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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걸, 모던보이의 낭만 가득한 자유연애

기획 · 동네에서 만나는 인문학

모던걸, 모던보이의 낭만 가득한 자유연애
2017.05

개화기는 조혼이라는 인습과 자유연애라는 신문화가 공존하는 시기였다.
신문물을 받아들이고 유학을 다녀온 지식인과 신여성 사이에
자유연애가 들불처럼 번졌고, 사회 지도층에서도
사회를 혁신할 새로운 사상으로 여기며 권장하기까지 했다.

一. 이성과의 사이에 사랑이 싹틀 때는 조금도 주저하지 말고 부모에게 통사정을 할 일

二. 알게 된 최초의 이성을 연애의 대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될 일

三. 感情에 흐르지 말고 理性에 눈떠야 할 일

四. 상대자의 성격을 경솔히 판단하지 말 것

五. 연애 도중에 상대자에게서 절망을 느낄 때는 칼 같은 마음을 먹고 단념할 일




연애 지침인 것 같은데, 어딘지 모르게 고리타분한 냄새가 난다. 부모에게 통사정을 하라니…. 1960년대? 아님 1970년대 얘긴가? 놀라지 마시라. 이건 바로 1930년대 얘기다. 동아일보가 창간 한 여성 잡지 <신가정> 1935년 12월호에 실린 연애십결 중 일부분.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남녀관이 부동하던 그 시대에 연애 지침서라니,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개화기 당시 사회를 들여다보면 신기한 일만도 아니다. 봉건 가족제도와 결혼 제도를 비판하고 사회 전반에 걸친 개조와 개혁을 주장하는 근대사상이 파도처럼 밀려들면서 ‘자유 연애’가 성행했다.

특히 신교육을 받은 여성 사이에서 여성해방과 봉건적 결혼 제도에 대한 각성이 확산됐고, 프롤레타리아 계급 사상도 구시대 결혼관에 대한 비판을 부추겼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화가이자 자유연애가이던 나혜석은 당사자들의 의견이 존중되지 않고 집안의 뜻에 따라 결혼하는 행위를 비판하며 자유연애와 여성해방을 공론화했다. 심지어 김구 선생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에서도 봉건사상을 무너뜨릴 새로운 사상으로 자유연애를 받아들이며 권장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젊은이들에게 자유연애란 곧 ‘근대인’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개화기 경성의 풍경.신여성의 대표 주자 나혜석(왼쪽 상단), 일본 백작과 결혼한 덕혜옹주의 결혼식 사진(가운데 하단),
모던 보이ㆍ모던 걸의 패션, 영화 <모던보이> 포스터, 당시 잡지에 실린 삽화 등으로 구성했다.

연애의 정석은 연애편지, 1년에 한 사람이 250통 써


그럼 그 당시에는 어떤 식으로 연애를 했을까? 아직까지도 젊은 남성과 여성이 자유롭게 만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에 편지로 서로의 마음을 전했다. 1925년에 주고받은 편지가 무려 7,000만 통에 달했다고 한다. 한 사람이 1년에 250통의 편지를 쓴 셈. 물론 여기에는 가족 또는 친지 간의 안부 편지도 포함되지만, 연애편지가 한몫한 건 사실이다. 이렇게 연애편지가 유행하자 연애편지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또 연애와 관련한 새로운 소비 문화가 창출되었다. 교회당, 음악회, 강습소, 요릿집, 공원, 극장, 바, 카페 등이 새로운 데이트 장소로 부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예배당인 정동교회는 ‘연애당’이라고 불릴 정도로 청춘 남녀가 만나 은밀히 사랑을 꽃피운 곳이자 최초의 서양식 결혼식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정동교회를 사이에 두고 배재학당과 이화학당이 자리했다. 모두 기독교 학교라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정동교회를 찾았고 예배당 가운데를 휘장으로 막은 후 남자 신도는 왼쪽, 여자 신도는 오른쪽에 앉았다. 남녀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으니 사랑이 꽃피지 않을 수 없을 터. 그 휘장 사이로 수많은 연애편지가 넘나들며 다양한 러브 스토리가 생겨났다.

