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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축차량사업소

기획 · 서울 탐구 ④
국내 최대 규모의 지하철 기지
지축차량사업소
2016.06

구파발역을 떠난 지하철이 마침내 긴 어둠을 벗어나 지상으로 올라섰다.
읽던 책장 위로 햇살이 내리쬔다. 차창 밖으로 은평뉴타운 뒤로 물러선 북한산이 더없이 웅장하기만 하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 규모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을 듯한 기세로 우뚝 선 지하철 기지가 있었다.

주소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삼송로 300
홈페이지 www.seoulmetro.co.kr
견학 문의 서울메트로 차량처(02-6110-5732)
※지축 차량 기지 이외에 군자·신정·수서·창동 차량 기지 견학 가능.

아래 내용 참조

- 검수고 : 경정비를 하는 곳으로, 10량으로 편성된 열차 10여 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최근 이 넓은 지붕 위에 태양광 판을 설치해 친환경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넓디넓은 지붕의 효율성이 돋보인다.- 유치선 검수한 열차들이 대기하는 곳- 주공장 : 중정비를 하는 곳으로, 축구장 7개 넓이의 크기다. 내부 천장에는 구석구석 이동식 크레인이 설치되어 있어 차량의 완전 분해를 돕는다.- 북한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기지의 모습이 근사하다. 처음 세워진 1980년대 중반에는 주변에 주택 몇 채가 전부였지만, 점점 개발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어 몇 년 후면 아파트가 배경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열차들이 허리 높이의 레일 위에 떠 있는 검수장 풍경 >- 다리위 그림 : 이 위에는 단전되어 있을 때만 올라갈 수 있다. 단전된 차는 죽어 있다고 말하는데, 꽤 적절한 표현이다.- 마스콘 키(Master Control Key) : 전동차의 전원을 켜고 끄는 것으로, 자동차의 열쇠에 해당한다. 기관사는 운행하기 전 마스콘 키와 제동 핸들(구형 전동차), 근무 일지표를 받음으로써 전동차와 관련한 모든 책임을 맡게 된다.- 기관사의 업무는 무겁다. 지하의 엄두은 이미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여러 가지 직업병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해진 시간을 엄수하기 위한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운행을 마치는 최소 1시간에서 2시간까지 조금도 틈이 없다. 그래서 기관사에게 자기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운행 전에는 먹는 것부터 마시는 것까지 줄여가며 임하기도 한다. 우리가 지하철을 이용하며 느끼는 편안함은 검수부터 운행까지 많은 이의 손길이 이어지는 덕분이다.- 운전석에는 비상시를 대비한 휴대용 변기가 구비되어 있다. 기관사의 고충이 느껴진다.

 

서울시와 인접한 고양시 초입에 위치한 지축차량사업소는 지하철 기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보통 전동차 정비는 매번 입·출고 시와 분기마다 간단하게 점검하는 경정비와 몇 년에 한 번 완전히 분해해 부품 테스트에 보강까지 마치고 다시 조립을 하는 중정비로 나뉜다. 이곳에서 하는 중정비는 서울메트로 3호선 차량뿐 아니라 한국철도공사에서 위탁한 차량, 더불어 4호선 열차까지 맡고 있다 하니 사업소의 덩치도 자연스레 커질 수밖에 없었다.

4호선 열차가 어떻게 이곳까지 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드는데, 승객이 충무로역에서 열차를갈아타듯 전동차도 충무로역에서 노선을 옮겨 탈 수 있다고 하니 흥미롭다. 이 모든 일은 운행이 끝난 한밤중에 이루어지니 직접 볼 수는없지만 조금은 낯선 풍경일 듯하다. 지축차량사업소에 상주하는 인원은 1,000명이 넘는다. 그 가운데 검수를 하는 200여 명과 정비를 맡은 320여 명의 손길은 늘상 분주하다. 검수를 하다 보면 전동차에 생긴 문제의 원인이 파악되지 않아 밤을 새기도 하지만, 잘 정비된 차량이 기지에서 달려 나가고 무사히 들어오는 것을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라며 웃는다.

시민의 의식 수준이 나날이 높아지는 점도 고무적이다. 객차 안에서 흡연을 하던 시절도 있었던 걸 감안하면 오늘날 지하철은 더없이 쾌적한 편이다. 냉방도 선풍기에서 에어컨으로 바뀌었고, 실내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었다. 특히 자동문 고장의 큰 원인 중 하나이던 문틈 사이의 이물질도 최근에는 거의 없다고 한다. 소매치기범이 지갑을 훔쳐 그 자리에서 돈만 빼내고 증거품을 없애기 위해 지갑을 통째로 문틈에 쑤셔 넣던 시절도 이제추억거리 정도로 남았다. 지금은 지하철 보안관도 자체 운영하고, 신고 체계도 매우 발달해 그런 일은 좀체로 없다고 한다. 그래도 같은칸 안에서 냉방에 관한 극과 극의 민원이 동시다발적으로 들어올 때면 애로 사항이 없지 않다. 아무래도 하루 평균 400만 명을 상회하는 지하철 이용객의 기분을 모두 맞추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차량 기지를 둘러보고 나와 다시금 운행하는 지하철에 올랐다. 기울어진 오후의 햇살이 차창 가득 스며드나 싶더니 이내 지하로 진입하며 창밖은 어둠으로 바뀌었다. 이 순간부터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홀로 거대 한 기계를 조종하며 분투하고 있을 누군가의 노고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시간이다. 객차 내의 평온은 전과 다를 바 없다. 그만큼 지하철은 우리 곁에 가장 편안하고 일상적인 이동 수단이 된 것이다. 나는 다시금 책을 펴 들고 읽던 페이지를 이어 나갔다. 철로의 이음매를 지날 때 가볍게 흔들리는 열차의 진동마저 특별해지는 오후다.

이장희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사연이 있는 나무 이야기> 저자. 다양한 매체에 글과 그림을 싣고 있다.




글 ·일러스트 이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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