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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탐방 · 서울의 산
한 걸음 한 걸음 사색하며 걸을 수 있는
'봉산'
2014.8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굳이 전국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서울을 벗어나지 않고도 얼마든지 치유의 공간을 만날 수 있다. 더군다나 한여름에도 햇빛을 피해 걸어 다닐 수 있어 사시사철 안성맞춤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경사와 곳곳에 놓인 의자, 그리고 갖가지 나무로 조성된 봉산은 혼자 찾는 이들에게 더욱 친절한 풍경을 선사한다.


서울의 외곽을 담당하는 둘레길

봉산(烽山)은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전체 산 형세가 거북이를 닮았다 하여 구산(龜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구산동의 지명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서울의 북서쪽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봉산은 산 정상에 봉수대가 있어 봉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봉산은 해발 209m로 높지 않은 산이지만 은평구의 수색동, 증산동, 신사동, 구산동, 갈현2동에 길게 산자락을 드리우고 있어 인근 주민들의 쉼터와 산책로로 이용되고 있다. 남북으로 길게 능선이 이어져 어디서든 쉽게 출입할 수있도록 등산로가 잘 조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처음 가는 사람들은 진입로를 찾지 못해 아파트 사이를 헤맬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봉산을 찾는 사람들은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들머리를잡고 해맞이 공원을 지나 서오릉으로 향하는 코스를 선호한다. 지하철역과 인접하여 접근성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봉산의 산행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는 등산객들은 봉산 끝머리인 서오릉길 맞은편에 위치한 앵본산과 연계한 산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 도착해도 진입로를 찾기가 쉽지않다. 상점과 아파트, 주택단지는 봉산으로 향하는 길을쉽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아파트와 시장을 지나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봉산 산행이 시작된다.봉산은 서울시에서 조성한 서울 둘레길 7코스에 속하는곳이라 길과 안내표지판 등 관리가 잘되어 있어 편하게 오를 수 있다. 초입부터 멍석이 깔려 있어 세심하게 신경을쓴 모습이 엿보인다. 대부분의 길은 호젓한 동네 산책길에 가까워 아무런 장비 없이 찾아오는 동네 어른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사실 봉산은 등산보다는 트레킹에 더 어울리는 곳이다. 혼자서도 조용히 걸어갈 수 있기에 더욱 치유를 위한 공간이 되어준다. 흙길을 따라 타박타박 걷다 보면 이따금 나무 계단이 등장하여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산행에 긴장을 불어넣는다. 바위를 오른다거나 하는 어려움은 전혀 없어 초보자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봉산에도 봉산정을 비롯한 아홉 개의 정자가 세워져 있으며, 각기 다른 이름의 현판까지 갖추고 있어 봉산을 찾는사람들에게 특별한 휴식처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운동기구도 마련되어 간단한 체력 단련도 가능하다. 더욱이 울창하게 뻗어 있는 나무 틈 사이로 서울 같지 않은 전원적분위기의 마을을 엿볼 수 있어 안팎으로 치유의 장이 펼쳐진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아카시아가 많았지만 녹화사업을 통해 현재는 자작나무, 소나무, 잣나무, 생강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볼 수 있다. 또한 팥배나무 군락지는봉산자연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게다가 서울시에서 봉산에 3천 그루의 편백나무를 심었다고 하니, 향후 손꼽히는 치유의 명소로 유명해지는 것도 어렵지않은 일인 듯 보인다.



군사 정보가 불타올랐던 봉산

천천히 능선을 걸으며 긴장을 늦추는 순간 정상에 다다르는 오름 계단이 시작된다. 조금 가파른 계단은 산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봉산의 마지막 위용이다. 봉산의 정상에는 봉수대가 세워져 있다. 횃불과 연기로 긴급한 군사 정보를 알리던 군사 통신으로, 특히 봉산의 봉수대는 고양의고봉산 봉화에서 보내는 신호를 받아 수도 한양의 안산 서봉수대에 전달하던 국가적인 기간 통신망이었다. 은평구에서는 해맞이 공원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봉수터를 정비하여 봉수를 복원하였으며, 주변에 전망 및 휴식 공간을 조성하였다. 봉산정과 조망 명소가 마련된 정상에 오르면 북한산, 북악산, 인왕산, 안산 등 주변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볍게 땀이 배어날 정도의 산행으로 얻는 풍경치고는 일품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새해 첫 해돋이를 맞이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니 계절을 바꿔가며 찾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해맞이 공원을 지나 서오릉로를 따라가다 보면 수국사를만나게 된다. 법당 안팎을 모두 금으로 칠했다고 해서 ‘황금사찰’로도 불리지만 막상 그 별칭과는 달리 아담한 옛 산사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수국사에 들러 ‘눈에 좋은 약수’라는 수안사(守眼舍) 약수로 목을 축이고 땀을 식히며산행의 마지막 발걸음을 위해 지친 체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봉산에는 이처럼 10여 곳의 약수터가 있다고 한다.모두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 정말 믿을 수 있는 약수이다.

다시금 흙길을 따라 서오릉으로 향했다. 반나절 남짓 산길을 걸으면서 사색을 통해 여름의 열기를 식힐 수 있었다.무엇보다 서울에서 찾은 치유의 장소가 반가웠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봉산을 찾는 것도 가벼운 환기의 기회가 될 것이다.





글 정윤희(자유기고가) 사진 나영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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