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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분투 중인 지영 씨들의 목소리 들어주세요

특집 · 시민 수다방
고군분투 중인 지영 씨들의
목소리 들어주세요
20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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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자립이 힘든 탓에 결혼을 포기하고,

부담스러운 보육 비용과 독박 육아가 두려워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2030 세대에게는 사랑조차도 사치다.
‘청년의 사랑에 투자하는 서울’에 대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취업, 결혼, 출산, 육아 등 인생의 고비 고비마다 고군분투 중인
이 시대 지영 씨들을 만났다.

김혜영 1976년생, 자영업. 다섯 살 딸 육아 중. 늦게 낳은 딸 하나 뒤늦게 육아 전쟁

<김혜영> 결혼 6년 만에 낳은 아이가 지금 다섯 살이다. 경 력 단절 여성을 위한 목공 교실을 다니다가 현재는 원목 가 구 공방을 운영하며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다. 82년생 김 지영보다는 나이가 많지만, 아이를 늦게 낳아 지금 한창 키 우는 상황이라서 할 얘기가 많다.

윤여진 1984년생, 일곱 살·네 살 두 아들 육아 중. 일과 육아 두마리 토끼 잡고파

<윤여진> 결혼하자마자 아이가 생겨 일곱 살, 네 살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엄마다. 일과 육아 둘 다 놓치고 싶지 않 았는데, 지금은 둘 다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고 민할 때가 많다. 아이를 키우면서 점차 자존감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그 점이 제일 힘들다.

이선미 1981년생. 서울시 보육정책위원회 위원, 세 아이 엄마로 넷째 임신 중. 아이 셋, 공동 육아로 키웠어요

<이선미> 서울시 보육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동네에서 공동육아 공동체 대표로도 활동하는데, 아마 그 래서 위원으로 추천받은 것 같다. 일곱 살, 여섯 살 연년생 아들 둘과 세 살 된 딸, 그리고 현재 넷째를 임신 중이다. 주변에서 재벌이 아니냐고 물어보기도 하는데, 육아 전쟁 중인 보통 엄마다.

김다빈 1992년생. 미혼, 회사원. 결혼은 OK, 아이는 No

<김다빈>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미혼이다. 현 재 일을 시작한 지 7개월째 되는 새내기다. 막연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는 그다지 갖고 싶 지 않다. 친구들을 포함해 요즘 젊은 세대는 대부 분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자식을 위 해 모든 것을 바치지 않았나. 부모님의 희생을 보고 자란 우리 세대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환상이 없다.

전찬훈 1981년생, LG전자연구원, 여섯 살·네 살 두 아들 육아 중. 두 아들 육아 위해 아빠는 휴직 중

<전찬훈> 1년 육아휴직을 하고, 여섯 살과 네 살 된 두 아 들을 돌보느라 주부의 삶을 살고 있는 아빠다. 아내의 육 아휴직 기간이 끝나자 과감하게 육아휴직을 선택했다. 휴직을 고민하면서 회사에서 아빠 육아휴직을 경험한 선배를 찾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주 변에 한 명도 없더라. 내가 직장 문화를 바꾸 는 선구자가 되어보자는 생각에 육아휴직을 시 작했다. 주변에서는 걱정이 많았지만 의외로 내게는 좋은 기회였으며, 회사 직원을 상대로 경험담을 강의하기도 했 다. 곧 육아휴직 기간이 끝나 회사로 돌아가야 하는데, 지 난 1년이 힘들기도 했지만 좋은 점도 많았다.


<김다빈> 요 즘 우리 세대는 결혼이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을 함께하는 것이라는 핑크빛 미래에 대한 확신이 아예 없 다. 가장 큰 이유는 취업하기 너무 어렵고, 양질의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아주 힘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일단 취업 이 잘 안 되다 보니 20대 말이나 30대가 되어서야 직업을 갖게 되고,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는 1~2년 버티기가 힘 들다. 경제적으로 결혼할 준비가 전혀 안 되는 것이다. 결 혼과 출산에서 여성이 지는 부담이 너무 크다. 아예 결혼을 자발적으로 선택하지 않는 ‘비혼’도 많다.