이처럼 자유연애 사상이 만연하다 보니 피 끓는 사춘기 청춘에게도 영향이 미치기 마련. 당시에 엄격하던 학교생활이 학생들의 행동을 일일이 규제했지만, 학생들 사이에 퍼져나가던 ‘연애열’을 막을 방법은 없었던 모양이다. 당시 학교 측과 학부형들은 10대의 소년·소녀들을 어떻게 선도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을 벌였다. 교육 담당자는 학교에 온 편지를 지속적으로 조사·감시하고, 기숙사 운영을 엄격하게 하며, 연애편지에 넘어가지 않을 정도의 큰 이상을 가지도록 교육하자는 선도책까지 내놓았다. ‘숙제를 많이 내주고 시험을 자주 봐서 학생들이 놀 시간을 없게 하자’는 웃지 못할 궁여지책도 있었다.


고풍스러운 돌담과 우거진 가로수가 늘어선 덕수궁 돌담길과 정동길은 예나 지금이나 데이트하기 좋은 연인들의 길이다.



배재학당과 이화학당 학생들이 휘장을 사이에 두고 예배를 본 정동교회. 휘장 사이로 무수히 많은 연애편지가 오갔다.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의 치명적 사랑


마차와 자동차, 네온사인, 상점과 백화점, 마네킹, 양복과 한복, 술과 화장품, 이국적 음악 등 1930년대 경성은 연애하기에 모든 것이 좋았다. 근대 교육을 받고 유학을 다녀온 나혜석, 윤심덕, 허정숙, 김일엽, 최승희 등 일명 ‘하이칼라 여성’으로 불렸던 모던 걸과 ‘인텔리겐치아’로 불렸던 모던 보이의 소설 같은 연애사가 펼쳐졌다.

‘사의 찬미’로 유명한 당시 조선 최고의 여류 성악가이자 연극배우이던 윤심덕과 목포 부호의 아들로 남부러울 것 없던 극작가 김우진은 1926년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운항하던 부관 연락선에서 투신자살했다. 일본 유학생 신분으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이별하게 된 두 사람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홍난파의 조카 홍옥임과 김용주의 철도 자살, 목사의 딸로 태어났으나 여러 번의 결혼과 동거 등 사연 많은 사랑 끝에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해 불교에 귀의한 김일엽 등 신여성의 연애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사람들은 여성에게만 비판의 칼날을 들이댔다. 여성 문인이던 김일엽, 김명순과 돌아가면서 연애를 한 문인 임노월은 비난받지 않았지만, 두 여성은 김기진과 염상섭 등 남성 문인들에 의해 난도질당하며 가십거리로 전락했다. 참으로 불공평하던 연애 시대였다.



개화기 경성은 연애 권하는 사회


자유연애는 곳곳에서 마찰을 빚었다. 자유연애를 갈망하는 여성들의 상대는 대부분 모던 보이로, 부모의 강요에 의해 조혼한 경우가 많았다.

‘열아홉 살 정자 씨는 전문학교 남학생과 만난 지 다섯 달 만에 사랑에 빠진다. 남자는 그녀에게 미혼을 증명하는 호적등본을 보여주었지만, 실제로 그는 본처와 일곱 살 난 딸아이가 있는 기혼 남성이었다. 그녀는 일본 도쿄로 유학 가면서 자신을 기다리라는 남자의 말을 믿어야 할지 고민이다.’

