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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탐방 · 서울골목여행

광희동에서 만난 실크로드
2020.02

서울을 지탱하고 있는 작은 골목들.
그 안을 들여다보니 골목마다 키릴문자로 가득한 중앙아시아가 숨어 있었다.

동대문에 형성된 중앙아시아 이주민의 터전

서울 곳곳에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고유한 문화를 간직한 채 모여 살고 있다. 하지만 동대문 인근에 중앙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모인 거리, 일명 ‘동대문 실크로드’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작은 골목이지만 거리마다 키릴문자와 한글이 뒤섞여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이곳에는 중앙아시아 이주민의 생활을 위한 음식점, 식료품점, 환전소 등 150여 개 업체가 밀집해 있다. 중앙아시아거리는 1990년대 초 한-러 수교 이후 러시아 상인들이 의류 상가 주변에 모이면서 조성되기 시작했다. 동대문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상품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 등 중앙아시아 내륙으로 보내기 위해 가까운 광희동을 드나들면서 이곳이 그들의 터전이 된 것. 이후 러시아인은 대부분 떠나고, 몽골과 중앙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다.

1 동대문 실크로드 조형물

중앙아시아거리의 입구인 광희동사거리에는 나무들 사이로 동대문 실크로드의 시작을 알리는 알록달록한 이정표가 서 있다. 이 이정표를 발견했다면 길 건너 작은 골목에서 중앙아시아 여행을 시작하면 된다. 이정표에는 동서양의 교역로였던 실제 실크로드의 파미르고원, 울란바토르, 모스크바, 이스탄불, 사마르칸트 같은 도시의 이름과 함께 서울로부터의 거리가 적혀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남산까지 가는 남소영길이나 광희문 등 동대문 관광 코스의 방향도 알 수 있다. 동대문 거리의 난데없는 실크로드 이정표가 의아할 행인들을 위해 이정표 옆에는 광희동 중앙아시아거리에 관한 친절한 설명이 붙어 있다.

주소중구 광희동2가

2 카페 우즈베키스탄

중앙아시아거리의 한 좁은 골목 안에는 사마리칸트, 사마르칸트 등 비슷한 상호명의 우즈베키스탄 음식점들이 모여 있다. 세계 문화의 교차로 역할을 했던 도시 사마르칸트의 뒷골목을 연상시키는 거리다. 가게 앞 화덕에서 전통 빵 ‘삼사’를 굽고 있는 ‘카페 우즈베키스탄(사마르칸트)’에 들어서자 주인장이 유창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다. 그는 2002년 월드컵 때 그의 아버지가 한국을 방문한 인연으로 이곳에 정착해 지금까지 가족이 대를 이어 장사를 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인구의 80%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도이기 때문에 양고기 요리가 발달했다. 우즈베키스탄식 만두 ‘만티’와 볶음밥 ‘프러프’ 등도 한국인 손님에게 인기 있다.

주소중구 마른내로 159-23 전화02-2277-4163

3 임페리아

‘임페리아’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 식료품을 판매하는 슈퍼마켓이자 빵집이다. 러시아어를 쓰는 다양한 국적의 손님이 쉴 새 없이 드나든다. 가게에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조지아, 아르메니아, 리투아니아 등에서 건너온 각종 소시지, 통조림, 과자, 냉동식품, 음료, 주류 등을 판매한다. 안쪽에는 큼지막하고 투박한 모양의 다양한 러시아 빵과 우즈베키스탄 전통 빵이 진열돼 있다. 이곳을 찾는 한국인 손님은 대부분 이 빵들을 맛보기 위해 방문한다. 이곳은 오믈렛과 버거, 러시아 샌드위치 등 간단한 음식과 차도 판매하며, 가게 한쪽에는 주문한 음식을 먹고 갈 수 있는 좌석도 마련돼 있다.

주소중구 마른내로 161 전화02-2263-4115

4 유목민 몽골(Mongol Nomadic)

광희동 중앙아시아거리 몽골거리의 2층에 자리한 식당 ‘유목민 몽골’에 들어서면 정면에 설치된 몽골 전통 가옥 ‘게르’가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게르 안에는 몽골의 전통 의상과 악기가 진열되어 있고, 식탁 위에는 양의 복사뼈로 만든 몽골 전통 놀잇감 ‘샤가이’가 놓여 있다. 샤가이는 우리나라의 윷놀이에 쓰는 윷과 비슷한 것으로, 몽골인은 샤가이로 운세를 점치기도 한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양갈비를 뜨거운 돌에 쪄낸 몽골 전통 요리 ‘허르헉’이다. 몽골에서 귀한 손님을 맞거나 집안의 대소사를 치를 때 먹는 음식이다. 몽골식 볶음면 ‘초이완’과 전통 만두 ‘호쇼르’도 인기 메뉴다. 초기에는 몽골인 손님이 대부분이었으나 현재는 많은 한국인이 몽골의 맛을 경험하기 위해 찾는다.

주소중구 을지로44길 19 전화02-2269-6669

5 카페 바이칼

바이칼 호수 동남쪽에 위치한, 러시아연방의 자치공화국 부랴트의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보르시’와 ‘셰브릭’ 같은 러시아 음식과 ‘부자’ 등의 부랴트 전통 음식을 함께 맛볼 수 있다. 부랴트 민족은 몽골인의 후예로, 한국인과 비슷한 뿌리를 갖고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한국인 주인장과 부랴트인 여주인장은 한국 손님에게 다소 생소한 부랴트 민족과 문화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기도 한다. 가게 입구 쪽에는 부랴트인이 헝겊을 매달아 복을 빈다는 말뚝 ‘세르게’가 놓여 있고, 벽에는 여주인장이 직접 그린 풍경화와 부랴트 전통 복장을 입은 사람들의 사진이 걸려 있어 이국적 분위기를 한층 더한다.

주소중구 동호로34길 24 2층 전화02-3390-4310

6 러시아케익

화려한 인테리어도, 특별한 이름도 없이 그저 커다란 간판 위에 여러 언어로 ‘러시아케익’이라고 정직하게 쓴 작은 빵집이다. 그럼에도 가게에는 젊은 한국인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SNS에서 입소문을 타 케이크 마니아들이 찾아오는 동대문의 이색 케이크 맛집이기 때문. 러시아인 파티시에가 현지 맛 그대로 만든 러시아 케이크와 파이 등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인기 있는 메뉴는 황제의 케이크라 불리는 ‘나폴레옹’과 러시아식 꿀 케이크 ‘메도빅’으로, 러시아의 대표 국민 디저트다. 우크라이나 ‘키예프’ 케이크도 이곳 주인장의 추천 메뉴다. 러시아인이나 중앙아시아인들은 이곳에서 케이크보다 파이나 일반 빵을 주로 사간다.

주소중구 을지로42길 7 전화02-6053-4079

전하영 사진 인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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