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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영화감독 서울시청 강연

인터뷰 · 탐방 · 명사 대담
영화감독 이준익
문화 감수성의 도시 서울로 도약하라
20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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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관객의 영화 <왕의 남자>에서부터 <라디오스타>, <동주>,
최근작 <박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보여준
영화감독 이준익이 서울시를 찾았다.

지난 8월 25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서울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문화 감수성의 도시 서울’을 주제로 강연한 것.
그가 말하는 서울, 역사, 그리고 문화 이야기를 옮겨 싣는다.



영화감독 이준익

영화감독 이준익

Q.  불후의 명작 <왕의 남자>를 비롯해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라디오 스타> 등을 만들었다.


이준익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는 모두 10년이 넘은 영화다. 나 역시 이 사회에 진입할 때는 비주류였다. 모든 인간은 비주류로 시작하니까. 그런데 사회의 구심력을 따라 열심히 달리다 보면 어쩌다 주류가 되는 일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사회는 주류 지향형 시대를 지나왔는데, 반대로 비주류 지향형 사회를 만들면 행복 지수가 높아질 것이다.

그것이 바로 <라디오 스타>에 담긴 이야기다. 현대 민주주의는 개인을 존중하면서 부모 자식 간 세습의 고리를 끊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옛날 신분제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내가 주류라고 자식까지 주류가 되는 세상은 부당하지 않은가. 그렇게 부모가 나서서 환경을 만들어주다 보면 오히려 자식 인생을 망치는 지름길이 될 확률이 높다.



Q.  <사도>, <동주>, <박열> 등 역사적 인물을 다룬 작품이 많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가?


이준익
영화는 서양에서 100년 이상 지속되어온 문명이다. 영화를 찍으려면 그들이 만들어놓은 매뉴얼을 배워야 한다. 역사 속에서 제국주의 나라들이 만들어놓은 매뉴얼을 식민 국가들이 따라 하면서 그 제국주의가 계속 유지되었다. 최근에는 문화 제국주의가 있다.

서양 사람들은 중국과 일본 문화는 잘 알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우리는 한니발 전쟁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백제군과 신라군이 벌인 황산벌 전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황산벌 전투는 660년 백제가 신라군 5만과 벌인 어마어마한 전쟁으로, 규모가 크고 복잡한 만큼 많은 사연과 사건을 만들어냈다. 그러한 역사를 우리 스스로 폄하하는 한편, 서양의 전쟁이나 문화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은 지나치게 서구화된 의식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의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래서 역사 영화를 많이 찍는다. 스스로 자국 역사에 대한 열패감, 패배주의가 있다 보니 우리 역사를 지나치게 폄하하거나 과도하게 미화하게 되는 것이다.

문화 제국주의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과거 오프라인에서는 국가 형태의 제국주의였지만,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는 ‘온라인 제국주의’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했다.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등도 온라인 제국주의다. 우리나라의 경우 온라인에서라도 매뉴얼을 만드는 콘텐츠 국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그것 역시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라 수천 년간 누적된 콘텐츠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준익 영화감독





Q.  최근작에서는 왜 <박열>을 주인공으로 선택하였는지?


이준익
예전에 어떤 영화를 준비하면서 아나키스트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 아나키즘이 뭐지? 이러한 가치는 어떻게 현재에 남아있지? 생각하다 보니, 지금 모두가 아나키스트 아닌가.

‘아나키스트는 무정부주의자다, 정부를 부정한다’ 이런 의미가 아니다. ‘부당한 권력의 주체를 부정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은 모두 아나키스트다. 평등, 모두의 관계를 수직적으로 보지 않고 수평적 관계로 보는 것이 아나키즘이다.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

Q.  <동주>에서도 윤동주 외에 송몽규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준익
위인을 보는 시선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한 사람을 기억하는데, 그 한 사람은 과연 인생을 혼자 살았을까? 그렇지 않다. 그 사람이 어떠한 업적을 냈거나, 성취를 이루었으면 그와 같이했던 동료가 있기 마련이다. 동료와 함께 했던 가치를 살피지 않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제대로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송몽규라는 인물 없이 윤동주를 설명한다는 것은 반쪽 밖에 설명을 못하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준익 영화감독





Q.  서울이 세계를 재패하고 있다. 서울 제국주의라는 말을 들어보았나?


이준익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가봐도 서울이 최고다. 20년 전 도쿄에 갔을 때 굉장히 깨끗하고, 시설도 좋고, 시민들 에티켓도 좋아 선진화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이 훨씬 수준 높은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도시계획이나 생활환경 시스템의 효율성, 쾌적한 환경을 위한 설계 등이 런던, 파리 같은 세계적 도시와 비교해도 더 낫다. 첨단 도시 기능은 서울이 최고다. 도시의 운영 시스템 자체를 첨단화, 디지털화하는 속도전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적 기반을 갖춘 도시가 이러한 속도를 내게 되면 서울은 곧 뒤처질 것이다. 선진화된 서울의 제국주의를 지속하는 방법은 서울을 문화 예술 도시로 전환하는 것이다. 첨단 시스템을 갖춘 도시에서 머물면 추락한다. 서울의 주목받는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고 지속할 수 있는 철학, 아이템이 무엇인가? 바로 문화 예술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며칠 전 영화 촬영 장소 섭외차 문화비축기지에 다녀왔다. 너무 좋았다. 최고였다.



이준익 영화감독





Q.  새로 촬영하는 영화에 대해


이준익
역사 영화를 너무 오래 찍었다. 서너 편 만들면 영화감독의 재능이 바닥난다. 영화는 혼자 찍는 것이 아니니까 함께하는 배우, 스태프와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가야 한다. 이번에는 힙합, 랩을 하는 이들이 주인공인 현대물이다. 제목은 <변산>이다. 무명 래퍼인 주인공이 고향 변산으로 돌아가 친구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훈훈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Q.  1년에 한 편씩 작품을 만드는데, 그 비결은?


이준익
나는 일 중독자가 아니다. 21세기에는 20세기 직업의 98%가 없어지고 2%만 남는다고 한다. 즉 새로운 98%의 직업이 생기는 것이다. 영화 만드는 일은 기본적으로 ‘놀이’다. 도시 역시 노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엄숙주의, 근엄함 같은 건 다 빼야 한다. 놀지 못하게 하는 것은 폭력이다. 무조건 놀아야 한다. 놀이가 곧 생산인 시대가 21세기다. 20세기까지는 노동이 곧 생산이었다. 21세기에는 분배 방식이 얼마나 효율적이냐에 따라 인간은 노동 시간보다 놀이 시간을 훨씬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 ‘노동의 대가를 보상받겠어. 그래서 부자가 될 거야’라고 생각할수록 불행해진다. 자신이 하는 일 자체를 놀이로 생각하면 행복 지수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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