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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탐방 · 서울의 산
삶과 죽음을 품은 산에서 가을을 즐기다
'망우산'
2014.10

삶과 죽음을 품은 산에서 가을을 즐기다 '망우산'

공원 산책길에서 만난 주민들. 자전거를 끌고 나온 사람도 눈에 띄었다.



가을이 되면 유난히 혼자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높고 청명한 하늘만큼이나 사람들의 마음에도 푸른 꿈이 솟아나는 걸까. ‘우수의 계절’이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어울리는 가을, 발걸음 천천히 고독을 즐길 수 있는 망우산으로 향했다.




사람의 역사, 한국의 역사를 모두 품다

망우동과 면목동, 경기도 구리시에 걸쳐 있는 망우산은 해발 281.7m로 높지 않아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한강과 남산,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까지 조망할 수 있어 답답했던 마음까지 확 풀어진다. 정상 능선과 아래로 형성된 둘레길과 순환도로는 지역 명소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망우저류조공원을 들머리로 잡았다. 망우저류조공원에서게이트볼과 축구 등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을 뒤로하고길을 올랐다. 본격적인 등산을 하기 전 13도창의군탑 앞에서 의병들의 활동을 돌아보았다. 13도창의군은 일제에 의해 군대가 해산되자 통감부를 격파하고 국권을 회복하고자 전국에서 모인 전국의병부대였다.

길을 따라 조금만 오르다 보면 망우리공원을 만나게 된다. 망우리공원은 한때 2만 기가 넘는 묘소가 빼곡히 자리해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의 지시로 조성된 서울시의 유일한 공동묘지였으며, 1990년 이후 공원화 사업을 시작하여 현재는 초기의 30% 수준의 묘소만 남아 있다. 한때 올림픽을 준비하던 사격 및 양궁팀 선수들이 야간 담력 훈련 장소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파리를 여행하는 이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페르 라셰즈’에는 쇼팽, 마르셀 프루스트, 오스카 와일드, 몰리에르 등이 잠들어 있다. 묘지 사이를 산책하며 한 송이 꽃을 헌화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여행객들은 죽음보다는 그들의 삶을 먼저 떠올린다.

망우리공원에도 우리나라 위인들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다. 다수의 일반인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이며 민족대표 33인 중의 한 명인 한용운, 어린이운동의 효시인 방정환, 민족사학자 문일평, 종두법을 널리 보급한 한글학자인 지석영, 화가 이중섭과 이인성, 문인 박인환과 최학송 등 근현대 역사 인물을 만날 수 있는 보물창고이다.
‘근심을 잊는다(忘憂)’란 뜻의 이름을 갖고 있는 만큼 역사를 되돌아보고자 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져 서울의 또 다른 명소로 자리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왼쪽 :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망우산 산책길, 산책 중 마시는 약수는 꿀맛이다. 사진 오른쪽 : 망우산 안에 있는 공동묘지들. 이 정도도 1990년 이후 공원화 사업 이후 30% 수준만 남아있는 것이라고 한다.



가을에 더욱 걷고 싶은 사색의 길

망우리공원 내에는 5.2km에 달하는 산책로인 사색의 길이 조성되어 있다. 참나무, 조팝나무, 아카시아나무 등이 양옆으로 늘어서 멋진 산책길을 선사한다. 타박타박 길을 걷다보면 차임벨 소리를 내며 앞질러 가는 자전거족을 만나기도 한다. 능선 주위로 이어지는 사색의 길은 전체가 묘역사이로 형성돼 있어 특별함을 선사한다.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장소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에 사색의 길이 더욱 계절과 어울린다.

사색의 길 곳곳에는 우리 현대사에서 큰 획을 그었던 이들의 연대기를 새긴 연보비가 세워져 있다. 학창 시절 외우려고 부단히 애썼던 한용운의 ‘님의 침묵’과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등의 시비도 있어 오랜만에 풋풋했던 시절을 회상할 수 있다.
과거를 떠올리며 나무 사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 한강의 풍경이 펼쳐진다. 사색의 길을 걷는 동안 조금은 무거워진 마음이 강물을 따라 천천히 흘러가는 기분이 든다. 조금 더 걸으면 북한산과 도봉산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어, 자연의 정기를 그대로 받으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 만나는 고구려의 흔적

사색의 길을 걷다보면 정상으로 향하는 보루길을 만날 수있다.

