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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아프게 하는가?

무엇이 우리를 아프게 하는가?>
2018.03

문화

명사에게 듣다

김승섭 교수 편

무엇이 우리를 아프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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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짚어낸 저서
<아픔이 길이 되려면>으로 깊은 울림을 전한

사회역학자 김승섭 교수(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가 서울시를 찾았다.
사회역학이란 고통받는 공동체 일원의 아픔을 공유하고, 그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학문.
사회학자이자 가장 인간적인 의사 김승섭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968년 마틴 루터 킹이 암살된 이후 미국 아이오와주 한 초등학교 교사 제인 엘리엇은 특별한 실험을 합니다. 아이들을 푸른색 눈과 갈색 눈 아이로 나누어 차별을 경험하도록규칙을 정한 것이지요. 갈색 눈 그룹은 놀이터에서 놀 수 있지만, 푸른 눈 그룹은 놀 수 없었습니다. 같은 수도꼭지의물을 먹을 수도 없었습니다. 갈색 눈 아이들은 리더가 되고,푸른 눈 아이들은 주눅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규칙을 바꿔보았습니다. 이번에는 갈색 눈 아이들이누리던 특권을 푸른 눈 아이들에게 주었습니다. 그랬더니푸른 눈 아이들은 차별을 한 번 경험했기에 말과 행동을 삼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인종차별을 소재로 진행한 이 실험은 매일 차별을 겪는 흑인 아이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유명해졌습니다.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인종차별 문제는 어떨까요? 한국이얼마나 인종차별이 심한가를 알 수 있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제6차 세계가치조사 2010~2014’에 따르면 ‘나는 다른 인종과 이웃에 살고 싶지 않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한국34.1%, 미국 5.6%, 스웨덴 2.8%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미국은 분명 인종차별이 있는 나라지만, 적어도 공공장소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면 안 된다는 긴장감이 존재하기에이러한 결과가 나왔을 것입니다. 거꾸로 우리에게는 그러한긴장감이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사회 환경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

10만 년 전으로 돌아가봅시다. 호모사피엔스인 우리가 사자를 만났습니다. 그 순간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 몸은 변화합니다. 맞서 싸우거나 도망가기 위해서 심장이 빨리 뛰지요. 이러한 몸의 변화는 지극히 합리적인 것입니다. 사자에게서 멀어지거나 싸워서 이기면 몸은 원래대로 돌아갑니다.인간의 몸은 폭력에 노출되면 스트레스로 몸의 긴장도가올라가고, 스트레스가 없어지면 긴장도가 내려갑니다. 또스트레스가 반복되면 상시적으로 몸의 긴장도가 올라갑니다. 항상 사자가 옆에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상황이 지속되면 고혈압에 걸리고, 우울증이 생깁니다.1989년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팀은 회사에서 중간 매니저로 일하는 여성과 남성 각각 15명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하루 종일 지속적으로 측정해보았더니 남성은 퇴근 후 스트레스 호르몬이 내려가는 반면, 여성은 퇴근 후 가사 노동 부담때문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2014년 다산콜센터에서 일하는 40대 후반의 여성 노동자중 중학생 자녀 2명을 돌보기 위해 야간 근무를 선택한 여성 노동자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검사했습니다. 그 결과 근무 중인 야간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올라가고, 퇴근한뒤 자녀들을 돌볼 때 다시 그 수치가 올라갔습니다.

사회 환경과 사회적 조건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직접적입니다. 혐오 발언을 들었을 때, 왕따를 당했을 때 우리 몸이 어떻게 변화할지 고민하던 한 학자가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공을주고받는 게임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에게 공이 오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한 후 연구자는 여기에 힌트를 얻어 실험을했습니다. 작은 방에 들어가 컴퓨터 화면으로 공을 주고받는 게임을 했지요. 어느 순간부터 공이 오지 않도록 했고,그동안 뇌 MRI 촬영을 했습니다. 그리고 연구 결과를 ‘거절은 우리를 아프게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했습니다. 우리가 거절당할 때 뇌를 관찰하니, 물리적으로 얻어맞을 때 자극받는 부위에 피가 몰리는 것을확인한 것입니다. 우리 뇌에서는 사회적 폭력, 언어적 폭력과 물리적 폭력을 같은 부위에서 인식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지난 2015년 전국의 소방공무원을 만나고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구급 담당 소방공무원이 근무 중 일반인에게 신체폭력을 당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신체 폭력을 경험한 후 기관에 보고하지 않은 경우 1.69배, 기관에 보고했으나 사후조치가 없는 경우 2.47배, 기관에 보고한 후 사후 조치를 받은 경우 1.47배 우울 증상 위험 비율이 올라갔습니다. 소방공무원이 시민에게 신체 폭력을 당했을 때, 기관에 보고했는데도 사후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우울증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건강 문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얘기하는 것입니다. 이는곧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말해줍니다. 공동체가 개개인의 삶과 질병에 대해 책임을 강화하고, 함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건강해야 사랑도, 실연도 할 수 있고도전할 수도, 실패도 할 수 있습니다. 건강은 가장 중요한인간의 기본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승섭 교수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부교수.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박사, 조지워싱턴대 보건대학원 전임강사 역임.
정의로운 건강의 필요성을 담은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




다독다독 서울 '김승섭 교수' 편 영상보기

정리 한해아 사진 홍하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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