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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 서울여행

기획 · 90분 서울여행

호수에서 헌책방까지,
송파 낭만 산책
20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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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서 헌책방까지
송파 낭만 산책

백제의 숨결이 녹아 있는 송파구에 약 13만 권의 장서를 갖춘 헌책방 ‘서울책보고’가 문을 열었다.
벚꽃 핀 호수를 출발해 헌책방에서 마무리하는 봄 산책을 다녀왔다.



지하철 2호선 잠실역 2-3번 출구



① 석촌호수

4월은 호수가 꽃반지를 끼는 달이다. 세상의 모든 연분홍을 동그랗게 모은 듯 2.5km 둘레의 호숫가 벚나무가 사람들을 유혹한다. 이 인공 호수는 원래 한강이었다. 1971년 한강 공 유 수면 매립 사업 이후 물길이 바뀌어 호수가 된 것. 한때 수질 악화로 아픔을 겪었으나 수생식물을 심고 콘크리트를 걷어내자 건강한 생태를 회복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됐다.깨끗한 물이 있고, 물가엔 나무가 초록 터널, 꽃 터널을 이루니 사람들이 절로 모인다. 4월 5일부터 12일까지 서울의 대표 꽃 축제 ‘석촌호수 벚꽃축제’가 열린다. 호숫가에 꽃이 피었다고 사람도 덩달아 즐거워지는 시간이다.

주소
송파구 잠실로 148
문의문의
02-421-0970(송파관광정보센터)

석촌호수

석촌호수




송리단길



② 송리단길

길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람과 삶이 흐르게 하기 위함이다. 동호와 서호로 나뉜 석촌호수의 동호 쪽, 송파동 골목골목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흐른다. 평범한 주택과 상가가 모 인 동네에 눈길을 끄는 가게가 하나둘씩 생겨난 건 2017년 후반쯤. 이름난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주인의 개성이 묻어나는 조그만 가게들이 사람의 마음을 똑똑 두드린다. 공구 상 옆 베이커리, 미용실 옆 카페, 세탁소 옆 밥집은 일상과 여가의 경계에 들어서 산책자를 기웃거리게 한다. 어지러울 정도로 늘어선 맛집이 서로 뽐내고 다투는 모양새가 아니라 주택가에 조용히 스며들어 불쑥 한 집씩 나타나는 형 태라 발견의 기쁨이 더하다. 아름다운 석촌호수에 이어 정다운 골목길을 걷는다. 여기에 저마다 개성 넘치는 메뉴까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주소
송파구 백제고분로, 오금로 일대
문의문의
02-421-0970(송파관광정보센터)

송리단길

송리단길

(위부터) 송리단길의 전망 좋은 카페 ‘서울리즘’,조용한 주택가에 스며든 ‘오로라’.




한성백제박물관



③ 한성백제박물관

백제 하면 충남 공주와 부여를 떠올리지만, 678년의 백제 역사 동안 가장 오래 수도였던 곳은 한성이다. 475년에 웅진으로 수도를 옮기기 전, 근초고왕이 전성기를 이룬 무대가 바로 오늘날의 송파구 일대다.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공원 부지를 정비하던 중 땅속에 묻혀 있던 찬란한 역사가 발굴됐고, 이를 한성백제박물관에 모아 전시했다. 박물관 입구에 있는 풍납토성 단면은 그 옛날 흙으로 단단한성을 쌓은 백제의 지혜와 기술을 보여주며, 제2전시실의 배는 해상 강국 백제의 면모를 드러낸다. 각종 유물은 물론 당시 한성의 모형 등 전시물 하나하나가 흥미롭다. 백제 관련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4D 영상관도 놓치지 말 것.

