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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탐방 · 서울의 오래된 것들
도심 복판 대장간의 망치질 소리
'불광대장간'
2014.12

아래 내용 참조

< 도심 복판 대장간의 망치질 소리 '불광대장간' - 은평구 통일로 >- 전쟁을 위한 무기부터 농기구 제작까지 쇠를 다루는 일은 예로부터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였다. 이런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을 '대장정' 이라 불렀는데 이미 청동기시대부터 등장했던 오랜 역사의 산물이다. 이 일은 숙달된 기술뿐만 아니라 그에 필요한 장비 또한 갖추어야 했는데, 이곳이 바로 대장간이다.
- 호미, 낫, 쟁이, 쇠스랑, 도끼 등 다양한 연장들이 가지런히 통들에 담겨 있다. 주택 생활을 하는 내게는 정말 탐나는 물건들이다. 일요일에만 쉬고, 보통 오전 7시 30분에 문을 열고 오후 7시에 닫는다. 화덕을 피우고, 메질을 하는 작업은 주로 오전에 많이 이루어진다.- 이 조그만 샛길로 지나가는 동네 주민들의 인사가 정답기만 하다. 손수 가꾸는 화분들 앞으로 놓인 의잗르은 동네 사랑ㅇ방이 되어 쉬어가는 역할도 겸한다.
- 손잡이용 나무들 : 참나무와 물푸레를 많이 쓴다. 
- "연장에도 생명이 있습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연장은 숨을 쉬지 않는다니까요." 1대 대장장이 박정원 씨(77세) : 13세부터 일을 시작한 64년 차 대장장이다. 그의 철학은 단 한 개를 만들더라도 믿음이 가는 연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공사에 필요한 연장을 만드는 일이 사회에도 이바지 하는 중요한 일이라며 자부심을 갖고 있다.
- 2대 대장장이 박상범 씨(46세) : 제대 후 아버지를 잠깐 돕는다며 일에 뛰어는 것이 벌써 20여 년이 훌쩍 지났다. 대를 물려 3대째 가업을 이으려 하지만, 아들의 의향을 존중할 것 이라고 말한다. 전국 각지에서 들어오는 제품 구입 문의로 부주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걸로 돈 많이 벌겠습니다~." 건설 근로자가 연장을 사가며 하는 인사 하나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 칼을 버리는 중. 뭉그러진 기구를 날카롭게 만드는 것을 '버린다.'라고 말한다. 식칼에서 풍겨지는 아우라가 남다르다!
- 요즘 한창 잘 팔린다는 배달용 연탄집게 그림
- 불광대장간에서 만들어진 모든 물건에는 낙관처럼 '불광'이라는 상호가 박혀 있다. 도장은 쇠가 뜨거울 때 찍어낸다.



현대식 공장이 철제 생산품의 대부분을 잠식한 오늘날, 화덕을 갖춘 재래식 대장간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서울에도 근근이 명맥을 유지해나가는 대장간이 몇 군데 남아 있어 놀랍기만 하다. 그 가운데 물건 좋기로 소문난 대장간이 있어 은평구의 불광동을 찾았다.

불광동은 사찰이 많아 부처의 서광이 서려 있다 해서 이름 붙여진 동네다. 이제 집들로 가득하여 서울의 여느 곳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곳이 되었지만 왠지 동네 이름만은 대장간의 상호와도 은근히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그곳에서 50년을 넘게 대장간 화덕의 불을 지피고 있는 대장장이 박정원 씨는 13세 때 처음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한국전쟁 중 피란을 갔던 낯선 동네에서 생계를 위해 대장간에서 허드렛일을 도왔던 것이 대장장이의 길로 들어선 계기였다. 전쟁 후에는 본격적으로 미아동 부근에서 대장일을 배우며 일을 해오다 1963년 불광동에서 자신의 대장간을 열었던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됐다.

