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꿈꾸는 대로 소통 도시, 파리

특집 · 소통하는 매력 도시 서울

해외 사례

소통 도시, 파리

2017.02

파리의 공공 기관과 시민은 소통의 의지와 열정으로
더 나은 시를 건설하고 쌍방향 온라인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공공 기관은 SNS, 특히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이용해 시민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공공 기관의 SNS 활용이 재난 상황이나 공공 기관이 주최하는 행사 등을 빠르게 전파하는 정보 전달, 즉 공지의 기능과 그 행사에 시민 참여를 촉구하는 동원의 기능으로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시민이 의견 전달을 넘어서서 공공 기관의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는 많지 않은 것이다.

시민이 제안하면 공공 기관이 움직인다

프랑스 파리 시의 시민 참여 프로젝트는 주목할 만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정부 또한 참여민주주의 증진을 위해 ‘열린 정부 프로젝트’를 개시했는데, 파리 시의 시장 안 이달고(Anne Hidalgo,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재임)는 이러한 열린 정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민 참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민 참여 프로젝트의 핵심은 시장이 자신의 재임 기간 중 전체 예산의 5%를 항상 ‘참여 예산(budget participatif)’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의 몫으로 남겨놓는 것이다.

현 파리 시장의 재임 기간인 2014~2020년에 책정된 예산은 5억 유로 (한화 약 6,500억 원)에 달한다. 이미 파리 시민카드(Carte Citoyenne) 제도와 파리 오픈 데이터 시스템, 그리고 파리 모바일 프로그램 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시정에 참여할 수 있는 파리 시민은 이 예산 제도로, 자신의 제안을 구체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게 되었다. 파리 시민이면 누구나 온라인으로 자신의 프로젝트를 제시할 수 있다. ‘시민 참여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대규모든 소규모든 자신의 프로젝트를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제시한다. 그러면 파리 시의 행정관과 기술 공무원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심사를 거쳐 적절성(파리 시민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인지), 실현 가능성(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실제 수행할 수 있는지) 등의 기준에 따라 선정한다.

최종 통과한 프로젝트는 ‘시민 참여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올려 시민 투표 과정을 거치고 최종적으로 선택받은 소수의 프로젝트를 시행하게 된다. 2014년 첫해에는 1,770만 유로(한화 약 230억 원)의 예산을 활용해 9개의 시 차원 프로젝트를 실현했고, 2015년에는 6,770만 유로(한화 약 880억 원)의 예산으로 8개의 시 차원 프로젝트와 180여 개의 구 차원 프로젝트를 실현했다. 초등학생이 직접 채소를 기르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학교에 채소밭을 조성하거나 구민이 많이 이용하는 광장에 묘목을 심고 레노베이션을 하는 구 차원의 프로젝트, 시립 미술관에 전시할 예술 작품의 구입이나 센 강변의 레노베이션 같은 시 차원 프로젝트가 시민 참여 프로젝트의 좋은 예다.

 

적극적 소통으로 더욱 살기 좋은 도시

이 프로젝트와 긴밀한 연관을 맺으면서 성공리에 진행 중인 파리 시와 파리 시민 간의 소통 창구, 아니 소통을 넘어 함께 더 나은 시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제도로 ‘우리 동네에서 (Dans Ma Rue)’라는 앱을 기반으로 한 ‘시민이 참여합니다 (Je m’engage)’ 프로젝트가 있다. 안 이달고 시장이 추진해 만든 이 앱을 통해 파리 시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살고 있 는 지역의 문제점을 사진이나 동영상 등으로 찍어 올리고, 직접 시 공무원과 소통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단순히 기술적으로 이러한 앱을 시 차원에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 앱을 기반으로 시민이 직접 시의 여러 문제에 참여하는 ‘시민이 참여합니다’ 프로젝트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최근에 프랑스 언론의 주목을 받은 참여 사례는 노숙인 문제다. 파리는 서울보다 훨씬 더 노숙인(Sans Domicile Fixe) 문제가 심각하다. 파리에서 시민들은 이 앱과 ‘시민이 참여합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손쉽게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주변의 노숙인이나 사회단체 정보를 파악해 이들과 접촉 할 수 있으며 자원봉사자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시민은 노숙인을 위한 식사 만들기 및 배분, 혹한기 잠자리 제공, 여성 노숙인을 위한 생리대와 같이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생필품 기부 등에 파리 시 곳곳의 사정을 쉽고 빠르게 전달해주는 이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앱을 기반으로 한 ‘시민이 참여합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시, 사회단체, 시민 간의 긴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모든 시민이 망설임 없이 아주 쉽게 노숙인을 위한 시민 참여를 이루어낸 것이다.

특히 2016년 겨울 파리에 이례적인 혹한기가 찾아왔을 때,파리 시와 사회단체만으로는 노숙인을 추위로부터 보호하지 못했을 것이다. 파리 시가 시민을 정보 전달이나 동원의 대상이 아닌,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과 함께할 수 있는 소통의 대상으로 보았기에 이러한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언론이 주목할 만큼의 긍정적 시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배세진은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으며, 이후 프랑스 파리 7대학(파리디드로 대학) 사회학과에서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현재 동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서울시 도시동향 파리 통신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 배세진(서울연구원 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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