주소
송파구 위례성대로 71(올림픽공원 내)
문의문의
02-2152-5800

한성백제박물관

한성백제박물관




한성백제박물관



④ 소마미술관과 조각공원

1988년 서울 올림픽이 남긴 근사한 문화 공간. 올림픽공원을 조성하며 전 세계 거장 작가의 조각 작품을 야외에 설치했고, 이는 아직 미술관 나들이에 익숙하지 않던 시민에게 자연과 어우러진 예술의 아름다움을 알려주었다. 공원 한쪽에 2004년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몸을 자연스레 낮춘 건물이 호감과 호기심을 자아낸다. 땅의 높낮이를 모방한 듯한 건물은 전시실 동선도 깊어졌다 얕아졌다 해 관람의 즐거움을 더한다. 이동 중에 유리 벽 너머로 눈에 들어오는 조각공원 풍경은 또 다른 작품이다. 4월 12일부터 6월 23일까지 김환기, 박수근, 이응노, 이중섭, 장욱진 등 한국 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200여 명 작가의 드로잉을 선보이는<素畵(소화): 한국 근현대 드로잉>전을 개최한다.

주소
송파구 위례성대로 51(올림픽공원 내)
문의문의
02-425-1077

소마미술관과 조각공원




올림픽공원



⑤ 올림픽공원

백제를 상징하는 유물인 칠지도가 그려진 계단을 올라가서 몇 걸음 걸으면 시야가 탁 트이며 감탄사가 새어나온다. 완만한 언덕에 곡선이 이어지고, 저 멀리 직선의 도시가 대조를 이룬다. 게다가 지금 밟고 선 언덕은 3~4세기에 백제인이 축조한 것으로 추정하는 유서 깊은 사적 제297호 몽촌토성이다. 이 곡선을 따라 걷는 길 덕분에 올림픽공원을,서울이란 도시를 새삼 사랑하게 된다. 평균속도로 걸으면 30~40분 걸리는 2.4km의 산책로지만, 아름다운 길은 마법같은 힘을 지녀 절로 속도가 느려지고 소요 시간도 길어진다. 걷다가 마주치는 드넓은 잔디밭에는 명물 ‘나홀로나무’ 가 서 있다. 어떻게 찍어도 ‘인생 사진’이 나오는 장소. 너나없이 사진을 찍고 웃는다. 봄날의 공원은 서울의 축복이다.

주소
송파구 올림픽로 424
문의문의
02-410-1114

올림픽공원

올림픽공원

(위부터) 백제의 상징 칠지도가 그려진 계단,올림픽공원의 명물 ‘나홀로나무’.




몽촌역사관



⑥ 몽촌역사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백제의 중심 도시 서울의 역사를 알려주고 싶다면? 정답은 몽촌역사관이다. 이곳은 유리관 안에 유물을 모셔두고 옆에 해설을 길게 써 붙이는 대신 관람 객이 직접 만지고 체험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백제 사람은 무엇을 먹고, 어떤 옷을 입고, 어디에서 살았는지, 음식은 어떻게 보관하고, 어떤 놀이를 했는지 재미있게 익힐 수 있다. 심지어 백제의 화장실 시설도 재현해놓아 아이들이한 번씩 쪼그리고 앉아서 까르르거린다. 삼국 중 백제의 화장실만 유일하게 발굴되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백제인이 즐겼다는 주사위 놀이 ‘쌍륙’을 해보고, 고고학자처럼 흙 속에서 유물을 찾아 붓으로 흙과 먼지를 제거해보고, 활도 쏘아보는 사이에 책 속 글자와 그림으로만 존재하던 백제가 성큼 다가온다.

주소
송파구 올림픽로 424(올림픽공원 내)
문의문의
02-2152-5900

몽촌역사관

몽촌역사관




서울책보고의 13만 권 ‘책 터널’.

서울책보고의 13만 권 ‘책 터널’.