사진왼쪽 : 신경진신도비, 조선시대 명신 신경진(1575~1643)의 업적이 새겨져 있다. 사진오른쪽 : 소파 방정환 선생의 묘, 이외에도 망우산에서는 여러 위인들이 잠들어 있다.



흙길을 따라 정상으로 발길을 옮겼다. 망우산 정상 능선엔 고구려의 옛 보루터가 남아 있다. 아차산과 용마산을 잇는 보루 시설은 그 모습이 많이 훼손되어 원래의 형태와 규모를 찾기가 어렵지만 무너진 석축 일부와 주변에서 발견된 토기 조각 등을 미루어 고구려가 한성백제를 장악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망우산 정상 보루까지 흙길을 따라 걸으며 삼국시대에 한강 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던 역사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망우산 보루길은 옛 한양의 외사산 능선을 탐방하며 고구려의 발자취까지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훼손되어 원래의 형태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망우산 보루.



울창한 나무와 한강, 서울이 내려다보이는 정상에서 현대사의 흔적이 담겨 있는 망우산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세상을 등진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다. 잠시 숨을 고르고 3보루와 2보루를 거쳐 용마공원 방향으로 내려왔다. 반나절, 짧은 시간이지만 망우산을 둘러보며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있었다.트레킹을 즐기고 싶다면 정상으로 향하는 보루길을, 숲길의 호젓함을 느끼고 싶다면 사색의 길을 걸으며 역사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가을에 어울리는 선택일 것 같다.

아래 내용 참조

lt;주요 등산로(문의 : 02-2602-3001)gt;- 코스1 : 망우저류조공원 - 망우리공원 - 망우산 3보루 - 망우산 2보루 - 용마공원- 코스2 : 돌산체육공원 - 망우산 2보루 - 망우산 3보루 - 망우리공원 - 망우저류조공원- 코스3 : 사가정공원 - 망우산 2보루 - 망우산 3보루 - 망우리공원 - 망우저류조공원lt;주요 등산로(문의 : 02-2602-3001)gt;- 주료 등산로 코스를 나타낸 지도그림lt;찾아가는 길gt;- 주소 : 중랑구 용마산로 112나길 69(망우동) 일대- 버스 : 271,1213,2013,2230 (용마문화복지센터 버스 정류장 하차)- 지하철 : 7호선 면목역 2번 출구에서 지선버스 1213,2013 탑승lt;서울 두드림길(둘레길) 홈페이지 : gil.seoul.go.kr gt;- 서울 둘레길이 11월 15일 전 구간(175km) 개통되어 걷기 좋은 서울을 열어갑니다.lt;서울의 산 연재 순서gt;1. 아차산 2. 북악산3. 수락산4. 삼성산5. 봉산6. 궁산7. 망우산lt;인근 이색 명소gt;- 총익공 신경진 묘역 :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 95호로 지정된 곳으로, 조선 인조 때의 무신인 신경진 장군의 묘역이다. 장군은 병자호란 때 적을 막아 왕이 남한산성으로 피신하기 위한 여유를 주는 등 커다란 공을 세웠다. 묘역에는 높이가 368cm나 되는 거대한 신도비가 세워져 있다. 신도비는 임금이나 고관의 평생 업적을 기록하여 무덤 남동쪽에 세워두는 것으로, 우암 송시열이 비문을 짓고 박태유가 글씨를 썼으며, 비의 주인공이 밝혀지기 전에는 '거북비'라 불리기도 하였다. 찾아가는 길 : 중랑구 망우로 70길 118(용마공원 입구 근처)- 중랑 캠핑숲 : 개발제한구역 내 비닐하우스 등으로 훼손된 곳을 복원한 체험형 공원이다. 인위적인 시설을 최소화하였으며, 생태학습공원, 잔디광장, 야외무대, 캠핑장 등의 시설과 더불어 청소년독서실, 청소년커뮤니티센터 등 청소년 중심의 문화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중랑 캠핑숲에서는 옛날 선조들이 숲을 활용한 방식을 살펴보는 등 자연체험교실과 사막에서 살아남기 등 실험 프로그램을 주말마다 진행하고 있다. 또한 가족캠핑장은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마끽하며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예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찾아가는 길 : 중랑구 망우로 87길 110(중앙선 양원역 2번 출구), 문의처 : 02-435-7168~9





글 정윤희 사진 나영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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