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전우용 교수가 '의정부와 육조대로'를 설명하고 있다.

특집 · 서울 2,000년 역사 도시

원형 회복하는 조선 시대 최고 정치기구

의정부 터

2016.12

특집 2000년 역사 도시 서울

조선 시대 최고 정치기구 의정부가 있던 터의 원형을 회복하는 것은 경복궁에서 단절된 고도(古都)
서울의 모습이 육조대로로 이어지는 상징적 첫걸음이 될 것이다.

 

조선 시대 최고 정치기구 ‘의정부’는 1400년(정종 2) 정종이 처음 설치한 이후 1907년 내각 신설로 폐지될 때까지 영의정·좌의정·우의정 등이 국왕을 보좌하며 육조의 업무 등 국가 정사를 총괄하던 곳이다. 경복궁 바로 앞 육조의 최상위인 현 광화문 시민열린마당 일대에 위치하고 있었다. 임진왜란 이후 비변사에 실권이 넘어가고 화재가 나서 청사까지 이전해 위상이 떨어졌으나, 고종이 즉위한 후 대원군의 왕권 강화 정책에 따라 삼군부, 육조 관청과 함께 재정비가 이루어져 본래의 위치에 중건하고 위상도 회복했다.
옛 육조대로(現 세종대로 일대)는 의정부, 삼군부, 육조를 비롯한 조선의 주요 중앙 관청이 자리하던 서울의 핵심 가로로,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육조대로 주요 관청 터에 대형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역사적 경관이 대부분 훼손됐다. 하지만 의정부가 있던 자리는 1909년 내부(內部) 청사 2층 신축을 비롯해 여러 차례 공사를 진행했어도 지하층과 중층 이상 건물 신축은 거의 없어 지하 유구 보존 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지난 8월부터 아스팔트 아래 의정부 터의 옛 모습을 150년 만에 되찾기 위한 본격적인 발굴 조사를 시작했다. 또 지난 11월 한 달 동안 현재 발굴 조사 중인 옛 의정부 터 현장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의정부의 역사성을 조명하는 현장 탐방과 강연회가 열렸다. 이번 프로그램은 의정부 터 발굴 조사의 중요성과 서울 시내 유적의 보존 필요성에 대한 시민의 이해를 돕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한 것이다.

옛 의정부 터 발굴 조사 현장

의정부의 역사성을 조명하는 시민 현장 탐방

이번 현장 탐방은 전문가와 함께 광화문 광장 일대를 답사하면서 육조대로의 변화와 관련한 설명을 자세히 듣고 의정부 터를 직접 방문해 생생한 발굴 현장을 볼 수 있었다. 특히 현장에서는 남아 있는 의정부 흔적을 찾는 발굴 조사 과정과 토층의 변화, 유물·유구의 양상 등에 대한 학예연구사의 상세한 설명도 곁들여졌다.강의는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이루어졌다. 먼저 의정부 조성부터 고종 때 의정부를 중건하기까지의 과정, 경복궁과 육조대로의 변화 양상 등을 살펴보았다. 의정부와 육조를 비롯한 조선의 관청 제도와 관료 제도의 시기별 변화상을 명지대학교 홍순민 교수의 설명으로 생생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근대화를 꿈꾸던 대한제국 시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세종대로의 변화상은 역사학자 전우용 위원(서울시 문화재위원)이 진행했다. 동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육조대로가 조선 시대 관청가에서 근현대 격변기를 거쳐 대한민국 정치·문화의 중심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세종로 일대 현장에서 펼쳐 보였다.

‘다시 찾은 의정부’ 강좌에 참여한 정순희 씨

또 의정부 정본당의 사진을 최초로 소개한 이경미 소장(역사건축기술연구소)은 조선 시대 의정부와 육조 각 관청의 건축양식 특징과 변천 과정을 전했다.
서울시 공공 서비스 예약 홈페이지를 통해 참석한 시민은 물론, 현장에서 즉석으로 참여한 시민까지 뜨거운 호응으로 강의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서울이 고향이고 옛 의정부 터 근처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오늘 강의를 듣기 전에는 이 자리가 얼마나 의미 있는 장소인지 잘 몰랐어요. 옛 의정부 터 발굴 현장을 직접 보고 전문가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역사는 묻힌 게 아니라 우리 옆에 늘 함께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미래 자원이라는 사실을 느꼈어요”라고 정순희 씨는 소감을 밝혔다.

옛 의정부 터의 변화

1890

1945

1948

1951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 있는 옛 의정부 터

글 양인실 사진 이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