취업도 힘든데 ‘결혼’이라니

<전찬훈> 결 혼하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남자는 그다지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여자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 경력 단절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이선미>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기에 우리 사회는 일중독 사회다. 일이 너무 많아서 연애할 시간도 없다. 남동생이 아직 미혼인데, 누나들이 아이 키우면서 힘들어하는 모습 을 보면 결혼도, 육아도 엄두가 안 난다고 하더라. 남편 회 사도 아빠가 육아휴직을 한다는 것은 꿈도 못 꾼다.

<김혜영> 아 빠 육아 프로그램 같은 것이 많이 도 움이 된다. 육아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남편도 서울시의 ‘아이 조아 아빠교실’을 다니면서 굉장히 달라졌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아빠들과 교류할 수 있 는 것도 좋았다고 한다. 또 시간제 보육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꼼짝달싹하기 어려 운데, 육아를 하면서 사회에서 고립되는 것이 가장 힘들었 다. 시간제 보육이 있다는 걸 알고 잠깐씩 아이를 맡기게 되 면서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

<윤여진> 육 아를 하면서 불투명한 미래가 가장 힘들었다. 공무원, 교사 같은 직업 외에는 아이를 키우다가 다시 돌아 갈 수 있는 직장이 거의 없다. 얼마 전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에서 해고됐다. 아이 때문에 오후 4시까지 파트타임 일 을 했는데, 오후 7시까지 풀타임으로 일해줄 사람이 필요 하다더라. 목요일에 이야기하면서 다음 주 월요일부터 나 오지 말라고 했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일할 수 있는 기 회가 주어지면 좋겠다.

<김다빈> 그 런 말을 들으면 결혼이 더 무섭다.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을수록 아이 낳는 부부도 많아질 것 같다. 체코에서 공부를 했는데,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하며 아이를 낳는 부부가 많다는 점에 놀랐다. 자유로운 분위기 에서 육아를 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아이를 많이 낳을 것 같다.

<이선미> 이미 결혼한 사람들이 결혼해서 아이 낳고 나쁜 점만 이야기해서 청년들이 더 두려움을 갖는 게 아닐까 하 는 생각도 든다. 아이가 웃어주면 아무리 힘든 것도 다 사 라지는데.(웃음)

<윤여진> 결 혼 전 삶이 2D라면, 결혼한 삶은 3D다. 그리고 아이를 낳으면 4D가 된다. 차원이 다르다.

청년의 사랑에 투자하는 서울 기대

<이선미> 결 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 사회를 보는 눈이 달라 졌다. 사회와 정치 문제에 관심이 생겼고, 특히 안전에 관 해서 깊이 생각하게 됐다.

<전찬훈> 아이들에게 내가 겪는 세상을 그대로 물려주고 싶지 않다. 요즘 청년들이 직장 문제, 주거 문제 때문에 얼 마나 힘든가. 내 아이들이 이 같은 세상을 경험하지 않았으 면 한다. 서울시의 ‘청년의 사랑에 투자하는 서울’도 신혼 부부에 대한 지원이 많아 나한테는 별로 해당되지 않는데 도 지지하는 이유는 그러한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금씩이나마 나아져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좋아지지 않겠는가.

<윤여진> 맞 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함께 사는 이웃을 바라보게 된다. 포용력이 생기는 것 같다. 김혜영 공동육아를 하면서 함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과 많은 도움을 주고받았다. 지영 씨는 결코 혼자가 아니 다. 함께 하면 서로서로 많은 지영 씨를 도울 수 있다. 이선미 동네에서 아이를 함께 키우는 ‘열린육아방’이 마 을마다 생긴다니 상당히 기대가 된다. 하지만 빈 공간을 찾 기가 어려워 빠른 시간 내에 목표한 숫자를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너무 급하게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천천히 가더 라도 청년 세대와 신혼부부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 록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건강가정지원센터나 육아종합 지원센터에 중복되는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니 지역 엄마들을 지 원할 시간이 없다.

