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앞을 보면 다소곳이 자리한 새로운 전통 가옥 한 채가 눈에 띈다.
마주한 창덕궁 정문과 이름이 같은 ‘서울돈화문국악당’. 그 안에는 어떤 풍경이 담겨 있을까.
중정을 갖춘 국악당 내부에서는 공간을 가득 채운 잔디가 초록빛 향연을 펼친다. 지상으로 보이는 한옥 부분은 시민을 위해 항상 열려 있는 카페와 쉼터 공간이고, 공연을 위한 무대와 객석은 모두 지하에 자리한다. 무대 크기가 아담해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는 덕분에 관객들은 자연 음향으로 본연의 음색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 큰 공연장 규모에 맞춰 개량 되어온 여타 외국 악기와 달리 음량이 크지 않은 우리 국악기에 적합하며, 소규모 공연장의 장점인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를 꾸밀 수 있다.
무엇보다 국악당이 자리한 장소도 마음에 든다. 본래 이 자리에는 주유소가 있었는데, 이제 창덕궁기와의 물결이 이어지며 빚어낸 새로운 모습은 예전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자연스레 어우러진다.나는 어느새 기와 선에 이끌려 궁궐 돌담길을 따라 걸었다. 종묘와 창경궁을 연결하는 공사 때문에 한창 어수선하다. 본래 한데 붙어 있던 종묘와 창경궁을 일제가 민족 말살책의 일환으로 도로를 만들어 갈라놓은 걸 복원하는 중이다. 더위 때문인지 종묘의 짙은 녹음 사이에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가 유난히 따갑게 느껴진다. 언젠가 이 도로가 지하로 사라지면 처음 도읍을 정하던 옛 선조들의 의도처럼 궁궐과 종묘가 어우러지는 역사의 맥도 함께 이어지겠지. 그때는 매미들로 하여금 목청을 돋우게 한 자동차의 소음도 사라져 녀석들의 시원스러운 본연의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아름다운 선율까지 어우러진 다채롭고 멋스러운 궁궐 앞 모습을 기대해본다.
이장희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사연이 있는 나무 이야기> 저자. 다양한 매체에 글과 그림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