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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평 중고자동차매매시장

기획 · 서울형 도시 재생 지역을 가다 ⑥
자동차 애프터마켓으로 부활하는
장안평 중고자동차매매시장
2016.07

장안평 일대 - 매달 도시 재생 지역을 찾아가 역사·문화 자원, 사는 모습, 주민 이야기, 도시 재생 활동 등을 소개합니다.

장안평 중고자동차매매시장이 자동차 애프터마켓으로 재탄생한다.
매매 상가와 부품 상가는 현대 시설로 다시 태어나고, 중고차 매매 통합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부품 등록제 등을 통해 투명화를 지향한다.
40년의 역사는 자동차 역사박물관, 도서관으로 보존된다.

지금의 서울 중랑구와 광진구 일대는 조선 시대 도성의 동쪽 내사산인 낙산에서 동쪽 외사산인 아차산까지 넓은 들이 펼 쳐져 있던 지역이다. 조선 조정은 이 땅을 목마장으로 만들었는데, 마장동은 말 목장이 있던 곳, 면목동은 목장 맞은편, 장안평은 목장 안 넓은 들판, 자양동은 암말을 기르던 곳이다. 말을 기르고 기마 훈련을 하던 마장동과 장안평은 중랑천을 끼고 발달한 평야였다. 홍수로 강물이 범람하기도 했지만, 개화기부터는 차차 농토로 개척해 비옥한 땅으로 변모했다. 그러자 일제는 토지 조사 사업이라는 명목 아래 그들의 착취 기관이던 동양척식주식회사에 강제로 소속시키기도 했다. 무·배추·미나리밭과 공구상이 들어서 있던 장안평이 이름을 떨친 것은 1976년 중고 자동차 매매 시장이 들어서면서 부터다.
을지로와 종로3가에 있던 중고 자동차 매매상과 자동차 부품상이 교통 체증을 유발하자, 정부에서는 외곽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장안평 중고자동차매매시장 정문. 40년 가까이 된 빛바랜 건물에 각종 부품업체와 중고차 딜러 학원까지 빼곡하다.


국내 최초의 ‘재제조 혁신센터’가 중랑물재생센터에 들어선다

중고 범퍼를 취급하는 중고 부품점들이 밀집돼 있다.

중고차 하면 장안평

“정부에서 적당한 장소를 찾아보라고 해서 왔더니 죄다 미나리꽝, 무밭이더라고요. 그 당시 64개 상사(중고 자동차 매매업체)가 힘을 합쳐 땅 1만 평을 샀죠. 그중 3,000평에는 매매 상가를 짓고 6,000평에는 전시장을 만들었어요. 그 당시만 해도 상사 한 곳당 100평의 전시장을 갖추어야 했거든요. 그것이 장안평 중고자동차매매시장의 시작이었습니다.” 땅 구입부터 영업까지 장안평에 중고자동차매매시장을 만든 터줏대감 격인 이성기 옹이 회상하는 장안평은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광활하게 펼쳐진 중고차 전시장은 대단한 볼거리였다. 언론에서는 동양 최대 규모라며 연신 대서특필했고, 외국에서도 중고차 시장을 견학 오는 등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자랑거리였다.

“1979년 1월에 문을 연 이후 1990년대까지는 북새통을 이뤘어요. 차를 사러 오거나 구경 온 사람들로 복도가 꽉 차서 드나들기 힘들 정도였으니까요.”
이성기 옹과 함께 중고 자동차 시장을 이끌어온 이은기 장안평 조합 이사장은 하루 종일 목이 쉬도록 고객에게 설명을 해도 힘든 줄 몰랐다고 당시를 추억했다. 
     
이렇듯 개장 이후 줄곧 중고차 매매와 정비, 부품 조달의 중심 역할을 도맡으면서 ‘중고차 하면 장안평’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던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의 메카인 장안평 중고자동차매매시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시설이 낙후되고 온라인 중고차 시장에 밀리면서 정체기를 맞았다.
     
허위 매물과 호객 행위도 장안평을 불황으로 이끈 요소였다. 호객 행위를 일삼던 ‘차잽이’와 불법 매매는 신뢰 하락으로 이어졌고, 젊은 고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경기 불황과 맞물려 판매량이 급속도로 줄었다. 2013년 3만1,359대에서 2014년 3만165대, 지난해 3만578대로 해마다 판매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중고 부품, 재제조 부품을 취급하는 중고 부품 거리. 연간 매출액이 1,000억 원에 달한다.

