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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탐방 · 서울의 오래된 것들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개미귀신굴’로 통하던
공씨책방
20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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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개미귀신굴'로 통하던 '공씨책방' - 서대문구 신촌로 51 gt;- 가을은 무엇을 해도 좋은 계절이지만 옛말마따나 책 읽기에 가장 좋다는 말을 나는 지금도 가장 신봉한다. 어디에서고 책장을 펼치는 행복함이 풍성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광화문에 있는 큰 서점에서 책을 하나 산 후에 가을 벤치에 앉아 책장을 넘겼다. 누군가는 신간서점의 새 책들을 풋풋한 처녀, 총각에 비유하고, 헌책방의 책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인생 중후반의 모습 같다고도 했다. 문득 그런 오래된 종잇장 냄새가 풍겨오는 헌책방이 그리워졌다. 그런데 예전 세종로사거리 부근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헌책방이 있었다고 하니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신촌으로 옮겨 명맥을 이어 나가오 있는 '공씨책방'의 이야기다.- 반쪽은 주차장이지만, 안쪽으로는 이어져 있다.- 가격은 책 어딘가에 연필로 써 놓았다. 바코드로 편하게 찍어 계산하는 요즘에는 알 수 없는 또 다른 느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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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은 통로가 비좁다. 다른 사람이 지나가기라도 한다면 힘겹게 자세를 비틀어야 할 때도 있고, 간혹 쌓아 놓은 책을 쓰러뜨려 당황스러운 경우도 생긴다. 또한 책 정리가 잘되어 있지 않아 원하는 책을 찾기도 쉽지 않다. 밑에 깔린 책들은 꺼내 보기도 어려운데 게다가 주이마저 저쪽에서 찾아보라며 무관심하면 난감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헌책방의 묘미라고 한다면 너무 낙천적인 것일까. 컴퓨터로 검색하여 필요한 책만 확인하고 구입할 수 있는 현 시대에 헌책방에서의 방향은 일종의 보물찾기처럼 느껴진다. 알록달록 과장되지 않게 꾸민 오래된 책의 숲을 서성거리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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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내에는 옛 음악이 흐른다.- 저 멀리 보이는 책의 유혹에 방심하고 걸어가면 위험하다. 머리 위를 가로지른 책꽃이도 조심해야 한다!- 만화책, 소설들, 전공서적들, 시진집들, 잡지들, 계산대, 디자인서적들, CD와 레코드판들




‘공씨책방’은 말 그대로 공 씨 성을 가진 공진석 씨의 책방이다.
<신춘문예>의 논픽션 공모전에 당선될 정도로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는 정말 책을 좋아했던 책벌레였다. 비단 독서뿐만 아니라 책을 모으는 일에도 열성적이었는데 희귀본은 물론 문학전집부터 전공서적까지 두루두루 수집 목록에 올렸고, 급기야 1960년 초 노점상으로 시작한 책 장사는 1972년 경희대 앞에 ‘대학서점’이라는 이름의 가게를 내며 근사한 모습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이후 헌책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청계천을 거쳐 광화문 부근의 새문안교회 앞에 책방을 꾸리며 널리 알려졌다.

교보문고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새 책을 파는 서점 옆에 역시 국내 최대 규모의 헌책방을 낸다는 것이 의아할 수도 있는데 그는 새 책과 헌책의 관계를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지닌 악어와 악어새로 생각했다. 책을 찾는 독서인들의 발걸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한번만 발을 들여 놓았다가는 도무지 헤어나지 못하는 광화문의 개미귀신굴을 아십니까? 책을 사랑하는 분은 광화문을 지나칠 때 공씨책방을 조심하십시오.’라는 이색적인 문구를 내걸었던 이곳에는 많은 문인들이 찾았다. 박상률, 정호승, 이문재 시인이 독서 토론에 열을 올렸는가 하면 지금은 고인이 된 나운영 작곡가까지 책을 사랑하는 많은 개미들의 지옥 같은 사랑을 받았다.

