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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

특집 · 서울로 7017 사람들

윤슬,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
20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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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동은 서울로 7017 걷는 길의 마지막, 혹은 첫 번째 동선이다.

그곳에 설치한 ‘윤슬: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은
서울로 7017의 공공성과 지역의 재생성을 겸비한 시도다.
반짝이는 잔물결처럼 윤슬에서는 취향과 사유가 잔잔하고 투명하게 넘실거릴 것이다.

지름 25m의 대형 광학렌즈 모양으로 만든 ‘윤슬: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은 지면 아래 4m 깊이로 움푹하게 들어간 공간이 있어 관객이 작품 안으로 들어가 공간을 경험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독특한 형식을 띠고 있다. 지면과 내부 공간은 2,800개의 계단으로 연결돼 마치 노천극장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서울로 7017 걷는 길의 종점, 만리동에 닿으면 햇살은 하늘이 아닌 대지에서 올라와 나를 비춘다.
그것의 정체가 궁금해 고개를 숙이는 순간 빛 사이사이로 움직이는 물체를 본다.
계단을 내려가 반짝이는 원형의 땅에 들어선다.
걷는 길조차 이제 머무르는 공간에서 숨을 고르고 사유를 시작한다.”

예술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서울의 새로운 모습

5월 20일 개장한 서울로 7017의 끝자락 만리동.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니다. 계단 아래 공원에 설치한 ‘윤슬: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에서 서울로 7017은 다시 시작한다. ‘서울역 7017과 연계한 만리동공원 공공 미술 작품 설치 지명 공모’에서 당선한 ‘윤슬: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은 건축가 강예린·이재원·이치훈 씨 3인의 공간 디자인 회사 SoA(Society of Architecture)의 작품이다.

‘윤슬: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은 지름 25m의 길이에 지하 4m 내외를 판 후 투수성 콘크리트로 포장했다. 상부에는 스테인리스스틸(슈퍼미러)을 통해 도시의 내부와 외부를 물결처럼 비춘다. 강예린 건축가는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입니다. 서울역 7017 프로젝트로 생겨나는 ‘오르고 내리고, 올려다보고 내려다보는 행위’의 경험을 증폭시키는 장치로, 서울의 새로운 모습을 마주하고 경험하며 예술적 상상력을 자극할 것입니다”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공공 미술에서 시간을 소유하다

“상대적으로 낙후한 만리동에 설치한 ‘윤슬’ 작품은 사람들의 관심과 발길을 불러 모으는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라는 이치훈 건축가는 관찰자로 바라보고 감상하는 시각적 차원을 넘어 시민이 직접 그 안으로 들어가 온갖 감각적체험이 가능한 공공 예술로서 마중물 역할도 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사 재료를 사용해 고가에서 아래 풍경이 비치고 안으로 들어서면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서 있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빛이 흡수되고 반사되는 경험도 가능하다. ‘윤슬’의 밤은 또 다른 이미지를 표현할 줄 안다. 조명은 바닥을 비추고 공간 전체로 퍼지는 은은한 불빛은 아늑한 느낌까지 더한다. 서울로 7017은 선형의 길이다. ‘윤슬’은 서울로 7017 중 유일하게 면으로 이뤄진 둥근 공간이다. “서울로 7017이 걷는 길을 표방한다면 이곳은 철저히 머무르는 방식을 고집할 것입니다. 내부 계단은 완만한 동선을 이끌고 45cm의 면면으로 이뤄졌습니다. 마치 내 의자 같은 그곳에 앉아 책을 읽고 음악을 듣거나 명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 벌어집니다”라고 이재원 건축가는 설명한다.

적극적으로, 의도적으로 비움을 표방

“‘윤슬’은 적극적으로 비워진 공간입니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심 한가운데에서 조용히 머무를 수 있도록 의도했습니다. 땅속으로 들어간 이유도 같은 맥락이죠. ‘윤슬’ 이외의 다른 조형물은 없습니다. 위를 올려보는 경험과 땅안으로 들어서는 순간의 합일성 속에서 오로지 개인의 체험을 극대화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프닝 퍼포먼스로 펼쳐진 무용가의 춤사위 또한 ‘윤슬’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잔잔한 공명을 전했다. 같은 색채의 연장선상이었다. ‘윤슬’이 크고 화려하고 시끌한 문화 지대는 아닐 것이다. 예술에 해석이나 깊은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고, 공공성을 개인의 경험으로 치환할 수 있다고, ‘윤슬’은 그것의 색다른 제안일 뿐이라고 건축가는 입모아 말한다. 2016년 뜨거운 여름날에 시작한 공모와 계속 이어진 치열한 아이디어, 꽤나 추운 겨울에 들어간 공사가 2017년 지천에 꽃으로 빙의한 봄에 완성됐다. 앞으로 ‘윤슬’이 양껏 빛을 발하고 세상을 비추기에 좋은 시간만 남았다. 나에게 와 닿은 빛이 상대를 비추기도 한다. 만리동을 물들인 빛이 서울을 비추기도 한다. ‘윤슬: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을 꼭 찾아봐야 할 일이다.

SoA(Society of Architecture)‘서울역 7017과 연계한 만리동공원 공공 미술 작품 설치 지명 공모’에서 독창성이 뛰어나고 작품이 설치될 공간과 맥락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엿보였으며, 시민이 참여하고 소통하기에 가장 현실성 있다는 점 등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양인실사진홍하얀, 문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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