1930년대 일간지의 독자 문답란에 실린 호적등본을 위조한 남성의 꾐에 넘어간 신여성의 사연이다. 이렇게 결혼한 조강지처를 버리면 안 된다는 인습 때문에 ‘제2부인’이 되었다. 좋게 말해 ‘제2부인’이지 법률적·도덕적으로 ‘첩’과 다를 바 없었다. 남편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고, 자녀의 이름을 호적에 올릴 수 없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스캔들과 고민이 자유연애 시대의 전부는 아니다. 일부분이 황색 언론에 의해 확대돼 마치 전부처럼 보였을 뿐이다.

개화기의 경성은 분홍빛 연심으로 충만한, 연애 권하는 사회였다. 억압받고 착취당하던 우울한 식민지 환경에서도 인간으로 살고 싶은 열망이 가득했고 서구의 낭만이 흘렀던 시대, 사회혁명을 일으킬 새로운 사상이자 최고 이슈로 떠올랐던 자유연애는 어쩌면 개화기 최대의 산물이었는지도 모른다.

행복 예약하는 작은 결혼식


세월이 흐르면서 연애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더불어 결혼관도 달라졌다. 꼭 결혼해야 한다는 미혼 남녀는 60% 정도(2014년 기준). 반면 동거를 찬성하는 사람은 늘고 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7 청소년 통계’를 보면, 결혼 전 동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청소년의 61.7%는 ‘결혼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고 밝혔다. 혼전 동거가 잡지 가십거리 단골 소재였던 1970~1980년대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결혼식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어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의 절반은 조촐한 결혼식을 하고 싶어 한다.

작은 결혼식이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2013년 가수 이효리가 제주도에서 결혼식을 치른 이후부터다. 작은 결혼식의 정석을 보여준 스타는 배우 원빈과 이나영. 정선의 한 밀밭에서 50여 명의 일가친척만 초청해 백년해로를 약속 했는데, 예식 비용이 약 110만 원 선으로 알려졌다.

작은 결혼식이란 일생에 한 번뿐이라는 이유로 남의 눈을 의식해 허례허식으로 상업화된 예식 절차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결혼 주체인 자신들이 혼례의 의미를 깨닫고 하나씩 준비해 치르는 결혼식을 의미한다.

“장애 아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시민청에서 결혼식을 했는데, 제자들이 선생님과 함께 축하 공연을 했어요. 또 화환 대신 받은 쌀을 결혼식이 끝난 후 새생명복지재단에 기부하더군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시민청 결혼 협력 업체인 웨딩파티의 이연진 대표는 “작은 결혼식은 당사자의 확고한 의지에 따라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많은 이가 작은 결혼식을 희망하지만 절반가량은 실천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조건 줄이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결혼식을 한다


이에 서울시에서는 허례허식의 결혼 문화를 개선하고 예비부부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자 '시민청 결혼식', '서울 연구원 뒤뜰 결혼식'을 진행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성공적인 결혼식을 위해 예비부부 교육도 실시해 결혼식 기획, 준비 방법,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대화법, 가정경제 재테크 등을 주제로 각 분야의 전문 강사진이 상담과 교육을 해준다.

"옛날 할머니 시절의 결혼식처럼 동네 잔치 분위기로 진행하고 싶어요. 꽃 대신 화분으로 결혼식장을 장식할 생각입니다. 결혼식 후 답례품으로 드릴 생각이고요." 예비부부 교육에 참석한 김소희·이창길 커플은 시민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며 흥겨운 결혼식을 위해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작은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공공장소는 시민청 말고도 많다. 환경을 생각하는 결혼식, 나눔과 기부가 있는 결혼식, 부부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결혼식…. 나만의 특별한 결혼식을 꿈꾸는 예비부부라면 지금 당장 노크해보자.


작은 결혼식의 정석을 보여준 원빈과 이나영의 결혼식


김소희·이창길 커플의 ‘내가 원하는 결혼식’ 콜라주 작품

시민청에서는 성공적인 작은 결혼식을 위해 예비부부 교육도 실시한다.