그의 책에 대한 열정은 독서나 수집뿐만이 아니었다. 헌책방 자체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였던 것 같다. 새로운 책이 들어오면 그냥 꽂아 놓는 것이 아니라 밤을 새워서라도 넘겨보며 내용을 파악하여 손님들에게 책을 골라주곤 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재개발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었다. 주위에 새로운 장소들을 물색했지만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지 못하고 애만 태우던 어느 날, 홍제동 문화촌에서 논문 한 꾸러미를 사들고 시내버스를 타고 돌아오던 공진석 씨는 심장마비로 쓰러져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말 그대로 책을 안고 쓰러져 책과 함께 마지막을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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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 안에는 그 흔한 CCTV 하나 없다. 책을 사러 오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문화에 관심이 있는 예의 바른 사람이 아니냐며 크게 얼굴 붉힐 만한 기억은 없었다고 한다. 대신 최성장 씨는 최근에 기억나는 사람 하나를 떠올렸는데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어느 고객이 찾아온 일이었다. 광화문에 책방이 있던 시절부터 단골이었던 그는 고국을 그리워하는 수필을 써서 해외동포 문학상을 받았는데, 그 수필의 내용이 공씨책방에 관한 것이었단다. 그 내용도 보여주겠다며 열심히 책을 찾아보았디만 아쉽게 볼 수는 없었다.- 최성장 씨(69). 가게를 운영하는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으로 작고한 공진석 씨의 처제다. 책을 파는 일 자체가 보람되어 일이 즐겁다고 한다. 손님들과의 끈끈한 소통을 좋아하여 손님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서점을 둘러보고 있는 가운데 들른 어느 손님과 오래된 베스트셀러에 대해 꽤난 길게 맞장구를 쳐 가며 대화를 나누는 못브을 보면서 책에 대한 사랑을 느낀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오후 9시 30분에 닫는다. 휴일은 없고 명절에만 쉰다.- 소식지까지 내는 헌책방이라니! 책에 관한 수필들이 담겨 있엇는데, 읽는 재미가 남달랐다. 말미에 '손때의 미학'이라는 수필을 써 내려간 창업자 공진석 씨의 글에 공감하며 일부 옮겨본다. "우선 보기에 무덤덤한 사이인 양 서로 놓여 있는 채로 삭아가는 노부부 사이에는 언제나 같이 있었기에 든듣ㄴ한 마음이 항상 서로 오고가고 있ㅇ므을 나는 요즈음 와서 더욱 가슴에 와 닿게 알고 있다. 이 업을 나는 도무지 버릴 수 가 없나보다."- 아직은 개방하지 않았지만, 지상층보다 더 넓은 지하층에도 많은 책들과 음반이 있다. 정리가 되면 차후 이용할 수 도 있다고 하는데, 직므은 단골들이 오가며 들러 음악도 듣고 이야기도 나누다 가는 동네 사랑방처럼 여겨진다.- 위치 : 홍대입구역에거 직진해 등교동 삼거리를 지나 광천문 삼거리 맞은 편 공씨책방 또는 신촌역에서 직진해 광천문 삼거리 맞은 편 공씨책방



그가 세상을 떠난 후 가족들은 책방을 운영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가진 책들을 매각이나 기증할 생각으로 여러 곳을 수소문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것을 운명이라 생각한 친척들에 의해 광화문을 떠나 지금의 신촌 부근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지금은 그의 조카딸과 처제가 운영하고 있다. 공 씨의 책방이었지만 이제 공 씨인 사람은 없는 셈이다. 나는 몇 권의 책을 구입했고, 공진석 씨가 살아생전 만들어 발행했던 <옛책사랑>이라는 헌책방 소식지도 하나 받아들고 가게를 나섰다. 종이는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고 책은 두껍지 않았지만, 빽빽하게 글씨가 들어앉은 데다 간혹 한자도 섞여 있어 쉽게 속도가 나는 책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 꼼꼼하게 읽은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도 소식지 읽기는 계속되었다. 문인에서부터 대학생, 버스기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의 책 사랑에 관한 글들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발행인이었던 공씨책방의 주인 공진석 씨의 글이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었는데, 그의 글은 투박했지만 맛깔났고, 무엇보다 두터운 박식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푹 빠져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문장에 이르렀고, 아쉬움마저 느껴졌다. 나는 책을 무릎 위에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스마트폰에 빠져 있어 고개를 든 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창밖으로는 가을 저녁 풍경이 쉴 새 없이 흘렀고, 책 위에 얹은 손에 비친 가을 햇살은 부드럽고 따스했다. 그리고 글 읽기의 여운은 지하철의 흔들림 속에서 천천히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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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미래유산 홈페이지 : futureheritage.seoul.go.kr - 서울시는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남길 만한 소중한 근현대 서울의 문화와 유산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합니다.- 서울의 오래된 것들 연재 순서1. 성우이용원2. 동헌필방3. 수도약국4. 종로양복점5. 중앙탕6. 낙원떡집7. 무교동 북어국집8. 공씨책방- 이장희 : 다양한 매체에 글과 그림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lt;서울의 시간을 그리다gt;, lt;사연이 있는 나무이야기gt;가 있다.





글 · 일러스트 이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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