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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상생서울
뜨거운 열정과 기술로 완성한 옷
창신동 봉제 공장 24시
20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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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열정과 기술로 완성한 옷

우리나라 패션 의류 산업에 일익을 담당한,
대한민국 봉제의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마을, 종로구 창신동을 찾았다.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주변엔 서울 한양도성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동대문패션타운 등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들이 자리한다. 그 사이사이의 조붓한 골목으로 들어서면 재봉틀이 쉼 없이 돌아가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동네가 나타난다. 가파른 돌산에 빼곡하게 자리한 집들과 그 아래로 900여 개의 봉제 공장이 촘촘하게 들어선 창신동. 언뜻 상가 건물처럼 보이지만 지하와 지상 모두 봉제 공장이다.

이곳은 조선 시대 초 이 지역을 일컫던 인창방(仁昌坊)과 숭신방(崇信坊)의 가운데 글자를 따 창신동(昌信洞)이라 불린다. 당시 중심지의 경계를 이루던 성곽 마을로 해방 이후엔 판잣집과 무허가 건물이 들어섰고, 차츰 철거가 시작되면서 상가아파트와 도시형 한옥이 늘어났다. 하지만 세월도 지울 수 없었던 창신동의 역사는 바로 봉제 산업이다.

1960년대 의류 제조 산업이 호황을 누리며 수출이 늘어나자 동대문에는 원단과 의류 부자재를 업으로 삼은 상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대문과 인접한 창신동에는 의류 산업과 밀접한 디자인 및 원단 제조와 판매가 한 번에 이뤄지도록 돕는 기술력과 노동력을 지닌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볼 수 없는 도심형 제조업 지역, 창신동은 그렇게 60여 년간 우리나라 봉제 산업을 이끈 이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것이다. 얼기설기 얽혀 있는 전깃줄 아래로 원단을 가득 실은 오토바이가 좁은 길과 사람들 사이를 요령 있게 비집고 들어서고, 밤낮없이 옷을 짓고 있는 창신동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봉제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 옷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옷본을 도안하는 패턴사, 시제품을 만드는 샘플사, 원단을 자르는 재단사, 옷을 제작하는 미싱사 등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의 손을 거쳐 하나의 옷이 탄생한다. 과거에는 한 공장에서 패턴, 재단, 재봉, 후처리 등 모든 공정을 처리했으나 지금은 제조 공정을 각각 맡은 분업화한 사업장이 들어서면서 하나의 시스템으로 옷이 만들어지는 것.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 안 공장에서 미싱공들이 무던히 애쓰며 옷을 지어내던 시절, 다락방에서 밥을 해 먹고 쪽잠을 자기도 했던 옛 시절은 이제 하나의 추억일 뿐이다 .

“옷 하나 만드는 데 퀵이 열다섯 번 이용된다. 원단과 부자재 등 봉제 관련 산업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봉제업이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 관계자의 말은 창신동 봉제 산업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이 동네에선 예술가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어린 시절을 보낸 나지막한 한옥마을이 있고, 한국 대표 화가 박수근의 집터도 둘러볼 수 있다.다소 삭막한 공장 건물들 속 온기를 지닌 공간의 발견이다.






옷이 탄생하는 과정

옷이 탄생하는 과정

옷이 탄생하는 과정

① 디자인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고 디자인에 맞는 원단과 부자재를 세심하게 결정한다. 이를 토대로 샘플 작업지시서를 작성한다.




옷이 탄생하는 과정

② 패턴

옷의 전개도, 설계도를 만드는 작업이다. 작업 지시서를 통해 옷의 디자인과 치수에 대한 정보를 얻은 후 신중하게 만든다.




옷이 탄생하는 과정

③ 재단

옷본을 따라 원단을 가위나 재단기로 자르는 작업이다. 옷의 부품을 만드는 일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옷이 탄생하는 과정

④ 재봉

재단한 원단을 재봉틀로 이어 붙이는 작업이다. 옷의 종류에 따라 공정이 달라져 품목에 따라 전문가가 따로 있다.




