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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동안 식구가 크게 늘어난 동물 마을 서울동물원

기획 · 서울 탐구 ③
100년 동안 식구가 크게 늘어난 동물 마을
서울동물원
2016.05

따뜻한 햇살이 더없이 반가운 봄이다. 봄볕은 비단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반가운 존재일 것이다. 하물며 더운 지방에서 건너와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동물원의 동물들에게는 두말할 나위 없다. 봄볕 아래 식사를 즐기는 동물원의 풍경을 담았다.

주소 경기도 과천시 대공원광장로 102 서울대공원
홈페이지 grandpark.seoul.go.kr
문의 02-500-7335

아래 내용 참조

- 서울대공원 직원용 전기차. 나름 고풍스러운 디자인이다.- 이른 아침 유인원과 사육사들이 먹이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푸른 채소와 붉은 과일빛이 봄기운과 어우러져 상큼해 보인다.- 내 이름은 '우지지' : '허브티 마시는 영국 청년' 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 수컷 로랜드 고릴라는 서울대공원에서 인기 있는 친구 중 하나다. 몸값도 비싸다!- (고릴라의 먹이) : 양상추, 샐러리, 당근, 감자, 양파, 계절 과일 등 27가지 음식이 수북이 담겨 있다. 예쁜 빛깔이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고리나'에요~ : 식탐 많은 암컷 고릴라로 서울동물원 초창기부터 함께한 안방마님 같은 존재. 입에 물고 있는 허브티는 영국에서 공수한 특별 음료수.- 크헝~ 어서 주세요~ : 서서 애타게 먹이를 기다리는 곰 박력이 넘친다!- 떨어지는 부스러기라도 없을까 틈을 노리는 동네 고양이- 현장에서 바로 닭고기를 가르고 있다. 뼈를 바를 필요도 없다. 곰은 작은 동물 정도는 남김 없이 씹어 먹느다고 한다. 곰에게 걸리면 뼈도 못 추린다는 말이 실감 난다.- 잡식성 동물인 곰에게는 닭고기와 채소에 영양분 배합사료까지 다양하게 공급한다. 특히 건빵같이 생긴 필레 사료는 물에 불려 건져 먹는 세심함까지 돋보였다. 우유와 건빵을 함게 먹으면 그 맛이 배가된다는 걸 터득한 듯하다.


             

동물들의 아침 식사는 이른 시간부터 준비한다고 해서 새벽같이 동물원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일찍부터 시작되는 출근길 서울의 교통정체. 지각이라도 하면 동물들 식사가 늦추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이 들 즈음 과천에 다다랐다. 그런데 왜 서울의 동물원은 이토록 먼 과천시에 있을까. 그 이유는 손정목 교수의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에 잘 나와 있다.

1970년대 중반, 서울에는 벌써부터 대공원 건설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당시 창경원의 동·식물원은 한계에 도달했고, 일제가 공원으로 격하한 창경궁도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했다. 이에 적지를 모색하던 중 한국전쟁 후 신무기 개발 기지를 만들려다 무산됐던 지금의 서울대공원 자리가 선정되었다. 올림픽도 다가오고 있었기에 세계적인 대공원을 만들자는 야심 찬 계획하에 1978년 기공식을 거행했다. 진행 과정에서도 계획이 여러 번 바뀌는가 하면, 석유파동이나 예산 문제처럼 국내외적인 일로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 때문에 완공 목표 시기인 1982년을 2년이나 훌쩍 넘긴 1984년 5월 1일에야 문을 열었다. 창경원에 있던 동물들과 더불어 외국에서 많은 동물을 말 그대로 ‘모셔’ 왔다. 이렇게 개장한 동물원은 그야말로 인기 폭발이었다. 개원 첫날에만 75만 명의 관람객이 몰려들었고, 4일 후인 어린이날에는 100만 명이나 방문했다. 당시 국민학생으로 개장날 동물원을 찾은 내 기억 속 서울동물원은 동물 한 마리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고 수많은 인파에 떠밀려 다니다가 집에 가는 버스도 못 탄 채 남태령 고개를 넘어 사당역까지 걸어와야만 했던 혹독한 하루로 남아 있다. 그만큼 시민들이 여가를 보낼 장소에 목말라하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이제 동물원은 창경원을 시작으로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지닌 시설이 되었다. 동물 수도 1910년 72종 361마리로 시작해 서울대공원으로 옮길 무렵이던 1970년대 말에는 130종 890마리가 현재 333종 3,700여 마리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동물 마을도 100년 동안 크게 확장된 셈이다.

나는 오전부터 유인원관의 빛깔 좋은 식단부터 오후에 육식동물들에게 고기를 나누어주는 다소 살기 어린 모습까지 둘러보며 종일 동물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틈이 날 때면 조용히 앉아 둥물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담으며 온갖 소리와 냄새가 뒤섞인 동물원만의 시간을 느꼈다. 수년 동안 동물원을 취재하며 글을 쓴 토머스 프렌치라는 미국 작가는 동물원 안에서 흐르는 시간은 인간 세상의 시간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하루 종일 제자리에 박제처럼 붙박인 동물도 있는 것이다. 낮에 움직이는 동물과 달리 밤을 좋아하는 야행성동물도 많다. 동물원을 방문하는 이들이 인간 기준으로 모든 동물이 활기차게 움직이길 기대하는 건 욕심일 뿐이라는 얘기다. 사실 나는 동물원에 갇힌 동물을 관람하는 것을 그다지 즐기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해마다 동물원을 찾는 이유는 동물원이라는 곳 자체의 변화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식구가 태어나고, 시설이 개선되고, 사육사들이 정성스레 써 붙인 팻말이 바뀌는 것을 둘러보는 게 좋다. 동물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우리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잘 보이지는 않는 방사장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비 오는 날 동물원에서 비를 피해 앉아 밖을 응시하는 곰 한 마리와 함께 하염없이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녀석의 시간을 느끼는 것 자체가 좋다.

봄날 서울동물원은 벚꽃이 만개해 아름다웠다. 동물들에게는 철장 너머 다른 세상에 피어오른 벚꽃길이었을 테니, 이런 자유로운 산책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모두에게 봄 햇살이 행복하게 내리쬘 거라 확신하며 다시금 봄길을 걸었다.

이장희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사연이 있는 나무 이야기>  저자. 다양한 매체에 글과 그림을 싣고 있다.

글 한해아 사진 문덕관(램프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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