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기·전자 산업의 메카였던 세운상가가
도심 창의 제조 산업의 혁신지이자 4차 산업혁명 거점으로 재탄생하는 중이다.
서울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가기 위한 준비로 여념없는 다시·세운의 알짜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드론의 모든 것 보리
촬영감독이었던 배현종 대표는 드론 촬영 장비를 직접 만들면서 아예 드론 제작자로 변신했다. 1년 전 창업을
준비하면서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알게 된 배 대표는 운 좋게 산업 집적지에서 창업을 할 수 있었다.
“초기 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당연히 시 외곽에 사무실을 얻었을 거예요. 부품 하나를 구하더라도 택배로 받아야 하니까 시간이 많이 걸렸겠죠. 그런데 세운상가에서는 다 해결됩니다. 드론을 만들다 부족한 게 있으면 바로 뛰어나가요. 여기선 못 구하는 게 없죠.”
배 대표는 부품을 구하려고 세운상가를 돌다 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얻는 행운도 찾아온다고 자랑했다.초기에 촬영용 드론을 주로 제작하던 배 대표는 방제기, 농약기 등 산업용으로 분야를 넓혔고 최근에는 특수 영농 분야로 특화하고 있다.
“제가 드론과 특수 영농 분야에 특화돼 있다는 걸 아는 분들이 협업을 통해 아쿠아 팜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하셨어요. 덕분에 전국 각지를 돌며 전시회를 하고 있죠. 만약 제가 세운상가에 있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다시·세운이 우리 같은 스타트업에 필요한 이유예요.”
배 대표는 아쿠아 팜 제작을 시작으로 그동안 개발한 산업용 드론과 연계해 스마트 팜 분야를 개척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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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VoRi LAB & STUDIO)
3D 프린터 전문 생산 업체 아나츠
4차 산업혁명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인 3D
프린팅. 매년 큰 폭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3D 프린팅
시장이지만 우리나라에 선보이는 3D 프린터는 대부분
수입품이거나 조립품이다. 설계와 개발 비용이 부담스
러워서 업체가 대부분 3D 프린터 선도 업체인 해외 기
업이 제공하는 오픈 소스를 그대로 차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제품 비용에 설계비와 연구비 등이 들어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국산 3D 프린터를 만
들겠다는 각오로 설계부터 부품까지 모두 직접 제작하
는 곳이 있다. 이제 창업 3년 차를 맞은 주식회사 아나
츠다. “3D 프린터만을 위한 회사입니다. 우리가 직접
설계해서 3D 프린터를 만들기 때문에 품질이 뛰어나고
내구성이 우수합니다. 또 실제 설비비만 받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도 좋은 편입니다.”
이동엽 대표는 지금 당장 수익을 내기보다 미래를 바라
보고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3년 동안 연구 개발에 매
진한 결과 의료용, 자동차 산업용, 대형, 소형 등 다양한
종류의 3D 프린터를 생산해 현재 아나츠의 이름을 내
건 3D 프린터 모델만 10여 종에 달한다. “창업했을 때
부터 세운상가는 입점하고 싶은 꿈의 공간이었어요. 세
운상가에는 제조업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있기 때문이죠.
빈 공간이 없어 돈이 있어도 못 들어오기도 하고요. 그
런데 서울시에서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스타트
업에 공간을 제공한다고 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아나츠는 다시·세운 프로젝트에 지원한 스타트업 가운
데 최고 점수를 받으며 심사를 통과했다. 이동엽 대표는
아나츠가 어번 팩토리(도심형 공장)로 자리 잡을 수 있
었던 것도 세운상가의 모든 것이 자신의 팀이나 마찬가
지로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회사 규모가 작은
대신 대기업에서는 해볼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을 스타트업의 장점으로 꼽은 이 대표는 앞으
로 글로벌 5에 드는 3D 프린팅 전문 업체로 성장하겠다
며 각오를 다졌다.
채용 정보
주식회사 아나츠
저비용 3D 프린팅 전자 의수 전문 업체 만드로
2014년 3월 3D 프린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창업
한 이상호 대표는 인터넷 카페에서 활동하다 우연히 양
손을 잃은 회원의 문의를 받게 됐다. “3D 프린터로 전
자 의수를 만들어줄 수 있겠습니까?” 그 한마디가 만드
로 이 대표의 운명을 바꾸어놓았다.