중고 사이드 미러만 취급하는 가게

자동차 애프터마켓 메카로 재생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이 일대를 ‘자동차산업복합단지’로 조 성해 서울 동북권 도시 재생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곳은 중고차 매매·부품·정비업 집적지로 부품 1,100개, 매매 150개, 중고·재제조 220개, 정비 50개, 튜닝 200개 등 총 1,700여 개 업체에서 5,400여 명의 종사자가 근무하고 있 습니다. 신부품 연간 매출액은 1조 원, 중고 부품 연간 매출 액은 1,000억 원, 중고 자동차 매매 연간 매출액은 1,500억 원으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요.”

장안평 도시재생지원센터 김상윤 총괄 코디네이터는 “국내 최대 규모의 중고차 관련 시설로 잠재력을 갖춘 지역”이라 며 “서울시는 장안평 중고차 시장을 서울의 신성장 산업으로 재생해 자동차 애프터마켓의 메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애프터마켓은 신차가 팔린 후 차량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거래하는 시장으로, 자동차 부품의 수입·유통·판매, 정비·수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핵심은 지난 40년간 축적한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바탕으로 중고차 매매와 부품 산업을 활성화하고, 신성장 산업인 튜닝 산업과 재제조 산업(중고 부품 리사이클링)을 지역 내에 새 롭게 육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낡고 협소한 매매 센터와 부품 상가는 정비 사업을 통해 현대화한다. 아울러 수출지원센터, 영세 정비업 체를 위한 공공 임대 공간, 자동차 박물관 등 공공 문화 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하드웨어적 현대화와 함께 허위 매물 등으로 떨 어진 장안평의 경쟁력과 신뢰를 끌어올리기 위한 소프트웨 어적 현대화도 병행한다. 성능 점검 기록부와 주행거리 등을 DB화한 ‘중고차 매매 통합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딜러의 역량 강화 재교육을 통해 ‘착한 딜러’를 육성하는 등 장안평 을 믿고 찾을 수 있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둘째, 기존 영세 정비업체가 최근 각광받는 튜닝업체로 전환 할 수 있도록 튜닝 산업의 거점을 새로 조성할 계획이다. 또 전국 최초로 ‘재제조 혁신센터’를 중랑물재생센터에 건립할 예정이다. 재제조 산업은 중고 부품을 분해-세척-검사-보 수·보정-재조립 등의 과정을 거쳐 재사용 가능한 제품으 로 만들어내는 신성장 산업이다.

신제품을 판매하는 부품 상가의 연간 매출액은 1조 원에 이른다.

부품 상가는 건물을 새로 지어 부족한 물류 시설을 확충하고, 수출 지원
센터를 도입해 자동차 부품 수출 거점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중고 자동차 매매, 부품 유통, 자동차 정비업체가 밀집된
국내 유일의 자동차 애프터마켓 집적지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는 없다

서울시는 창신·숭인, 서울역 일대, 창동·상계, 가리봉, 세 운상가, 장안평, 해방촌 등 13개 핵심 지역을 선별했다. 이 가운데 빠르게 구체화된 모습을 보이는 지역이 바로 장안평 중고자동차매매시장이다. 서울시의 이러한 행보에 당사자 인 상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상인들은 대부분 상당히 반기고 있죠. 그런데 반신반의하는 분들도 있어요. 예전부터 재개발에 대한 말은 늘상 있어왔으나, 업체의 지분이 걸려 있어 항상 무산되곤 했거든요.”

김상윤 총괄 코디네이터는 장안평 중고자동차매매시장을 자동차 애프터마켓 메카로 재생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지만 상인 사이에 ‘어떻게든 장안평을 살려야 한 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도시 재생은 별다른 문제 없 이 진행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1980년대 마이카 붐, 1990년대 허가제 중고차 거래의 신고 제 전환, 2000년대 SK의 진출 등으로 중고차 시장은 신차 시장의 2배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대 규모 장안평 중고자동차매매시장은 시 외곽에 건설된 현대식 매 매·정비 단지와 온라인 시장 활성화로 고유한 경쟁력을 상 실하고 점차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이대로 가면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던 이성기 옹 의 말처럼 변화 없이는 40년 전통의 장안평 중고자동차매매 시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이런 시점에서 서울 시가 추진 중인 자동차 애프터마켓 도시 재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아닐까 싶다.


장한평에서 만났어요

폐품에서 보물을 찾아요

박임호 이사(한국자동차부품재제조협회)

“재제조는 고장·폐기·교환된 물건을 회수해 분해·세척·보수·재조립해 새것과 동일한 성능을 갖춘 제품을 뜻합니다. 완전히부수거나 녹여버리는 재활용(recycling)이나 한번 사용한 것을다시 쓰는 중고(reuse) 부품과는 다르죠. 가령 회수한 중고타이어를 세척해 동일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중고 타이어라면,손상된 타이어의 외형을 보수해 신제품과 거의 유사한 성능을발휘하도록 만든 것이 재제조 타이어, 즉 재생 타이어입니다.”