<김혜영> 맞 벌이 부부에게 국공립 어린이집만큼 좋은 기관 이 없다. 다만 상황에 따라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 다 다 른데, 일괄적으로 5시, 7시 등에 맞춰서 데리러 가지 않으 면 안 된다더라. 그런 것들을 좀 유연성 있게 운영했으면 한다.

<윤여진> 둘째 아이 갖기 전 보육반장으로 활동했다. 주 변 엄마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그런데 문제는 보육반 장들이 너무 바쁘다. 더욱이 동네를 담당하는 보육반장이 자주 바뀌다 보니 신뢰를 쌓기 어렵고, 엄마들이 큰 혜택을 받지 못한다.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보육반장에게 도움 을 받을 수만 있어도 육아가 외롭지 않을 것이다. 전찬훈 좋 은 육아 정보가 많은데 찾기가 어렵다. 보육반 장이 있다는 사실도 잘 몰랐다. 시간제 보육 등 다양한 보 육 지원 서비스를 알았더라면 진즉에 이용해보았을 텐데 아쉽다.

<김혜영> 아이를 임신하고 보건소에 등록하면, 아이 연령 별에 맞는 정보를 계속 보내준다. 나는 그러한 지원 서비스 덕을 톡톡히 보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국공립 어 린이집이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공립 어린이 집 확충으로 보육의 질이 높아지면 아이 낳기를 두려워하 는 많은 신혼부부가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김다빈> 여성의 인적자원이 결혼, 출산 등으로 무의미해 지는 것이 참 속상했다. 아빠 육아휴직이 보편화되어 육아 휴직을 하는 아빠들이 더 이상 ‘용자’가 아닌 세상이 되었으 면 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면 승진 인 센티브를 준다고 하던데, 남성이 육아에 참여하면 그만큼 여성이 경력 단절로 일자리를 잃는 일도 줄어들 것 같다. 이선미 주변에서 아이를 넷째까지 낳는다고 하면 국가 유공자라고 말한다.(웃음) 국가유공자라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 혜택을 주었으면 좋겠다. 많이 낳으라고 하 는데, 셋째나 넷째나 혜택은 똑같다.

<전찬훈> 제도가 바뀌는 것은 늘 어렵다. 그래도 힘을 합쳐 서 이렇게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거 문제가 해결되면 청년의 결혼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신혼부부가 아이를 더 낳고, 또다시 아이를 위한 정책이 더 생길 것이다. 아이를 위한 좋은 정책이 생기면 더 많은 사람 이 결혼과 출산에 대해 희망적인 생각을 할 것이다. 우리가 계속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면 결혼과 육아 관련 인프라 가 하루빨리 조성되지 않을까 한다. 이렇게 똑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걱정 말아요, 지영 씨!
서울시가 청년의 사랑에 투자합니다’

걱정 말아요 지영 씨 서울시가 청년의 사랑에 투자합니다

지난 2월 26일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걱정 말아요, 지영 씨! 서울시가 청년의 사랑에 투자합니다’ 타운홀 미팅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육아 부모, 미혼·비혼 남녀, 신혼부부 등 50여 명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신혼부부 주거 지원 혜택을 받기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지원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보육기관의 아동 학대 문제 등도 심심치 않게 보도되지 않나. 질 좋은 보육을 할 수 있도록 보육기관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미혼이라서 주거 지원 정책에 관심이 많다. 결혼을 준비하는 청년에게도 주거 지원 혜택이 많이 돌아갔으면 좋겠다.” “경력 단절 여성의 취업 기회를 늘려달라. 육아를 하면서 일자리의 질이 갈수록 나빠지는데,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렇듯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었다.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더 꼼꼼하고, 실질적 지원을 펼치는 ‘청년의 사랑에 투자하는 서울’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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