옷이 탄생하는 과정

⑤ 완성

재봉틀로 처리하기 어려운 안감 처리, 주머니, 단추 달기 등 섬세한 부분은 손바느질을 통해 완성한다.










창신동에서 만난 사람들

창신동에서 만난 사람들

창신동 베테랑과 새내기

창신동 베테랑과 새내기

창신동 베테랑과 새내기

패션업계에 몸담은 지 40년 된 ‘한어페럴’ 한상민 대표와
14년 차 디자이너 ‘커넥티드 제이’ 김승주 대표, 그리고 이제 막 브랜드를 론칭한
신진 디자이너 ‘이에 에 드맹’ 윤빛나 대표를 한자리에서 만났다.



창신동 베테랑과 새내기

창신동 베테랑과 새내기



한어페럴 대표이자 한국패션봉제아카데미에서 패션을 전수하고 있는 한상민 마스터는 의류업계에서 옷 한 벌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자로 통한다. 17세 때 단추와 안감을 구해오는 일부터 시작해 옷의 모든 과정을 배워온 한 대표는 ‘창신동의 살아 있는 역사’ 그 자체다.
베테랑 디자이너로 발돋움하고 있는 김승주 대표는 2018년 여성복 브랜드 ‘커넥티드 제이(CONNECTED J)’를 새롭게 선보였다. 여러 브랜드를 거쳐 자신만의 컬러를 찾은 그는 지난해 ‘대한민국명품봉제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패션디자인학과 대학원생이기도 한 윤빛나 대표는 여성복 브랜드를 출시한 지 채 2개월이 안 된 신진 디자이너다. 그의 브랜드 ‘이에 에 드맹(hier et demain)’은 실용적이면서도 개성 강한 여성 셔츠가 주력 아이템이다.

이 세 전문가는 창신동 일대에 터전을 잡고 열정적으로 패션 산업을 꾸려가고 있다. 1970년대 맞춤 시대를 겪어온 옷 전문가인 한상민 대표는 40여 년의 묵직한 시간 동안 오로지 옷 관련 일을 해왔음에도 올해 초 의류 패션 관련 학과를 만학도로 졸업했다. 물론 현장에서한 단계 한 단계 밟아온 세월 속에서 훨씬 더 많은 배움을 얻었겠지만, 신진 디자이너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후배들이 옷 제작 과정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옷 만드는 일은 녹록지 않습니다. 특히 ‘봉제’는 옷의 모든 과정을 아우릅니다.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이만 디자이너가 아니지요. 박음질 하나로 옷의 태가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옷에 관여한 모든 이가 디자이너입니다.”

창신동 베테랑과 새내기

김승주 대표는 2018년 사무실을 구하기 위해 창신동을 처음으로 샅샅이 살펴보게 되었다. “동대문은 자주 왔는데,이 동네는 늘 스치기만 했어요. 처음엔 복잡했지만 점점 익숙해졌고, 오래된 건물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지요. 특히 이곳은 디자이너에겐 최고의 장소예요. 실과 옷감 등 의류 관련 자재를 5분만 걸으면 구할 수 있으니까요.” 대학에서 유전공학과를 전공했지만 옷이 너무 좋아 패션디자인학과로 편입하고 패션 일에 열정을 다하는 김 대표의 꿈은 점점 더 커지기만 한다. “‘이 정도면 괜찮은데?’ 이런 옷이 아니라 제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만족스러운 옷을 만들고 싶어요.”