한때 농기구의 주문이 하도 많아 직원까지 두어가며 장사를 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예전 같지 않다.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대규모로 공장에서 찍어내는 값싼 연장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지척에 있는 서부시외버스터미널의 몰락도 한몫했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유동 인구가 많아 활기가 넘쳐났던 버스터미널은 고양, 파주, 양주 등 외곽으로 향하는 버스가 서울에서 바로 연결되는 노선이 생겨난 데다 지하철까지 개통되면서 말 그대로 이름만 남은 텅 빈 터미널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대장간의 생명력은 모진 담금질만큼이나 강했다. 수제 연장을 취급하는 대장간의 고집스러운 옛 방식이 오히려 큰 장점이 된 것이다. 대량생산형의 값싼 공장 제품들과 오랜 시간 메질과 담금질을 반복한 수제품의 차이는 품질 면에서 비교가 되질 않았다. 나아가 원하는 모양의 맞춤형 주문제작은 현존하는 대장간의 더없는 매력이 되고 있다.

아래 내용 참조

- 본래 대장간은 쇠를 잡는 대장과 내려치는 야장, 바람을 피우는 풀무꾼 세 사람이 호흡을 맞추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바람을 넣는 일을 기계로 대신하기 때문에 바람을 일으켜 불을 지피는 전통식 기구인 풀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지라 대장일도 두 사람으로 간소화되었다.- 단조 작업 : 많이 얻어맞은 쇠가 좋다는 말이 있듯 두드려대는 단조 작업을 많이 할수록 쇠의 조직이 조밀해지며 단닫ㄴ해진다. 물건에 따라 다르지만, 하나를 만드는데 보통 망치질은 300번 이상, 단조와 담금질은 8번 가까이 한다고 한다.- 괴탄 : 석탄 중에서도 화력이 좋고 연기가 없는 고품질 괴탄을 사용한다. 가지런히 놓여 있는 작업 공구들. 세상 모든 물건에는 자기 자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작업실의 공구 풍경은 더없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모루 : 단조나 판금 작업을 할 때, 공작 재료를 얹어 놓고 메로 두드릴 때 사용하는 받침으로 두꺼운 나무 그루터기에 박혀 있는 모양새다. 주철이나 강철로 만들어졌으며 제품을 둥글게 말기 위해 한쪽 혹은 양쪽으로 뿔이 나 있다. 이 모루는 100년이 넘은 것으로 과거 큰 군함에서 사용됐던 것이라고 한다. 멀리 대양으로 나가는 큰 배에는 지금도 대장간의 기능을 함께 싣는 경우가 많다.- 구입한 호미 : 집에 있는 또 다른 호미들과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쇠메 : 대장간에서 사용하는 커다란 망치



평일 아침 대장간을 찾았다. 멀리서 들려오는 망치질 소리. 제대 후 아버지를 도우며 맥을 잇고 있는 아들 박상범 씨의 메질이 경쾌하게만 느껴졌다. 근처 재래시장 상인이 칼을 갈러 왔다 갔고, 어느 손님은 사진을, 또 다른 손님은 직접 그린 그림을 들고 찾아와 맞춤 공구를 의뢰했다. 그때마다 두 대장장이는 메질을 잠시 멈추고 새로운 제품에 대한 의견을 서로 나누었다. 부자간의 이야기는 대장장이 사이의 토론이 되어 서서히 결론이 도출되어갔다. 그 인상적인 모습들이 만들어낼 결과물이 어찌 믿음이 가지 않겠는가 싶다.

나는 호미 2개를 구입했다. 만들어진 호미들의 모습이 조금씩 다른 것은 대장간 물건들만의 또다른 매력. 하나씩 잡아보며 신중하게 골라본다. 긴 겨울이 지나고 내년 봄날 텃밭에서 누릴 호미질 맛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계산을 하고 나니 이내 망치질 소리가 다시 시작된다. 망치질마다 튀어 오르는 불꽃. 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 이어져 왔을 전통을 서울 한복판에서 느끼는 이 기분. 먼지와 매연부터 연상되는 자동차 소리 가득한 서울 한복판에서 그 울림은 잠시나마 시골 들녘의 누런 가을빛 살랑임을 떠올려주고 있었다.


● 서울시 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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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오래된 것들 연재 순서 자세한 내용 아래 참조

<서울의 오래된 것들>1. 성우이용원 2. 동헌필방3. 수도약국4. 종로양복점5. 중앙탕6. 낙원떡집7. 무교동 북어국집8. 공씨책방

이장희

다양한 매체에 글과 그림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사연이 있는 나무이야기>가 있다.

글 일러스트 이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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