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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탐방 · 서울의 산
아기자기한 암봉을 만날 수 있는
‘수락산’
2014.6


나무들이 신록을 뽐내고 햇살이 따사로운 초여름 주말, 도심 근교에서 녹음을 만끽하고 싶다면 서울 북쪽에 자리한 수락산에 올라보자. 오르기에 적당한 난이도로 준비만 철저하다면 초보자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등산 코스다.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과 함께 ‘서울 근교 4대 명산’으로 꼽히는 수락산은 주말마다 등산객들로 붐비는 인기 좋은 산이기도 하다.

낮다고 얕볼 산은 아니다

수락산은 ‘물이 항상 떨어진다’는 그 이름처럼 금류와 은류, 옥류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폭포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요즘 같은 계절에 찾으면 쉴 새 없이 흐르는 맑은 계곡물도 언제나 만나볼 수 있다. 638m의 비교적 낮은 산이지만 산 전체가 석벽과 암반으로 되어 있어 얕보다가 큰코다칠 수 있는 산이기도 하다. 평소 등산을 즐겨 하지 않는 사람이 운동화 차림으로 가볍게 찾을 법한 산은 아니었던 것이다. 지하철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인데다 낮은 높이만 믿고 얕본 탓일까, 수락산 등산로를 30분도 채 오르지 않아 숨이 턱턱 막히고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온다. 등산로 초입의 계곡물에서 피라미들이 무리 지어 헤엄치는 모습을 평화롭게 구경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르기 어려운 산일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오늘 선택한 코스는 수락산역에서 노원골 디자인 서울 거리를 지나 이어지는 수락산 제4등산로. ‘노원골 천상병길’이라고도 불리는 이 등산로는 비교적 험하지 않아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코스다. 또 중간 갈림길로 빠질 경우 원효대사가 창건한 학림사와 명성황후가 피신해 기도했다고 전해오는 용굴암 등을 만날 수 있는 인기 코스이기도 하다. 거친 숨을 헐떡이며 나무 계단을 오르고 암벽을 넘자 어느새 녹음으로 우거진 숲 속 탐방로 속에 들어와 있다. 아직 한여름도 아닌데 땀을 뻘뻘 흘리며 길 한쪽 바위를 찾아 잠깐 다리를 쉬고 있으니 짙은 아카시아 향이 콧속을 간질인다. 알싸한 그 향 덕분인지 피로감도 조금은 가시는 기분. 물 한 모금 들이켜고 다시 몸을 일으킨다. 수락산 등산길은 생초보 나홀로 등산객에게는 난관의 연속이다. 등산로 초입에서 코스 안내도를 찍어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더 헤맸을 것이다. 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진 갈림길에서는 이정표가 없어 다른 등산객을 기다렸다가 길을 물어 옳은 방향을 찾곤 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는 그저 등산로이겠거니 추측하며 길을 재촉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따라서 수락산 등산을 계획하고 있다면 코스에 대한 사전 이해는 물론, 경험 있는 동행자를 꼭 구해서 함께 오르는 것이 좋다.


기암괴석이 연출하는 4대 명산의 풍모

등산 동호회에서 매어둔 리본과 휴대전화에 저장해둔 등산 코스 안내도를 참고 삼아 계속해서 산을 오른다. 주말이었다면 등산객으로 좀 더 붐볐을 터인데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홀로 길을 잃을까봐 걱정이 되어 전망대 너머로 펼쳐진 장관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혹시 이쪽이 도솔봉 가는 방향이 맞나요?”옆에서 신록의 숲을 사진에 담던 등산객 아주머니들에게 길을 물었다. 동창생이자 같은 등산 도 한 김성미, 이순영 아주머니는 주말이고 평일이고 수시로 산을 찾는 등산 마니아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갈림길까지 동행하자며 선뜻 길잡이를 자처해주시니 초보 등산객 입장에서는 구세주를 만난 듯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운 좋게 동행하게 된 아주머니들 덕분에 이후의 코스는 일사천리. 갈림길에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다시금 홀로 산을 오른다. 갑자기 계곡 지형에 부쩍 바위들이 많아진 것을 보니 도솔봉 주변을 지나는 듯하다. 얼마 가지 않아 바위로 샌드위치를 만든 모양의 탱크바위와 마주했다. 바위에 눈도장만 찍고 다시금 길을 재촉한다. 무겁던 다리도 이제 탄력을 받았는지 척척 걸음을 옮긴다. 치마바위에 올라 구불구불 이어진 능선을 보며 그제서야 한숨을 돌린다.

간만에 맑은 날씨의 짙푸른 하늘과 싱그러운 신록이 가슴을 시원하게 뻥 뚫어준다. 수락산은 암반 위주의 산이라 특이한 기암괴석들이 많이 있다. 그 특이한 이름만으로 모양새를 짐작하게 하는데 탱크바위, 치마바위를 비롯해 코끼리바위, 철모바위, 하강바위, 독수리바위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 암석들은 대부분 도솔봉과 정상 부근에 많이 위치해 있다. 결국 턱없이 부족한 체력과 다음 일정 탓에 정상까지는 오르지 못하고 정상 인근에서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수락산 정상의 아이스크림 장수가 명물이라는데 다음 기회에 만나보기로 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석림사와 서계 박세당 고택을 보기 위해 발길을 돌린다.



석림사와 서계 박세당 고택, 수락산 자락의 명소들

일주문에 한글로 큼지막하게 적힌 ‘수락산 석림사’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수락산 자락에 자리한 석림사는 조선시대 창건한 암자에서 시작된 사찰로 한국전쟁 때 소실되었다가 이후에 지금의 전각들이 세워지고, 불상도 봉안되었다고 전해진다. 20세기에 다시 지어진 전각들이라 그런지 한글 현판들이 눈길을 끈다. ‘큰 법당’ 우측에는 미륵불이 올 때까지 중생을 구제한다는 지장보살의 입상과 부처의 사리가 봉안된 5층 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사찰 자체가 수락산 자락에 지어진 까닭도 있겠지만 경내 또한 마치 우리나라 전통 정원에 들어선 듯 아름다운 풍경이라 꼭 불자가 아니라도 한번쯤 들러볼 만한 수락산의 명소라고 생각된다.

석림사에서 나와 장암역 쪽으로 길을 잡고 내려오다 보면 서계 박세당 고택을 만날 수 있다. 남원 출신의 서계 박세당 선생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로 숙종 때에는 예조판서, 이조판서 등을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사변록> 등의 저술을 통해 주자학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당시 노론 세력으로부터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낙인 찍혀 유배 도중 최후를 맞았다. 장암동의 서계 박세당 고택은 그가 관직에서 물러난 후 학문 연구와 집필에 몰두하며 후학을 길러내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다. 집 뒤편에는 서계 선생의 묘역과 사당도 자리해 있다. 고택으로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길손을 맞이하는 것은 서계 선생이 직접 심었다는 440년 된 은행나무 고목. 앞마당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로 시원하게 손을 뻗은 모습은 마치 서계의 강한 기개를 대변하는 듯 보인다. 서계 선생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곳은 굴곡의 역사를 지내는 동안 본채가 소실되고 현재는 사랑채만 남아 있다. 지금은 12대 종부 김인순 선생이 고택을 지키고 있는데,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전통 한옥체험 숙박시설로 선정되며 전통 체험이 가능해졌다. 등산이나 하산길에 잠깐 들르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을 즐길 수 있으니 하루 묵으면서 옛 선인의 자취를 몸소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글 박치나 사진 나영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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