부모님께서 먼저 작은 결혼식을 추천하셨어요 - 이주행·송현주 커플



올해 말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입니다. 어떻게 결혼식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부모님께서 먼저 작은 결혼식을 추천하셨어요. 의외였죠. 예단도 필요 없으니 신혼살림에 보태라고. 그래서 예단, 예물 다 빼고 결혼식도 아주 간소하게, 그러나 뜻깊게 치르고 싶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시민청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희는 대구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 아쉽게도 시민청을 이용하지는 못하지만 예비부부교실에서 작은 결혼식 교육을 해준다고 해서 신청했는데 많은 걸 배웠어요. 덕분에 의미 있고 행복한 결혼식을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시청 시민청


시민청은 대관료 6만6,000원에 1일 1회 예식이라 비교적 여유 있게 식을 진행할 수 있다. 서울시 거주 여부와 예비부부 교육 수료 여부 등에 따라 선발 시 가산점을 부여한다.

예식 신청 : 서울시 시민청 홈페이지 seoulcitizenshall.kr,
2월에는 당해 연도 하반기(7월~12월), 8월에는 다음 연도 상반기(11월~6월) 신청을 받는다.

남산공원 호현당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대신 원삼과 활옷, 사모관대를 차려입고 전통 혼례를 치르고 싶다면 남산공원 호현당을 추천한다.
하객 수는 100명 이내만 초대하고 피로연 없이 떡 또는 전통차 위주로 할 것을 권한다. 4~10월(7~8월 제외) 매주 평일 1회, 주말 1회 운영한다.

예식 신청 : 중부공원녹지사업소 공원여가과 02-3783-5998,
3월에는 4월~6월 예식을, 7월에는 9~10월 예식을 신청 받는다.

월드컵공원


서울에너지드림센터 앞 잔디밭에서 진행된다.
친환경 결혼식을 위해 재생용지 청첩장 사용, 일회용 생화와 화환 사용 자제, 비가열 피로연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예식 신청 : 서부공원녹지사업소 공원여가과 02-300-5571,
3월 9일부터 11월 20일까지 결혼식을 올릴 수 있으며 예식 신청은 매일 받는다.

국립중앙도서관

대관료가 6만3,470원이라는 적은 비용 외에도 주차장 확보가 용이하고 교통이 편리한 점이 인기 요인이다.
또 하객 수도 시민청(100명)의 2배인 200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별도 자격 조건은 없으나, 매 분기 첫 번째 달에 다음 분기 예식을 선착순으로 접수받는다.
1월(1분기)에 4~6월(2분기) 예식 신청을 접수받는 식이다.

예식 신청 :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 www.nl.go.kr


양재 시민의 숲


1986년 개원한 이후 야외 예식장을 무료로 운영해왔다. 신부 대기실과 야외 테이블 등을 설치해 더욱 편하게 예식을 즐길 수 있다. '1일 1예식'이며, 이용자가 자신의 취향을 살려 장소를 꾸미고, 예식 운영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예식 신청 : 동부공원녹지사업소 공원여가과 02-578-7089,
매년 1월 1일 현장에서 예식 접수를 받는다.


서울연구원


서울연구원 뒤뜰에서는 4월 둘째 주부터 6월 넷째 주, 9월 첫째 주부터 10월 둘째 주까지 토요일마다 최대 4시간 동안 야외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 장소 대여료는 없으며, 비가 오면 1층 로비를 이용할 수 있다.

예식 신청 : 서울시 시민청 홈페이지
seoulcitizenshall.kr, 예식 신청은 서울시청 시민청과 동일하다.

청와대 사랑채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4월부터 11월까지 매달 첫째·셋째 주 토·일요일마다 하루 2회씩 청와대 사랑채에서 결혼식을 치를 수 있다.

예식 신청 : 작은결혼정보센터 홈페이지 www.smallwedding.or.kr,
매년 2월 한 달간 공모를 한다. 공모에 선정된 커플에 한해 예식을 진행한다.

이정은 사진 홍하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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