윤빛나 대표 또한 숨은 보물 같은 이 동네를 발견하곤 단박에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이제 막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세상에 선보일 패션 아이디어가 풍부한 그에게선 새내기다운 당찬 포부가 엿보인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성은 보통 셔츠를 많이 입는데, 디자인도 예쁘고 착용하기도 편한 실용적인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즉 제가 입고 싶은 셔츠를 디자인하고 싶어요.”
창신동에서 펼쳐나갈 이들의 패션 세계는 오래된 동네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으며 창신동 봉제 산업의 명성을 계속 이어나갈 전망이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실과 천이 꽃피우는 곳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우리나라 봉제 역사를 알고 싶다면 이곳으로 가보자.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이음피움은 두 끝을 맞대어 붙이는 ‘이음’과 꽃봉오리 따위가 벌어지는 ‘피움’에서 따온 말이다. 실로 천과 천을 이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공정을 이르는 어여쁜 의미 로, 우리나라 봉제 산업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역사관이다. 고집을 꿰매듯 오랜 시간을 봉제와 함께해온 봉제 마스터 10인을 브랜드로 해석해 전시한 것이 눈에 띈다. 그들의 인터뷰와 더불어 시간의 흔적이 밴 장비와 물건에서 현장의 생생함이 느껴진다. 2층 상설전시장에서는 산업화의 과정부터 여성 노동의 역사까지, 창신동 봉제 거리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엿볼 수 있는 ‘봉제의 역사’를 전시한다. 4층 바느질 카페에서는 역사관 내 단추 가게에서 구입한 체험키트로 간단하게 바느질을 해볼 수 있다. 이처럼 이음피움 봉제 역사관은 봉제 산업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한다. 또한 창신동 봉제 거리의 근현대사를 보존하는 공간이라는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의 새로운 명소인 ‘잘 생겼다! 서울20’에도 선정됐다. ‘서울형 도시재생’ 1호인 창신·숭인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의 거점 시설로, 공공의 재정과 주민 참여로 조성해 더욱 의미가 깊다.

주소
종로구 창신4가길 26
문의문의
02-747-6471






창신동 봉제 거리의 눈여겨볼 곳 5

창신동 봉제 거리의 눈여겨볼 곳 5

창신동 절개지

창신동 절개지

언덕으로 이뤄진 창신동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도심 속 이질적 풍경인 채석장을 볼 수 있다. 이 곳은 일제강점기에 서양식 건축물을 지으면서 건축에 필요한 화강암을 캐던 곳이다. 창신소통공작소와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이 이곳의 경관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 명소다.

주소
종로구 창신6길 58

창신소통공작소

창신소통공작소

동네 주민의 예술을 나누는 공간. 봉제와 목공, 유리공예 등 생활과 밀접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곳으로, 창신동 언덕 위에 있어 근사한 전망을 자랑한다. 남산서울타워를 비롯해 서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공작소 아래에 자리한 산마루 놀이터는 거대하면서도 독특한 공간이다.

주소
종로구 창신6가길 47
문의문의
02-2088-1270

공공공간

공공공간

공공성에 대해 생각하고 채워나간다는 의미로 이름에 숫자 0을 3개 붙인 공간. 창신동 봉제 공장에서 나오는 자투리 천을 모아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방식으로 다양한 아이템을 만드는 기업이다. 앞치마와 셔츠, 에코백 등 패브릭 제품을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을 갖췄다.

주소
종로구 동망산길 7
문의문의
02-6959-6630

창신아지트

창신아지트

서울대학교 공정개발공유가치센터를 모태로 어반하이브리드에서 오픈한 창신아지트는 패션 디자이너를 위한 셰어하우스다. 건물 건너편에 동대문종합시장이 있고 그 주변에 즐비한 샘플 및 패턴, 봉제 업체와 연계해 작업하기에 용이하다.

주소
종로구 창신2길 3
문의문의
010-4821-7720

백남준기념관

백남준기념관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을 기억하는 집. 백남준이 1937년부터 1950년까지 성장기를 보낸 창신동에 자리한 기념관으로 그의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960년대에 지은 자그마한 한옥을 리모델링했으나 원형은 그대로 보존했다.

주소
종로구 종로53길 12-1
문의문의
02-2124-8800

창신동

봉제 거리 지도

백남준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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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산하사진 장성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