장안평 도시재생지원센터 재제조 부문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는한국자동차부품재제조협회 박임호 이사는 “성능은 새 제품과비슷하지만, 원자재 구매 비용이 적게 들어 가격을 낮추는 장점이있으며, 자원 순환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발전의대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2005년 한미 FTA를 계기로 관련 법률을 만들었지만,아직 산업 규모는 작은 편. 하지만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에서도새로운 산업으로 자리 잡았고, 미국의 자동차 부품 재사용률은40%에 이른다. 자동차 재제조 산업은 폐부품 재이용이라는 자원순환의 순기능뿐 아니라 차량 수리비를 20~40% 절감할 수 있는장점이 있다.

박임호 이사에 따르면 장안평 일대는 자동차 부품 재제조산업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춰 다른 국가에서도 최근주목하고 있는 도시 제조업 단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한다. 중랑물재생센터 내에 건립될 재제조혁신센터에는 재제조산업·중고 부품 판매업체를 위한 공동 물류 창고와제품 개발·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소가 입주할 예정이다.

장한평에서 만났어요

장안평은 우리나라 중고차 매매의 역사입니다

이성기 옹(대원자동차상사 대표)

“1972년에 우연찮게 중고차를 거래하게 됐어요. 근데 이게 내적성에 딱 맞는 거라. 하루에 몇십 대는 보통이고 100대 이상 판적도 있었어요. 돈을 싸 들고 와서 차를 달라고 하는데 차가 있어야말이지. 참 재미집디다.”

1970년대 초부터 중고차 매매를 해온 이성기 옹은 우리나라 중고차매매 상인 1세대다. 을지로 매장에서 영업을 하다가 정부 방침에따라 장안평으로 이주해 40년 가까이 중고 자동차를 팔았다.장안평에 땅을 사서 건물을 짓고 지금까지 영업한, 장안평 중고차매매 시장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초기에는 포니, 코로나, 브리사, 제미니 등 승용차와 영업용 차를주로 팔았다. 그러다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면서 화물차, 승합차,특장차 등 다양한 차를 팔았다. 안 팔아본 차가 없을 정도.

“중고 자동차 시장이 호황일 때는 장안평에도 불법이 많았어요.무허가 업자가 난립해 시장 이미지를 훼손했지. 그런데 이제는 안그래요. 제 무덤 파는 짓이라는 걸 알거든. 그리고 여기는 연령이70대 이상인 여유 있는 상인이 대부분이라 장난을 안 쳐요.”

한때는 변칙 매매의 온상이던 장안평이 이성기 옹의 말처럼 정직한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모든 차량에 정부 공인 성능 점검업체카체커스가 만든 성능 점검표를 붙이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장안평을 살리려는 1세대의 눈물겨운 노력 덕분이다.

“좋은 차를 사려면 햇빛 아래에서 보고 골라라.”

이성기 옹은 온라인이나 일부 다른 시장에서 아직도 불법 매매가이루어지고 있다며 좋은 차를 사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올바른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선 허가 업소를 찾아야 한다. 서울시의허가 번호가 없으면 모두 무허가로 봐도 무방하다고. 그리고반드시 실외에서 차를 보고 고르라고 조언한다. 인터넷이나 실내매장에서는 차량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 햇빛 아래에서살펴야 사고 유무와 도색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장안평에 전시된모든 차량에는 가격 표시, 주행거리 표시, 성능 점검표가 비치되어있으니 꼼꼼히 따져보길 권한다. 또 하나 ‘싸고 좋은 차’는 없다는진리를 받아들이라는 것. 싼 만큼 품질은 떨어진다.

“올해로 내 나이 아흔넷이오. 반평생을 장안평에서 중고차와 함께 산셈이지. 내 소망은 아니, 우리 1세대의 소망은 장안평의 옛 명성을되찾아 우리나라 중고 자동차 매매 역사를 보존하는 것입니다.그리고 그 역사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어요.”

허가 번호 제32호 대원자동차상사, 그가 청춘을 보낸 일터다.아직도 정정한 모습으로 매일 이곳으로 출퇴근한다는 이성기 옹.그의 소망대로 장안평이 옛 명성을 되찾아 우리나라 중고 자동차매매 역사의 산실이 되길 기대해본다.

글 이선민 사진 홍하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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