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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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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탐방 · 서울의 산
온달과 평강공주, 고구려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아차산'
2014.4

600년 도읍 서울에는 크고 작은 산들이 많다. 최근 건강과 레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산을 찾는 사람들 역시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에 <서울사랑>에서는 방문해볼 만한 서울의 산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산은 봄 산책 삼아 오르기 좋은 아차산이다


남녀노소 함께 걷는 봄 산책로

서울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알려진 아차산을 ‘서울의 산’ 첫 목적지로 골랐다. 해발 고도 287m의 아차산은 산세가 험하지 않아 서울 시민들이 가벼운 산행 코스로 자주 찾는 산이다. 최고 높이가 북한산의 1/4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한강 상류를 곁에 두고 있어 등산길 내내 굽이치는 한강 줄기를 감상할 수 있는 조망 포인트이기도 하다. 산행 코스는 각자 정하기 나름이지만 대부분의 등산객은 등산로 접근이 용이한 광나루역 1번 출구 쪽을 들머리로 잡는다.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챙겨 입고 도시락과 오이 한 봉지를 챙겨 아침 일찍 집을 나선 등산객들의 얼굴에서는 연신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광나루역 1번 출구에서 주택가 골목 안으로 들어가 광장초등학교 쪽으로 향한다. 광장초등학교와 광장중학교 사잇길을 따라 고개를 오르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차산생태공원에 도착하게 된다. 만약 길을 모르겠다면 등산객무리를 따라가기만 해도 등산로 입구까지 무사히 다다를수 있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연못가를 따라 탄탄한 나무데크 산책로를 만들어 놓은 아차산생태공원은 도시 생태계 회복을 위해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할 수 있도록조성해 놓은 공간이다. 지금은 생기가 없지만 얼마 지나지않아 이 공간에도 봄꽃 향기가 만발할 것을 기대하며 다시 금 길을 재촉한다.생태공원 위쪽으로 주차장을 비롯해 메인 등산로 입구가자리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온달 장군과 평강 공 주의 동상. 한강 유역의 아차산은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치열한 격전지가 되었던 곳으로 이곳에서 백제 개로왕이 고구려 군에 의해 처형당하고, 고구려의 온달 장군이전사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관리사무소를 지나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평강교앞에서 아차산 둘레길과 마주하게 된다. 아차산 둘레길은아차산과 용마산의 기존 등산로와 자락길을 연결한 숲길중랑천 산책로와 천호대로 등을 연결한 마을길, 한강시민공원과 능동로를 연결한 하천길 등 3개의 코스로 나뉘는 광진 둘레길의 3.7km 숲길 구간이다. 특히 평강교부터 기원정사를 잇는 구간에 폭 1.8m, 경사도8%의 나무데크길을 만들었다. 이 길의 가장 큰 특징은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 길’이라는 점이다. 경사가 급하고 계단으로 이루어진 여타의 등산로와달리 이 길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나 아이를 동반한 가족, 걸음이 불편한 어르신들까지 별 문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 날 아차산 둘레길에서 만난 박복희 할머니는 “근처에 살아서 아차산에 자주 오는데 경사도 없고 중간에 쉼터도 있어 나이 든 사람들이 산책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주말에는 손자들 손 붙잡고 다시 한 번 들러야겠다.”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등산 싫어하는 여자 친구를 설득해 아차산 둘레길에 같이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산로를 따라 이어진 고대인의 숨결

아차산 정상까지 오르는 등산로는 고구려정길, 해맞이길, 팔각정길, 긴고랑길 등 다양하지만 정석은 아차산 정상길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등산로를 따라 산을 오르면 능선 너머로 한강 강줄기를 내려다볼 수 있으며, 사적 제455호로 지정된 ‘아차산 일대 보루군’ 중 6개의 보루를 만날 수 있다. 아차산 보루를 비롯해 용마산 보루, 시루봉 보루, 망우산 보루 등 17여 개의 보루로 이루어진 아차산 일대 보루군은 고구려가 한강 유역에 진입한 5세기 후반부터 상실하기까지의 역사를 보여주는 귀중한 유적이다. 이 중 10여 개의 보루가 고구려의 것으로 밝혀졌는데 남한 지역에 있는 소수의 고구려 유적들 중 가장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어 고구려 관련 고고학 연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평강교 아래 계곡에서는 완연한 봄기운에 잠을 깬 개구리들이 목청껏 울어댄다. 평강교에 이어 온달교를 지나 15분 정도 등산로를 오르면 구리시 방향으로 아차산성길이 나타난다. 이 등산로를 따라 조금만 걸으면 사적 제234호 아차산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삼국사기>에 아단성 또는 아차성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아차산성은 백제가 수도를 방어하기 위해 쌓았지만 고구려 광개토대왕에게 성을 빼앗겼고, 결국 신라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지금 남아 있는 성벽 등의 유적은 7세기 이후 신라가 축조한 것.

