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헌 작가

인터뷰 · 탐방 · 서울 예술가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여동헌 작가의 유쾌한 에너지

2017.04

요즘 기대되는 신진 작가로 주목받는 여동헌 작가는 재치 있고 발랄한 감성,
모험적·동화적 분위기의 그림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유쾌한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청계천 삼일로 아래에 가면 꽃과 조명,
동물이 어우러진 그의 독특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색색의 꽃과 나무, 공존할 수 없는 동물이 함께 어울리고 밤하늘을 도로 삼아 자동차들이 요란스레 달려 나간다. 밭에는 펭귄과 돼지가 뛰놀고, 일하는 인부는 손을 흔들며 나타난 외계인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초월한 환상적 세계가 화면 가득 펼쳐진다. 이렇게 풍부한 상상력으로 독특한 작품을 보여주는 여동헌 작가의 작품을 청계천 삼일로 아래에서 벽화로 만날 수 있다.

“청계천 삼일교 하단에 삼일절의 의미를 담은 ‘불꽃길’을 조성한다는 얘기를 듣고 좋은 뜻을 담아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꽃과 동물을 소재로 해서 청계천 물결을 의미하는 곡선으로 상·하단을 나누어 윗부분에는 꽃을, 아랫부분에는 동물이 꽃 속에 어우러져 사는 모습을 표현했어요. 꽃봉오리에는 LED 조명을 달아 밝은 빛으로 피어난다는 의미도 담았지요. 이렇게 하니 야간에 더욱 멋지더군요.”

여동헌 작가는 ‘Welcome to Paradise’라는 작품 제목처럼 시민의 행복한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말한다.

‘Paradise City-1’, 162×112cm, 캔버스에 아크릴, 2009

그림으로 사기를 치자

여동헌 작가는 대학에서 판화를 전공했고, 그가 창안한 ‘입체 판화(3D serigraphy)’ 기법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돼 있을 정도다. 입체 판화는 수십 장의 판화를 찍은 후 정교하게 쌓아서 입체 작품처럼 만드는 것으로, 시간도 오래 걸리고 손도 무척 많이 간다.

“작품을 완성하면 보람도 크지만, 그만큼 힘들어 다른 분야에 도전해야 하나 했어요. 그러던 차에 1997년 평소 존경하던 로이 릭턴스타인에게 헌정하는 작품을 보내고 싶어 재단에 메일을 보냈지요.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는 답신만 받았지만 그것을 계기로 평면 회화를 그리게 됐습니다.”

그때만 해도 강원도 산골에서 2만~3만 원으로 한 달을 살며 그림을 그리던 가난한 무명 화가였다. 그는 결심했다. ‘그림으로 사기를 치자. 내 상황이나 심정과는 완전히 다른 거짓말 같은 그림, 이 세상에는 없을 것만 같은 완전한 즐거움이 담긴 그림을 그리자!’

그는 이러한 생각을 곧 화폭에 담았다. 형형색색의 꽃이 피고 돼지가 날고 펭귄이 뛰어다녔다. 알록달록하지만 결코 유치하지 않은 색채의 향연이 캔버스 위에서 펼쳐졌다. 평론가들은 그의 그림을 두고 “풍부한 상상력을 다채로운 색상으로 표현했다. 유쾌한 에너지가 가득하다”고 평했다.

» 여동헌 작가의 파라다이스

‘Welcome to Paradise’, 벽화, 청계천 삼일로 하단, 2015

 

‘Here comes the Big Parade-Welcome to Paradise’, 112×162cm, 캔버스에 아크릴, 2015

‘Welcome to Paradise 31’, 112×163cm, 캔버스에 아크릴, 2007

‘푸르른 날의 언덕 2’, 67×40×10cm, 입체 판화, 1998

작가가 꿈꾸는 파라다이스에서 다 함께 행복하기

“지난 10여 년간 경기도에서 살다가 얼마 전 부암동으로 작업실을 옮겼어요. 평소 서울에 대한 이미지는 ‘먼지 뿌연 회색 하늘과 자동차 소음’이었는데 오랜만에 입성해서 그런지 동네 골목길도 예쁘고, 궁궐도 멋지고, 익사이팅하기까지 해요. 작품 소재가 무궁무진해 예술가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도시라고나 할까요?”

여동헌 작가는 기업과 컬래버레이션도 즐긴다. 기업의 이미지나 요구 사항을 첨가하다 보면 더욱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청계천 불꽃길도 서울시와 한화와 함께 한 작품이다.

현재 여동헌 작가는 보령제약 창업 60주년 기념 작업, 용산 호텔 로비 전시 작품, 과천국립과학관의 열차식당 외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4월부터 6월까지는 명동 롯데에비뉴엘관에서 전시도 개최할 계획이다. 작품을 완성하는 7월이 되면 사람들이 굳이 화랑을 찾지 않아도 그의 작품을 여러 곳에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그림은 아주 유쾌하다. 행복한 환호성이 그림을 뚫고 들리는 듯하다. 주제가 무엇일까 고민하며 보지 않아도 되고, 난해한 해석도 필요 없다. 낙천적인 작가가 그려내는 이 낭만적 세계는 작가가 꿈꾸는 파라다이스고, 감상하는 사람도 그 속에서 다 함께 저절로 행복해진다.

글 이정은 사진 홍하얀 작품 사진 제공 여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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