서울책보고



⑦ 서울책보고

이 안에 우주의 모든 것이 있다. 태초부터 미래까지, 지구의 어느 오지부터 인류가 영원히 가지 못할 먼 우주까지. 책은 보물이다. 저자가 공부하고 고민하고 궁리한 내용을 압축 해 담아놓은 보물. ‘서울책보고’는 그런 보물 13만 권을 갖춘 헌책방, 곧 보물 창고다. 청계천 동아서점, 신촌 공씨책방 등 우리 책 문화의 한 축이자 이 도시와 시민의 자산이라 할 헌책방 25개가 참여해 서가를 채웠다. 헌책이란 과거 언젠가 ‘이 내용은 꼭 책으로 기록되어야 한다’고 믿은 저자와 출판사가 정성을 다해 만들어 세상에 내보낸 존재다. 그 한 권 한 권이 쌓여 13만 권이 나란히 꽂힌 서가는 장관이다. 서가 사이를 거니는 것만으로 지식과 정성의 세례를 받는 듯 마음이 충만해진다.

서울책보고

서울책보고

(위부터) 독특한 콘셉트의 독립 출판물, 25개 헌책방이 내놓은 책들.

ㄱ자 모양의 서울책보고는 서가를 크게 세 종류로 구성했다. 가장 안쪽 서가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석학 한상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와 여성학자 심영희 한양대학교 교수 부부 가 기증한 책 1만여 권이 있다. 한국의 지성을 이끈 두 대가가 읽고 사랑한 책을 훑다 보니 마치 학자의 머릿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방대한 독서량이 감탄스러운 건 물론이다. 그 옆에는 독립 출판물 2130여 종을 전시했다. 일반 서점에서 보기 힘든 콘셉트와 디자인, 테마의 책이 가득하다. 책에 대한 고정관념이 즐겁게 깨지는 시간이다. 이 두 공간의 책은 판매하지 않고 전시만 한다. 독립 출판물을 구입하고 싶은 독자는 직원에게 문의하면 구입처를 안내해준다. 독립 출판계의 활동에 힘을 보태고, 독자에게는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하려는 서울책보고의 기획이다.

마지막으로 헌책의 공간이다. 25개 헌책방이 각자 이름을 걸고 있다. 어느 곳은 1990년대 잡지를, 어느 곳은 추억의 교과서를, 또 어느 곳은 세로쓰기로 된 옛날 전집을 내놨다. 다시 볼 수 없으리라 생각한 20~30년 전 소설들이 발을 붙잡는다. 읽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던 책이 눈앞에 나타날 땐 꼭 그 시절의 나를 만나는 것 같다. 지금은 사라진 출판 사 이름도 반갑다. 여기서 이렇게 살아 있었구나. 시중의 대형 서점에서는 결코 맛보지 못할 감동이다.

가나다순이 아닌 서점별 배치는 오프라인 서점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물론 원하는 도서를 검색할 수 있지만, 해당 서가에서 그 책을 찾다가 그 옆의 책과 인연이 닿기도 한다. 제목에 이끌려 꺼낸 어느 책이 ‘인생 책’이 될지 모른다. 그 책이 절판돼 구할 수 없는 책이라면 짜릿함은 더욱 커질 것이다. 내부는 쾌적하고 카페 공간도 마련해놓았으나, 서울책보고는 본질적으로 헌책방이다. 나만의 보물을 발견하는기쁨, 서울책보고에서 보물이 독자를 기다린다.

서울책보고

서울책보고

(위부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인 무대 공간, 서울책보고 외관.

잘 생겼다! 서울책보고



잘 생겼다! 서울책보고

지난 3월 27일, 장서 규모 13만 권의 헌책방 ‘서울책보고’가 문을 열었다. 유휴 건물을 리모델링해 시민이 책과 좀 더 가깝게 만나고, 헌책이 순환하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25개 헌책방이 참여해 책을 내놨고, 명사 기증 도서 코너에는 한상진·심영희교수가 기증한 1만여 권의 책이 서가를 채웠다. 2130여 종의 독립 출판물도 전시한다. 심야 독서, 북 토크 등 책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하철 2호선 잠실나루역 1번 출구에서 도보 1분 거리로 접근성도 좋다.

주소
송파구 오금로 1
문의문의
02-6951-4979, seoulbookbogo.kr

김현정사진장성용일러스트김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