성이라 부르기엔 소박한 규모이지만, 삼국이 한강 유역을놓고 각축전을 벌이던 곳이라니 새삼 숙연한 기분이 든다.아차산성에서 낙타고개를 넘어 고구려정으로 향한다2009년 7월 고구려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로 세워진 고구려정은 광진구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망터이자, 많은 등산객들이 경치를 감상하며 잠시 길을 쉬어가는단골 쉼터다. 몸을 일으켜 다시 정상 쪽으로 향한다. 난도가 높지 않은 산이다 보니 등산 장비를 갖추지 않은 트레이닝복이나 평상복 차림의 일반인도 자주 눈에 띈다. 아차산 제1보루 근처에는 해맞이 광장이 조성되어 있다 바위에 올라 산 아래 서울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뻥 뚫리는 기분이 든다. 아차산 제1보루를 지나 제5보루를 거쳐 아차산의 정상인 제4보루까지 가는 길은 등산로 곁으로 한강 줄기의 아름다운 곡선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코스다. 다만 문화재로 지정된 보루들에는 출입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이를 무시한 채 많은 등산객들이 보 를 밟고 올라서거나 거기에 앉아 도시락을 먹기도 해 안타까우면서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표시 없는 산 정상, 아차산 제4보루
아차산 제5보루에서 제4보루로 가는 길에는 특별한 소나무 두 그루가 있다. ‘아차산 명품소나무’라고 불리는 두 그루의 소나무들은 단단한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리고 단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오랜 세월 시민들과 함께한 이들 소나무를 기념해 광진구에서는 안내 푯말을 세우고, 아차산을 찾는 시민들이 나무 보존에 힘써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산 아래 경치는 점점 더 좋아진다. 특이한 사실은 아차산의 경우 제4보루가 정상 역할을 하고있다는 점이다. 제4보루의 성벽 위를 가로지르는 나무데크 탐방로를 만들어 등산로와 연결시킨 탓에 처음 이곳을 찾 은 이들은 정상인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아차산 제4보루는 성벽과 건물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둘레 249m에 달하는 성벽은 산의 경사면을 이용해 바깥 면에는 돌을 쌓고, 안쪽 면에는 흙을 다져 메우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전형적인 고구려식 성 쌓기 방식인 퇴물림쌓기(들여쌓기) 형식이 잘 나타나 있어 중요한 사료로 평가 받고 있다. 정상의 명성에 어울리게 이곳은 아차산 최고의 경치를 자랑한다. 보루 어디에도 ‘정상’이라 표시된 곳은 없지만 멀리 한강 상류까지 조망할 수 있는 빼어난 경관 때문에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이곳에서 기념 촬영을 한다. 풍경을 사진에 담겠다는 욕심에 성벽에 올라서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보루 자체가 문화재임은 물론 성벽 위에는 아무런 안전시설도 되어 있지 않으니 절대 올라가서는 안 된다.

아차산 제4보루에서 구리시 방향으로 나무 계단을 통해 내려오면 용마산 정상으로 향하는 아차산 정상길과 중곡동 쪽으로 하산하는 긴고랑길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용마산 정상까지 오르고자 한다면 아차산 정상길을, 하산하고자 한다면 긴고랑길을 선택하면 된다. 골짜기를 따라 이어진 긴고랑길은 비교적 빨리 하산할 수 있지만 돌이 많은 편이라 부상을 주의해야 한다. 올라온 길을 돌아가 아차산 제1보루 근처의 해맞이길이나 고구려정길을 이용하면 30분 만에 하산할 수 있다. 아니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 봄기운을 만끽하며 천천히 산을 내려오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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