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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탐방 · 서울의 오래된 것들
동네 사랑방 같은 목욕탕
'중앙탕'
2014.8

도심 재개발로 근래의 모습들이 급속하게 사라져 가는 서울에 오아시스처럼 남아 있는 동네 중 하나가 궁궐 부근이다. 그나마 한옥마을이라는 명분으로 보존이라는 수혜를 받고는 있다지만, 최근에는 자본이 유입되면서 사람 사는 내음마저 밀려 나는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깝기만 하다. 그 틈바구니에서 버티어 온 오래된 가게들의 정취는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번 호에는 물 냄새 풀풀 새어 나오는 계동의 오래된 목욕탕을 찾았다.




동은 북촌에서도 서민스러운 모습이 군데군데 남아 있는 곳이다. 동네를 가로지르는 계동길을 걷고 있노라면 마치 1980년대 서울을 보는 듯한 여러 가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정감 어린 시선은 잘 포장된 세련된 체인점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편안함을 준다. 계동길은 학교의 정문이 가로막는 삼거리에서 끝이 나는데, 이 학교가 주위에 있던 유수의 고등학교들이 강남으로 이사를 갈 때에도 오롯이 자리를 지키며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중앙고등학교다.

오늘 소개하려는 북촌 유일의 목욕탕은 학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학교 근처인지라 이름도 ‘중앙탕’이겠거니 싶지만 알고 보면 학교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어 흥미롭다. 과거 이 목욕탕 건물은 중앙고 운동부의 휴게실 겸 샤워 시설이었다는 것이다. 신축 당시 벽돌 쌓기에 교장선생님까지 참석했다고 하니 이 공간에 대한 애정도 엿보인다. 이후 학교 안에 새로운 샤워 시설이 생기자 건물은 일반인에게 넘겨졌고, 증개축을 거쳐 대중목욕탕으로 탄생했다. 장소의 내력이 계승되어가는 사연들이 재미있다.

지금의 사장님(담란향 씨)이 목욕탕을 넘겨받아 정식으로 개업 신고를 한 것이 1969년이었으니 실제 목욕탕의 시작은 그보다 훨씬 이전으로 추측된다. 이후 40년이 훨씬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이들이 때를 밀고, 탕에 들어가 노곤한 몸을 달랬다.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왔을 뿐만 아니라 전직 대통령들을 비롯해 대기업 임원들과 연예인들까지 찾았다. 하지만, 오래된 가게들의 숙명처럼 지금의 장사는 예전 같지 않다. 하루 200여 명이넘던 손님도 이제 10~20명으로 줄었다. 12명에 달하던 직원도 3명이 되었다. 더해가는 북촌의 인기를 보여주듯 주말마다 계동길에는사람들로 넘쳐난다지만, 막상 목욕하러 들어오는 사람의 숫자는 변동이 없다고 한다. 목욕탕의 불투명한 미래가 걱정스럽다. 하지만, 사장님은 당분간 목욕탕을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동네 주민들의 간절한 바람과 더불어 목욕탕을 운영하며 키운5남매의 성공의 바탕이라고 여기는 이곳의 존재감을 계속 간직하고 싶은 이유도 있기 때문이다. 장사가 안 되면 업종부터 바꾸게 되는 오늘날 주위의 현실을 생각하면 가게의 존재 이유가 참으로 깊고 의미 있다.





이제 현대화된 주거의 발달로 언제든 욕조의 수도꼭지에서는 더운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시대가 되었다. 또한 대형 찜질방이나 사우나가 동네 목욕탕의 자리를 차지한 지도 오래전이다. 옛 모습을 간직한 소규모 목욕탕이 버티기에 힘든 이유들이다.

하지만, 아날로그적 향수가 그리워지는 세대들에게 동네 목욕탕은 추억의 장소다. 어린 시절 명절 때면 부모님 손을 잡고 찾아가던 동네 목욕탕, 시원하다고 연신 탄복하시던 아버지의 감탄에 속아 발끝을 담가보며 깜짝 놀라 하던 열탕의 뜨거움, 형과 장난을 치며 뛰어다니다 넘어져 머리에 혹을 달고 터뜨렸던 울음, 남자 대 여자로 나뉘어 목욕한 후 벌건 얼굴로 입구에서 만나 집에 가던 추운 겨울들. 나는 시원한 탕 안에 들어앉아 지난 날들을 회상하며 빙그레 웃었다. 오랫동안 손님 하나 없는 목욕탕에는 물 흐르는 소리 하나 없이 고즈넉하다. 서울 한복판에서 마치 깊은 산속 시골 개울가에 홀로있는 듯한 기분이라니. 맘 놓고 열어 놓은 작은 창문에는 북촌 기와가 올려다 보였고, 그 사이로 여름 햇살이 눈부셨다. 어디선가 학생들의 재잘대는 오후의 소리가 그 고요함을 채운다. 냉탕을 나와 열탕에 몸을 담그고 비스듬히 기대앉으니 절로 흐르는 감탄. “아~ 시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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