이 대표는 그때부터 의학, 공학, 기계공학, 전자공학, 컴
퓨터공학, 인체학 등 전자 의수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종합해 설계도만 800번 넘게 그린 끝에
1년 반 만에 전자 의수를 완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만드
로를 기존 3D 프린팅 서비스에서 3D 프린터를 활용한
전자 의수 전문 업체로 발전시켰다.
“세운상가 주위에는 방산시장, 동대문시장 등 제조와
관련한 모든 인프라가 모여 있습니다. 한마디로 없는
게 없는 곳이죠.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협업과 교육도 가능해서 제조업체로서는 최적
의 입지 조건을 갖춘 셈이에요.”
이 대표는 절단 장애인 중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분이 많기 때문에 스마트폰 가격으로 전자 의수를 구입
할 수 있는 저가형도 내놓았다고 귀띔했다. 이어 다리
가 절단됐을 경우 휠체어나 목발로 대신할 수 있지만
손과 팔은 대신할 것이 없기 때문에 더욱 책임감을 가
지고 완성도 높은 전자 의수 개발에 매진하겠다고 다짐
했다.
“저는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 절
단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품질 좋은 전자 의수를 생산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 세계 절단 장애인이 우리 제
품을 이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로벌 기업이 될 것이
기 때문이지요.”
코이카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 선정돼 요르단에 2명의
직원을 파견할 정도로 최고 실력을 자랑하는 만드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채용 정보
만드로주식회사
세운상가에서 만나는 4차 산업혁명
세운베이스먼트
다시·세운 리모델링 공사를 하던 중 발견한 지하 보일러실을 개조해 교육과 전시 공간 으로 바꾼 세운베이스먼트. 다시·세운 파트 너인 서울시립대학교가 이곳을 세운캠퍼스 로 이용 중이다. “국내 최초의 로봇 창작 공 간으로, 로봇뿐 아니라 다양한 4차 산업혁 명 장비를 학생들이 직접 경험해볼 수 있습 니다. 특히 학생들이 세운상가 장인들을 직 접 만나고 나면 현장의 어려움을 느끼고 좀 더 진지한 태도를 보이곤 하지요.” 서울시립 대학교 황지은 교수는 “해외 하이테크 기술 자들의 세미나를 개최했을 때 세운상가 장 인들이 큰 관심을 보이며 자발적으로 참여 해 놀랐다”는 말도 덧붙였다. 세운베이스먼 트에서는 서울시립대학교 세운캠퍼스의 수 업 외에도 로봇과 기술에 관심이 많은 어린 이와 청소년을 위한 메이커 교육, 로봇을 이 용한 시제품과 창작품 전시, 인문학과 컴퓨 터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또 예비 창업가와 전문가가 만나 전문가 멘 토링을 통해 아이템 분석과 시장 분석, 창업 자의 사업 모델을 검증하는 산학협력단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H-창의허브 SE:CLOUD
세운상가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장인과 사 회적 기업가나 사회혁신을 추구하는 청년 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H-창의 허브 SE:CLOUD가 그곳이다. 서울시와 사단 법인 씨즈(Seeds), 현대자동차그룹,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함께 세운상가군 생 태계와 기술 기반 소셜 벤처, 사회적경제 조 직의 혁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공 간이다. 아세아전자상가 3층에 공유형 교육 장, 사무실, 공용 부엌, 기술 작업장(기술혁 신랩), 창의마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기술혁신랩은 CNC, 레이저 커터, 3D 프린터 등 디지털 제작 장비와 테이블쏘, 스크롤쏘, 슬라이딩 각도 절단기, 드릴 프레스 등 목공 장비까지 갖추어 사회적경제 기업의 시제품 제작 및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도록 도와준 다. 이 외에 수시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이나 세운상가 장인들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교 실이 열린다.
장인 정신과 도전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곳
"작년부터 도시건축비엔날레, 세운 메이커스 큐브 입주 등 세운상가의 변화를 목격하면서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하고 있어요. 특히 이곳에 계신 메이커와 기술 장인들께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작년 세운상가 드론 촬영이 어려움을 겪을 때 기술 장인들이 도와주셔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성공적으로 과제를 끝낼 수 있었어요. 세운상가는 기술 장인들의 정신과 새로운 메이커스의 열정을 배울 수 있는 놀라운 공간이에요."
글 이선민 사진 홍하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