다.

이를 해결하려면 공공 기관이 장기적 안목과 종합적 처방, 과감한 투자에 기초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



21세기 들어 불평등 문제가 글로벌 사회의 도전 과제로 부상한 이후 사회 위기적 수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글로벌 도시 서울 또한 경제적·사회적·공간적 차원의 불평등이 날로 심화하고 있으며, 특히 공간적 차원의 불평등, 말하자면 지역 불균형 문제는 물리적 요인 외에 경제적·비경제적 요인이 뒤얽히면서 더욱 복잡하게 구조화되고 있다.

실제로 물리적 측면에서 강북 지역은 노후한 시설과 건축물이 상대적으로 많고, 교통 인프라도 매우 열악한 편이다. 일부 조사에 따르면 35년 이상 경과한 건축물이 강북 지역에 주로 집중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경제와 일자리를 둘러싼 지역 간 격차 또한 심화되어 25개 자치구를 기준으로 한 일자리(종사자 수 기준) 여건은 최저 지역과 최고 지역 간 배율이 무려 9.88배에 이른다. ‘서울시 열린데이터 광장’의 서울시 사업체 현황(2016년)의 자치구별 사업체와 종사자 수의 가공에 의하면 산업 발전의 상징인 고차 지식 서비스 분야 일자리 또한 5대 권역을 기준으로 그 격차가 날로 심화해 동남권은 동북권의 약 3.2배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지역 간 격차는 1970년대 이후 거의 한 세대에 달하는 장구한 기간에 걸쳐 추진된 공공 기관 주도의 공간 개발 전략에 기인한 바 크다. 실제 강북 인구의 강남 이전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된 천문학적 수준의 영동지구 개발, 특히 ‘제2 서울 계획’으로까지 명명된 영동2지구 개발과 인프라 구축 등은 오늘날 낙후·쇠퇴한 강북 지역과 성장·번영을 구가하는 강남 지역의 희비가 엇갈리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중차대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적어도 다음 세 가지 정책 방향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자치구보다 권역 중심으로 시각 확장해야

먼저 지역 간 격차나 불균형에 내재된 역사성에 기반한 사회적 인식의 재정립이다. 지역 불균형이 역사적·누적적 과정을 통해 형성될 뿐만 아니라 불균형 자체도 역사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에서 보면 특정한 지역의 낙후나 쇠퇴는 해당 지역(구성원)의 무능력보다는 다양한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는 바, 공간 정의(spatial justice)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이를 극복하거나 반전시킬 수 있는 파격적인 정책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일반적인 정책 타당성 원리를 넘어 과감한 재정 투자에 기초해 낙후·쇠퇴한 지역에서 새로운 불균형을 의도적으로 창출하기 위한 파괴적 혁신이 긴요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불균형의 역사성은 한강 이남과 이북으로 설정된 전통적인 불균형 구조의 변화도 초래했으며, 2000년대 이후 몇 차례에 걸친 도시 공간 구조에 대한 장기적 구상이나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추진은 지역 간 불균형을 다면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지역 불균형은 강남과 강북의 경제적 불균형이나 물리·환경적 격차라는 단순한 차원을 초월해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공간 단위를 중심으로 한 불균형 내지 격차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여건 변화를 고려해 지역 불균형의 진단과 처방을 위한 적실한(유효한) 공간 단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되는데, 향후에는 전통적인 강남·북 단위보다 구체적이고 자치구나 생활권보다는 거시적인 단위로서 ‘권역’이 중요하며, 실질적인 단위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람 중심의 균형 발전 패러다임으로 변화해야

다음은 균형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사람 중심의 포용적 균형 발전’에 대한 고려다. 전통적으로 균형 발전은 쇠퇴·낙후한 지역의 개발이나 시설의 균형적 배분에 초점을 두는 기능적 접근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접근이 전혀 기여한 바가 없지는 않으나, 지역 구성원의 삶의 질이나 만족도까지 아우르는 균형 발전으로 보기 어려운 점도 사실이다. 향후 균형 발전 정책은 공공시설 배분이나 개발 중심의 기능적 접근에서 탈피해 ‘사람 중심의 접근’에 기초해야 하는 바, 삶의 질 향상이나 행복 증진과 직결된 요인으로의 접근, 시설 및 서비스 만족도의 격차를 해소하고 실질적 균형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하겠다.

이러한 사람 중심의 균형 발전 패러다임을 정책으로 구현하기 위한 실질적 내용도 중요한데, ‘포용성(inclusiveness)’의 프레임을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근OECD나 해비타트 Ⅲ에 의해 새로운 도시 의제로 부상한 포용 도시(inclusive city, 포용성에 기반한 도시)는 결과의 형평성 못지않게 ‘기회의 균등(형평)’을 강조하고 있다. 이 경우 기회의 균등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조건으로는 교육·건강·주거 그리고 최근 심화하는 디지털 격차에 직면해 정보·통신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적어도 이들 요소에 대해서는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사람 중심 패러다임의 핵심 원리라 할 수 있겠다.

결국 사람 중심의 포용적 균형 발전이란 ‘교육, 건강, 주거, 정보·통신 등의 영역을 중심으로 하되, 이의 단순한 균형 배분을 넘어 지역 구성원들에게 형평한 접근과 만족도까지 제공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민관 협역형 거버넌스 운영 필요

마지막으로 균형 발전을 선도하는 거버넌스 구축에 관한 것이다. 무엇보다 균형 발전 정책에는 상당한 규모의 재원이 수반되는 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재분배적 프레임에 기초한 ‘균형 친화적인 재정 거버넌스’의 확립이 요구된다. 그러한 그 일환으로 과도한 개발에 따른 부담금이나 초과 이익이 발생할 경우 이를 낙후·침체한 지역의 발전 전략을 위한 사회적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고려할 수 있다.

아울러 균형 발전 정책은 성격상 다양한 정책 요소가 연계되고 관련 정책 주체의 협력도 요구되므로 정책을 일관되게 선도하고 자원이나 주체를 연계하는 추진 기구의 설치·운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균형 발전을 위한 전담 조직 외에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같은 민관 협력형 거버넌스 기구를 서울시 차원에서 운영하는 방안도 강구해봄 직하다. 아울러 이러한 기구를 체계적 진단과 합리적 방향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할 수 있는 포용적 균형 발전 지표를 구축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서울형 공론화 1호 ‘서울 균형 발전’ 시민 숙의로 해법 찾는다

시민 공론화 제도의 첫 핵심 의제로 '서울 균형 발전을 위한 과제와 우선순위'가 정해졌다. 25개 자치구의 대표성을 고려해 구성한 450명의 시민 참여단이 9월 29일과 10월 6일 각각 권역별 토론회를 진행하고, 10월 13일에 열리는 시민 대토론회를 시작으로 3주간 집중 숙의를 거친다.
아울러 1,000명의 온라인 참여단으로부터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의견을 들어 그 내용을 오프라인 토론 시 숙의 자료로 활용하고, 공론화 결과를 '서울 균형 발전 기본 계획 수립'의 기초 자료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정병순(서울연구원 협치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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